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린이의 위스키 도전기
위스키 도즈어언!
새벽 2시. 난 컴퓨터 책상에 앉아 위스키 한 모금을 마신다. 두 달 전에 산 버번위스키인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 화장품에서 날 법한 아세톤 향이 아직도 남아 있다니. 밀려오는 후회를 어떻게든 외면해 본다. 아...아까운 내 10만원이여.
위스키를 너무 많이 따랐나? 아직 잔에 술이 반이나 남았다. 난 아랑곳 않고 남은 위스키를 싱크대에 부어 버린다. 하이볼로 타먹긴 싫고 그렇다고 입에 댄 걸 다시 병에 넣을 순 없으니까. 난 침대에 눕는다. 잠이 오지 않는다. 휴대폰을 켜고 구글 검색창에 들어간다. 검색 기록 중간에 보이는 '위스키 추천' 을 다시 한번 눌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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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위스키 몇 병을 구매한 적이 있다. 아마 코로나 시기였을 것이다. 평소에 위스키에 관심도 있었고 때맞춰 위스키 열풍까지 부니 한 번 경험해 볼 겸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 난 주종을 가리지 않는 편이다. 당연히 위스키도 잘 맞을 줄 알았는데, 그건 나의 오만한 생각이었다.
처음 마셔본 위스키는 아이리쉬 위스키로 유명한 제임슨이었다. 임슨이는 매웠다. 임슨이는 독했다. 알콜 도수가 높기도 했지만 알콜 향이 나를 더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어디서 들은 건 있어서 몇 주간 에어링도 시키고 물도 타보고 별 짓을 다해봤다. 이런 과정들이 위스키를 조금이나마 부드럽게 만들긴 했지만 딱 그정도 까지였다. 난 예상치 못한 사태에 위스키 입문 문턱에서 머뭇거렸다.
그 후로 위스키를 몇 병 더 구매해 봤다. 발베니 맥켈란 글렌리벳 등등... 숙성연도가 높지는 않았지만 나름 가성비가 좋다고 평가받는 술들이었다. 난 그때 결론을 내렸다. 위스키는 나랑 안 맞구나. 거의 대부분의 위스키에서 알콜 향이 강하게 났다. 도수가 쎈 게 문제가 아니었다. 알콜 향. 아세톤 향. 입에서 맴도는 그 향이 언제나 잔을 내려놓게 만들었다.
그런데 요즘 다시 위스키에 관심이 간다. 한 번 크게 데여놓고 왜 또 찔러보냐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연히 너무 괜찮은 위스키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조니워커 블랙. 처음에 하이볼 용으로 샀던 위스키인데, 그냥 한번 마셔보니 너무 맛있었다. 알콜도 안치고 독특한 향? 탄향? 이 되게 매력적이었다. 위스키는 나와 안 맞다는 편견을 깨준 갓성비 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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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앞으로 조니를 시작으로 여러 고숙성 위스키를 마셔 볼 예정이다. 기대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비싸게 산 술이 몇년 전 그랬던 것 처럼 또 나를 역하게 만들까봐. 혹은 위스키라는 게 한 번 빠지면 통장을 텅장으로 만들어버린다는데, 그렇게 되진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에이 몰라. 그때 가서 생각하지 뭐. 이미 결정했다. 일단 가보자. 위스키 도즈어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