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 안고마웠어

by yuri

가끔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지금껏 살아오면서 나는 이런 미친 짓까지 해봤다. 손?"이라는 질문을 한다.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으면 "선생님은 말이야 수학여행을 안가고 방송실에서 드라마를 보다가 그 드라마를 전교에 생방송을 하는 바람에 엄청 혼난적이 있거든~"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모범 교사가 아니라서 그런지 난 학생들에게 "사고 치지 마"가 아니라 "수습 가능한 사고만 치자"라고 말한다. 그러면 꼭 학생 한 명이 "선생님이 그런 말 해도 돼요?"라고 말하고 나는 "안될 건 또 뭔데?"라고 답한다.


너무 모범적인 학생 한 명이 학부모 상담을 앞두고 "선생님 저희 부모님은 학교에서 적당히 사고 치고 살라고 하는데 이건 아니지 않아요? 부모님한테 그러면 안 된다고 말씀해주세요." 라고 해서 나는 "선생님도 부모님의 의견에 동의한다. 같은 사고여도 어른이 돼서 치면 수습이 잘 안되는데 학창시절은 학생이니까 그래도 수습이 되거든. 인생사 지랄 총량의 법칙에 의해 우리는 언젠가 지랄을 할 건데 이왕이면 학창 시절에 경험해 보는게 나쁘지 않을 수도..."라고 말했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창의력이라고 생각한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야 된다. 그게 성공 경험이든 실패 경험이든 되도록 다양하게 많이 해봐야 한다.


"선생님은 굴곡진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의 음악을 좋아해"라는 말을 하면서 "우리 대부분은 구김살 없는 인생을 살고 싶어 하지만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 인생은 나라는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인데 특색 없는 브랜드는 시장에서 사양되거든 "이라고 말했다.


내가 자주 듣는 곡 하나를 선정해서 이 곡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발표하는 수업을 하고 있는데 학생 한 명이 "여기 가사를 보시면 <그동안 고마웠어요>라고 적혀있지만 가수는 노래를 <그동 안고마웠어요>라고 부릅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와닿았습니다"라는 말을 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는 오래 함께했던 사람들과 헤어질 때 하는 말이다. 퇴사할 때 인사차 "그동안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라고 말하는데 문뜩 '그게 좋았으면 퇴사를 안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대놓고 말하지 못하니 "그동 안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 아이에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어?"라고 물어보니 "학창 시절 방황을 많이 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다"라고 답했다.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작사를 하거나 소설을 써보는 게 어떠겠냐는 제안을 했는데, 아이가 자기가 만든 곡을 들려주면서 "한참 방황하던 때에 이 생각과 감정을 노래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노래를 잘하는 친구를 꼬셔서 12만원에 녹음한 노래예요"라고 했다. 그 곡을 들으면서 '이게 재능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요즘 사람들을 보면 성공에는 관대하고 실패에는 야박한 것 같다. 뭐 하나 잘못하면 죽자고 덤벼든다. 하지만 대를 위해 자잘한 실수는 그냥 넘어가 줄 수 있는 관대함이 필요한 것 같다. 그게 나든, 내 부하직원이든

참신하고 창의적인 것을 원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나와 다른 것. 이상한 것을 받아들인다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익숙한 경험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경험하니까 실수하고 어렵고 짜증 나는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이 실패와 실수의 경험이 내 것으로 잘 소화가 된다면 한 단계 더 나아진 나를 발견할 이다.


이왕하는 실패, 실수는 덜 쪽빨리게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하는게 좋은 것 같다. 그렇다고 무시당하고 살라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사수고 가르치는 입장이라도 우리는 똑같은 사람이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지적질하고 자기의 방식만을 고집하는 우물 안의 개구리 같은 사람은 내 쪽에서 사양한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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