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기준선

유독 나에게만 향하던 차가운 시선

by 소윤담

매일이 평가였다.
모닝 테스트, 미들 테스트, 파이널 테스트.
숨 쉴 틈도 없이 이어지는 시험의 연속이었다.

정규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하지만 나는 늘 아침 7시에 출근해 밤 8시까지 남았다.
하루에 13시간 넘게 책상 앞에 붙어 있던 셈이다.
공부하고, 복습하고, 또 복습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면 다리는 휘청거렸고, 내 영혼은 몸에서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문득 고개를 들면 하늘 위로 비행기가 날아갔다.
김포는 특히 비행기가 잘 보인다.
나는 힘들 때마다 하늘을 보았다.
비행기들이 밝은 소음을 내며 스쳐 지나갈 때마다
나는 ‘그래, 할 수 있어’ 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 순간만큼은 꿈과 희망, 긍정 같은 말들이 아직 내 안에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고3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다.
눈을 비비며 새벽까지 자료를 외웠고, 강사들의 피드백을 받아 적으며
‘나는 이 일을 오래, 행복하게 잘할 수 있겠지?’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상한 기류가 생겼다.
5명의 강사들 중 몇몇은 나에게만 유독 표독스러웠다.
날카로운 말투, 짧은 한숨, 차가운 시선은 모두가 나에게만 향하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내가 예민한 건가?’ 했지만 그럴 여유조차 없는 하루들이 이어졌다.
이 곳에서는 누가 나를 싫어하든, 누가 나에게 상처를 주든 버티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이었다.
아니, 선택조차 없었다. 그냥 견뎌야 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점점 작아졌다.
어느 순간 거울 속의 나는 어깨가 말리고, 표정은 굳고, 눈빛에서는 생기가 사라져 있었다.

“내가 이상한 걸까?”
그 질문을 밤마다 삼켰다.

자존감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흙처럼 조금씩, 그리고 확실히 무너졌다.

어느새 “괜찮아.” 그 말이 내 입에서 자동으로 흘러나왔다.
괜찮지 않은데. 종아리가 붓고, 손끝은 떨리고, 마음은 지쳐 있는데.

내가 나에게 속삭였다.
씨발… 나는 왜 이렇게까지 나를 몰아붙였을까.


왜 한 번도 나를 안아주지 않았을까.
왜 한 번도 내 편이 되어주지 않았을까.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퇴사한 지 한 달이나 지났는데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때의 말투, 시선, 속도, 자세, 감정까지도 하나하나 떠오른다.

결국 그들이 내게 하고 싶었던 말은 아주 단순했다.

“너는 우리가 원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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