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에 들어갔는데 학생 한 명이 울 것 같은 표정이어서 "무슨 일 있어?"라고 물어봤으나 아이가 고개를 저으며 "아무 일 없어요"라고 답했다.
왠지 말하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는 것 같아 "선생님이 모른채하고 지나가주면 좋겠니?"라고 묻자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네"라고 답했다.
아이들이 다 집에 간 후에 아무래도 계속 신경이 쓰여서 전화로 "혹시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지 선생님한테 알려줄 수 있을까?"라고 물어보니 "친하고 같이 다니는데 왠지 저만 겉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어요"라고 답했다.
지금의 나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의 경우 나를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를 오래 만난 사람일수록 내가 극강의 내향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심지어는 매우 예민해서 조그만 일에도 잠을 설치기 일쑤고 항상 뭔가를 해야 한다는 초조함에 발을 동동 굴린다는 것도 안다.
어렸을 때 무리에서 내처 져 본 경험이 있어 의도치 않게 무리에서 나만 겉도는 것 같다는 신호들을 민감하게 캐치하는 편이다. 실제로 내가 속해있는 그룹의 사람들이 나를 불편해하는지 아닌지의 여부와 상관없이 그들이 무의식적으로 보내는 신호들을 민감하게 캐치하고 반응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내 이야기는 하지 않고 남의 의견에 따라가고 항상 강박증처럼 좋은 말만 하려고 노력한다.
지금 생각하면 다 의미 없는 일인데 학창 시절에는 나 혼자 밥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포장을 해온 뒤에 화장실에서 먹었다. 남들이 나를 이상하게 볼까 봐 괜히 바쁜 척 행동하고 말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친구가 "너 옆에만 있으면 숨 막혀"라는 말을 했다.
군중 속의 외로움이라고 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입을 닫고 내 색깔을 지워나가는 사람이다. 소수의 사람들, I 성향의 사람들끼리 모여있을 때는 말을 잘한다. E 성향의 사람이 끼면 입을 닫는 편이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건 이게 잘못된 게 아니라 그냥 나는 그런 사람이라는 거다.
누군가 나에게 책을 왜 읽냐고 물어본다면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남들도 다 그러는구나'하는 안심을 받기 위해서 읽는다. 읽다 보면 '내가 정상이구나', '나보다 더 심한 사람도 있네'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무리에서 주연 배우를 할 필요는 없다. 이 무리에서 잘 못 지내도 다른 무리에서 잘 지낼 수 있다.
I(내향)냐 E(외향)냐 보다 중요한 건 내가 다크 한 에너지를 뿜으면서 사람들이 나한테 다가오는 것을 막는 행위인 것 같다. 그리고 나 자신과 매일매일 친할 수 없듯이 원래 인간관계를 맺는 것은 부서지고 수리하고 다시 만들고 하는 과정의 반복이다. 그러니 인생에 있어서 진정한 친구 3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원래 내 말만 하고 싶어 하고 남의 말은 잘 안 듣는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면 편하다.
집착은 모든 고통의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인간관계에 너무 집착할수록 나만 힘들다. Auto라서 나도 모르게 안테나가 켜져서 '지금 무리에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빨리 대책을 강구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 때면 바로 반응하기보다는 '아 켜졌구나. 그대로 두면 꺼지겠네'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감정이 그대로 흘러갈 수 있게 내버려 두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넌 매우 정상이고 다른 사람도 같은 생각을 하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지금 드는 이 순간 이 감정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니"
p.s 사람들이 T(이성적)에게 F(감성적)인 척 하라고 하는데 F 성향이 강하면 의도적으로 T를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야 감정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