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골목길
새벽 1시. 밤길을 걷다 좁은 골목길 하나를 마주한다.
온통 먹으로 뒤덮인 그림이 눈앞에 펼쳐진다.
태초부터 빛이 존재하지 않았던 곳이었나?
한 줌의 빛도 느껴지지 않는다. 무서울 정도로 먹먹하다. 금방이라도 나를 집어삼킬 것만 같은 어둠이다.
그곳으로 나는 걸어 들어간다. 소름 끼치도록 두려운 공기가 피부에 닿는다. 조심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적막을 부스러뜨린다.
나를 집어삼킨 괴물의 입 속을 걷는 것 같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까. 불쾌하니까. 미친 듯이 불안하니까. 당장이라도 이곳에서 뛰쳐나가고 싶으니까. 하지만 나는 계속 걷는다. 무서웠지만 두려웠지만 아무 생각 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자 저 멀리 조그마한 빛이 일렁이는 게 보인다. 나는 조금 더 다가간다. 빛은 점점 더 뚜렷해져 칠흑 같던 어둠을 밝히기 시작한다. 어둠이 으스러진다.
소름 끼치게 두려웠던 공기가 씻겨나간다.
사방으로 부서지는 빛을 나는 멍하니 바라본다. 빛은 내 눈에 더 깊게 담긴다. 그러자 눈부시게 아름다운 형상이 눈 앞에 펼쳐진다.
그때 난 깨달았다.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게 여기 있었다는 걸. 내가 미치도록 사랑하고 간절하게 원했던 게 소름 끼치도록 두려운 장소에 놓여 있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