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고 있는 것을 여러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직업이다 보니 다른 사람의 강의를 듣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번에는 어떤 강의를 들어볼까 하다가 이희영 작가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개인적인 일정이 있어 문답시간부터 참여를 하게 되었는데 튀고 싶지 않아 옆에 앉아있는 학생에게 "얼른 질문해 봐, 흔치 않은 기회다. 기회는 왔을 때 잡는 거야"라고 말하며 대신 팔을 들어주다가 감사하게도 내가 질문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2년 넘게 열심히 글을 쓰고 투고도 해봤지만 매번 반려를 당하는 처지라 지금은 나 스스로 '나에게는 작가로서의 재능이 1도 없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혹시 작가님도 그런 시기가 있지 않았을까 해서 "작가님은 '난 글을 쓰는 재능이 없으니 절필해야겠어'라는 생각을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을 했다. 질문을 하면서도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을 한건 아닌가'하며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참신한 질문이라고 말해주셨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작가님은 독자를 위한 책을 쓰고 작가님이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독자는 자기 자신이라고 말씀하셨다. 즉 내가 재미있는 책을 쓰고 절필은 내가 아닌 독자들이 시키는 거라고 말씀하시며 내 책을 가장 먼저 읽는 독자인 내 자신이 읽었을 때 재미있고 만족스러운 글을 써야 하고 그건 자신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순간 "띵"하고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작곡을 전공했지만 남들보다 참신한, 남들보다 뛰어난, 딱 들었을 때 이건 대박을 치겠다는 느낌이 드는 곡을 만들 자신이 없어서 일찌감치 작곡가로 성공하는 건 포기하고 음악교사의 길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름 창의적인 창작물을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었어서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이 많이 되었다. 그래서 '저 사람의 어떤 부분에 사람들이 매료당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며 강의를 들었다. 강의를 들으며 내가 내린 답은 "자기 확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클래식 중에는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이 꼭 들어있다. 차이코프스키가 이 곡을 작곡을 하고 루빈스타인에게 초연을 의뢰했으나 "이건 쓰레기야! 형편없어! 연주할 가치도 없어!", "이 걸 그대로 연주하느니 내 손을 자르는 게 낫겠어"라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그는 고민 끝에 수정을 거부하고 1년 뒤 러시아가 아닌 미국에서 초연을 했고 대성공을 거두게 됐다.
어쩌면 내가 작곡을 그만두고, 글 쓰는 것을 그만둔 이유는 "나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가 다 끝나고 사인을 해주고 계실 때 한번 더 용기를 내어 "첫 책을 출간하기까지 보통 얼마의 준비 시간이 걸리나요?"라는 질문을 했다. 2년 정도를 예상하고 한 질문이었지만 "처음 글을 썼는데 바로 큰 상을 타고 출간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보통 10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라는 답변을 해주셨다. 10년이라는 기간이 당혹스럽기도 하고 '몇 년은 더 도전해 볼까?' 하는 용기가 생겼다.
동료 국어 선생님께서는 "국어를 잘하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해"라고 말씀하시며 "10년간 꾸준히 많은 책을 읽어오며 벌린 조금의 간격이 지금 성적 차이가 나는 거야"라는 조언을 학생들에게 해주신다고 하셨는데 글을 쓰는 것도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대입을 치르기 위해 우리는 짧게는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총 6년의 시간을 쏟아붇는다. 길게 보면 초등학교 6년도 포함해야 될 것 같다. 그렇게 긴 시간을 쏟아부어 전공과 대학을 결정한다.
재테크 책과 강의를 들으면 "3년만 열심히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어요"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3년의 시간이 지나도 변한 건 크게 없는 것 같다. '난 재능이 없나 봐'라고 내 자신을 탓하며 다른 것을 기웃기웃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워렌 버핏은 90세가 넘는 나이임에도 아직도 주식 공부를 하고 있다. 어쩌면 '빨리해야 된다'는 조바심이 나를 망치는지도 모르겠다. 느리지만 천천히,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