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이 지나고 나면...

by 잠시ㅡ나


둘째가 불쑥 물었다.


“내가 어른이 되면 엄마는 할머니야?”

“음… 그렇지.”


잠깐의 침묵 뒤에 아이가 말했다.


“난 엄마가 할머니 되는 거 싫어. 엄마가 안 죽고 오래오래 살면 좋겠어.”


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췄다.


사실 나는 요즘 시간이 조금만 더 빨리 갔으면 할 때가 있었다.


아이가 얼른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지면,

조금 더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이 바쁘고 지치는 날들이

얼른 지나가면 좋겠다고.


그런데 아이는 반대였다.


나의 시간이 천천히 흘렀으면 한다고.

나와 더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나만 지금을 빨리 보내고 싶어 하고 있었던 걸까.


내가 그토록 흘려보내고 싶었던 이 시간을,

아이는 붙잡고 싶어 하고 있었다니.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어쩌면 이 순간의 소중함이

힘듦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던 건 아닐까.


그 그림자가 걷히는 날이 오면,

나는 지금의 내가 후회스러울까.


이렇게 빨리 지나가기를 바랐던 날들이

나중에는 그리워질까.


생각해 보니,

분명 그럴 것 같다.


그러니까 오늘 하루만큼은

조금 더 이 순간에 머물러야겠다.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지금 이 아이의 말이,

이 아이의 눈빛이,

이 아이와 함께하는 이 시간이


얼마나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인지를

기억해야겠다.


힘듦의 그림자가 걷히고 난 자리에서

후회하지 않도록.


그림자 너머에도

분명 빛나는 순간들이 있었다는 걸,

지금의 내가 먼저 알아채야겠다.



근데 둘째야..

엄마는 이미 좀 늙어있긴 해.. :)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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