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폭력의 교실

질문도 허락되지 않던 곳에서 나는 천천히 무너졌다.

by 소윤담

교육 첫날, 나는 이미 ‘적응’이라는 단어에서 멀어져 있었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 낯선 규칙.
그리고 내 또래 여자 강사들이 만들어내는 묘한 공기까지——
그곳은 이상할 만큼 ‘조용한 압박’으로 가득 차 있었다.


9시부터 6시까지 이어지는 정규 교육.
다른 사람들은 쉬는 시간이면 담배를 피우러 가거나 화장실을 갔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점심도 삼키지 않은 채, 손에 쥔 교재만 뚫어져라 보며
“조금이라도 더 따라가야 한다”
그 생각 하나로 버텼다.


사실, 이 일은 단순한 ‘직업’ 이상의 의미였다.
이십때의 나는 승무원이 되고 싶었다.
국내·외항사를 가리지 않고 서류를 넣고, 밤새 스터디를 하고,
외항사 면접을 위해 영어 과외까지 받았던 시절.
그때의 나에게 하늘은 꿈이자 목표였다.


그러다 직장을 다니며 잊어버렸던 그 꿈이 서른 중반이 되어 다시 날 찾아왔다.


“아, 나는 여전히 비행기와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10년 가까이 서비스 직군에서 사람을 상대하며 얻었던 감각,
‘고객을 컨트롤하고 설득하는 힘’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게 나의 무기였다. 그래서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다시 뛰고 싶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3개월만 버티자.
버티면, 다시 날개를 펼칠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빨리 눈치챈 건,
이 곳의 ‘친절함’은 껍데기뿐이라는 사실이었다.


오리엔테이션 날, 한 강사가 말했다.

“제 흐름 끊기니까 수업 중에 질문하지 마세요.”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수업 끝날 무렵, 같은 사람이 또 말했다.

“이 반은 왜 이렇게 질문이 없어요? 이해는 하고 있는 거예요?”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무슨 장난인가 싶었다.
그런데 이건 장난이 아니었다.
이곳의 룰이었다.

이해가 안 가면 이해될 때까지 복습하고,
집에 가서는 달달 외우고, 다음 날엔 또 똑같이 무너지고, 다시 쌓았다.
그 이상한 일을 ‘정상’이라고 믿으면서.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또 다른 진실을 보았다.


강사들은 ‘전문가’라기보다는 그 회사에서 일하다가 지원해서 온 사람들이었다.
그런데도 같은 직원에게 함부로 대했다.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엔 표정부터 달라졌다.
“이해가 안 돼요? 지금 뭐 하는 거예요?”
그 말투, 그 표정.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나는 참았다.
집과 가깝고, 하고 싶던 항공 관련 일이고,
급여도 아주 나쁜 편은 아니었으니까.
참으면 괜찮아질 거라 스스로 설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만두지 않은 걸 후회하진 않는다.
그 순간의 나는 최선을 다했고,
최선을 다한 사람은 후회하지 않는다.


단지 알게 되었을 뿐이다.
왜 사람들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을 끊거나, 도망치듯 퇴사하는지.
나는 그 마음을 아주,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걸.


그리고 그것은…
아직 시작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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