각색의 아이러니함.
종종
온 우주의 기운이 내게로 모이고,
지구는 나를 중심으로 돈다고... 허튼소리를 하고는 한다.
내가 누군가를 생각하면 그 누군가가 내 어깨를 두드리고,
또 다른 누군가를 생각하면 그 누군가가 횡단보도에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그런 일들이
내게는 종종 아니 자주 일어나고는 한다.
그런데 드라마와는 다른 일인가 싶기도 하고.
소설을 내고 난 후
그 다음 주쯤 드라마 각색 계약을 하나 했다.
기존 작가가 쓰던 스릴러 드라마 대본을 조금 더 짜임새 있게 만들어 보고 싶다는
대표님의 부탁에 기존 작품을 각색해 보기로 했다.
내가 전공한 범죄심리가 주고, 내가 쓰던 인물의 주인공들과 유사한
직업군의 주인공들이 활약하는 스토리.
사실, 고민도 했었다. 잘할 수 있을까 보다는, 방송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에.
드라마라는 게 종종 그래왔지만,
누군가는 훅 방영을 하게 되기도 하지만
내 주변에는 20년을, 30년을 해도 안 되는 게 드라마였다.
8부작짜리 드라마 트리트먼트 원고를 만들었다.
보통의 계약 기간 3년,
기획안을 쓰고 드라마 대본까지 만들지만
캐스팅에 편성에 방영이 되지 않으면
3년의 시간은 어쩌면 훅 불어 날아가는 민들레 홀씨 같아 버린다.
그래서 선뜻 잡지도 못하지만, 선뜻 놓지 못한다.
이제 막 시작하는 드라마 작가들이야
기존의 상위 1프로를 달리는 잘 나가는 작가를 보지만,
나머지 99프로는 삼사 년에 드라마 한편 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게 개미지옥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나도 거미줄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하는 중일지도.
쓰면서도 좀 괜찮았고,
대표님도 괜찮았다시며 두어 번 더 고쳐보고
대본 계약을 말씀하신다.
시작할 때 트리트먼트만 계약하기를 원했었다.
시간으로도, 돈으로도 묶이기 싫어서였다.
그렇게 나는 요즘
남의 드라마 작품을 각색 중이다.
그리고 내가 쓴 원작, 드라마를
또 다른 누군가가 맡아 각색 중에 있다.
방송만 되면 뭔들. 이제는 거의 그런 심정이랄까?
각색이라는 아이러니다.
전에
어떤 잘 나가는 드라마 작품이 방송을 하면서 드라마 작가 이름을 뻬고
제작사의 이름으로 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그 이유인즉.
드라마를 각색한 작가들이 너무 많아서란다.
호황기에도, 불황기에도 드라마는 만들어지고 방영된다.
다만 그 양쪽에 내 이름을 건 드라마가 없을 뿐이라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인 거다.
그래도 늘 희망고문을 놓지 않고 있는 중!
그래 뭔들, 쓰다 보면, 버티다 보면 좋은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