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겪어내야 할 나의 몫

by yuri

고등학생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로 체험학습을 다녀왔는데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혼자서 버스나 지하철을 타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예전 같으면 같은 학년은 같은 목적지로 대형버스를 빌려서 체험학습을 가겠지만 요즘은 반별로 각자 체험학습 장소를 결정한 뒤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알아서 온다.

중학교에 있을 때야 '중학생이니까'하는 생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본 경험이 없는 학생들을 학교에 집합시킨 뒤 다 같이 데리고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목적지로 갔다. 그 과정 중에 지하철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 때문에 시민들의 따가운 눈초리도 받고 정류장을 잘못 내리거나 행렬을 이탈해서 길을 잃어버리는 아이들을 찾아 나서느라 진땀을 뺀 적도 있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중학교니까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고등학생도 똑같았다.


요즘 애들은 어른들이 다 떠먹여 주다 보니 물어보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 같다.

한 번은 놀이동산에 남아서 더 놀겠다고 해서 그곳에서 종례를 한 후에 퇴근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 반 학생에게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정문 게이트로 나가는 방법을 모르겠어요"였다. 이미 놀이동산을 나온 뒤라서 직접 데려다줄 수도 없고 말로 설명하기도 어려워서 놀이동산에 있는 식당 사장님들이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직원들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이것 외에도 "선생님 지하철 잘못 탔어요. 어떻게 해야 해요?", "길을 잃어버렸어요. 어떻게 해야 해요?", "놀이동산에서 지갑을 잃어버렸어요. 어떻게 해야 돼요?"등 내가 어떻게 해결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쏟아졌다.


문제 상황을 만나면 그 문제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찾아서 물어봐야 한다. 아무나 또는 답을 모르는 나랑 친한 사람이나 편한 사람한테 물어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고 대화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사실 이런 경험은 어렸을 때 많이 해봐야 되는데 부모님의 과잉보호 등으로 인해 어렸을 때 경험하지 못하니 커서 경험하게 되는 것 같다. 어렸을 때 해야 할 경험을 커서 하려고 하니 더 부끄럽고 주저하게 되는 것 같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많은 일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사람마다 때는 다르지만 반드시 겪고 이겨내야 할 내 몫의 경험이 있는 것 같다.

무섭고 두려워서 피해 가다 보면 나이 들어서 그 경험을 해야 한다. '미래의 나는 나이가 들고 좀 더 성숙해져 있으니까 더 잘 해결하겠지'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내 착각일 뿐이다. 그 경험과 관련해서는 난 몸만 어른일 뿐 마음과 정신은 어린아이이다.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라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겪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젊음의 좋은 점은 실수해도 "어리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주는 점이다. 나이 들고 실수하면 "나이값 못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토요일 연재
이전 07화언제 행복하다고 느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