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면서 느낀건 사람들의 생각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학부모 상담을 하면 "학업성적"에 대한 상담이 주를 이뤘는데 요즘은 "친구와의 관계",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 대한 상담이 주를 이루는 것 같다.
한가지 특이한 점을 들자면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나빠지는 것을 두려워해서 "잔소리"하는 것을 기피하기 때문에 "다양한 학교 행사에 열심히 참여해라", "공부 열심히 해라"와 같은 말을 선생님이 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요즘 학생들을 보면 선생님과 학생,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의 차이를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부모님께 하던 행동을 선생님께 그대로 한다. 친구에게 할 것 같은 농담을 선생님께 던지고 엄마에게 스트레스를 표출하듯이 짜증 내고 가끔 가벼운 욕도 한다.
나이를 먹고 꼰대가 되어가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관계가 무너진다는 두려움 때문에 해야 할 말을 안하고 참고 넘어가거나 누군가는 하겠지하고 책임을 회피하게 되면 상황은 더 악화되는 것 같다.
인간관계는 썸 타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밀당이 필요하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도 밀당이 필요하고 선생과 학생 간의 관계도 밀당이 필요하고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관계도 밀당이 필요하다. 너무 퍼주기만 하면 오히려 관계를 망치게 된다. 때론 쓴소리를 해서 밀기도 해야 한다.
지금 고등학생 자녀를 두신 학부모님들은 세월호, 코로나를 다 겪어서 그런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는 생각이 있으신 것 같다.
"공부 열심히 해"라고 잔소리하면서 아이와의 관계가 틀어질 바에는 학업 성적에 관한 잔소리를 안하는 쪽을 택한다.
대학교 졸업장의 가치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공부로 성공하는 길이 돈을 많이 벌기 위한 유일한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공부 머리가 안된다고 판단하시면 사업하라고 이야기하시는 부모님도 계신다. 그런 의미로 고등학생 때부터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의 사업을 해보고 실패한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참 용기 있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취업이 너무 힘들어서 그런지 문과 성향의 아이들도 많이들 이과를 선택하는 추세인 것 같다. 그래서 문과 과목과 이과 과목을 적절히 섞어서 수시를 준비한다. 그중 많은 분들은 "주위에 문과를 가서 고생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서 어릴 때부터 이과 성향을 강화시켜 주기 위해 노력 많이 했어요."라는 말씀을 하신다.
학교 선생님들 중에는 서울대를 나오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내 주위에는 서울대를 나왔음에도 자리 잡지 못하고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한 번은 학생들에게 "내 친구는 서울대 나왔는데 지금 유튜버야. 의사도 유튜브 하고 변호사도 유튜브 하고 기승전 유튜버인 것 같아"라는 말을 했다.
어느 대학보다 학과가 중요하고 학과보다 나에 대해서 잘 아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나는 AI와 공부한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건 대학교 졸업장, 대학원 졸업장은 '나 이렇게 공부 많이 했어요. 아는 것 많고 똑똑하니까 나를 뽑아요'가 아니라 '나는 이런 인맥이 있으니까 나를 뽑으면 이쪽 사람들과 인맥을 쌓기 좋을 거예요'라는 의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라는 것은 무조건 자녀의 말을 들어주기만 하라는 것이 아니라 썸을 타듯이 적당히 밀고 당기기를 해야 한다. 때론 혼내고 다그치면서 일방적으로 부모의 생각을 아이에게 주입하는 것도 필요하고, 논쟁을 펼치면서 의견차이를 좁혀가는 경험도 필요하다. 그래야 아이의 사회력이 키워진다.
남이 해주겠지 선생님이 해주겠지 하면서 선택의 순간에 도망치면 아이는 혼자 남겨진다. 부모가 아이와의 관계가 멀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선생님들도 아이와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1년이라는 시간만 보면 되니까 어쩌면 부모보다 더 '그냥 내가 참고 넘어가지 뭐. 일 크게 만들어서 뭐 해'하는 부분도 있다. 결국 부모가 해야 하는 역할은 부모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다행인 건 수능처럼 일 년에 한 번만 보는 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수정할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뭐든 천천히. 멀리보고 생각하고 행동하자. 급하게 빨리 빨리 하려고 하면 될 일도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