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겨진 굴레

by 이야기여행자

KS3019와 JQ9920은 희미한 소리를 쫓아 오래된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좁고 긴 복도는 숨이 막히도록 눅눅했고, 습한 공기와 낡은 벽의 곰팡내가 뒤섞인 좁은 벽과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묘하게 메아리쳤고, 어두운 통로 끝자락에서 은빛의 무언가가 번쩍였다. 거기엔 한 소녀가 서 있었다. 소녀는 은빛 헬맷을 벗어던지고, 눈부신 맨얼굴로 노래하고 있었다.


“너는…”

KS3019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그러나 말끝을 맺지 못했다.

“멈춰! 노래 부르는 행위를 중단하고, 당장 헬맷을 착용하라!”

JQ9920이 본능적으로 레이저건을 겨누며 소녀에게 소리쳤다.

“본부. 코다 조직원 발견. 이름 MY0401, 좌표위치는…앗!”


그 순간 KS3019는 자신도 모르게 레이저건의 손잡이로 JQ9920의 후두부를 강하게 가격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는 바로 기절해 버렸고, KS3019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숨을 헐떡였다.
‘내가… 무슨 짓을…’

MY0401, 세이렌은 노래를 멈추고 서서 천천히 KS3019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맑았지만 흔들림 없는 단호함이 깃들어 있었다.


“당신도 느끼고 있죠? 이 세상이… 우리가 사는 이곳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무서운 한마디가 내려앉은 순간 KS3019의 내면에는 두 가지 감정이 격렬하게 부딪혔다. 즉시 체포해야 한다는 경찰관으로서의 의무와 이 소녀가 보여주는 노래야말로 진짜 세상이라는 꿈과 욕망이었다.

한참의 침묵 끝에, KS3019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 누구에게서 배운 거지?”

“나를 따라와요. 모든 것을 알게 될 거예요. 그전에 먼저 헬멧을 벗어주셔야 해요.”

소녀는 살포시 미소 지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세이렌을 따라 들어간 공간

세이렌을 따라 내려간 곳은 허물어진 공연장 지하, 먼지와 어둠에 묻힌 어두컴컴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한편에는 따스하면서 그리운 빛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속삭이며 모여 앉아 있었다. 모두 맨얼굴로 오염된 대기 속에서 숨을 쉬고 있었다. KS3019는 놀라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 헬멧 없이 잠시 숨을 쉬는 것은 가능했다. 인간의 적응력이란 놀라워서 핵미세먼지와 바이러스로 오염된 환경 속에서도 30여분은 거뜬히 버틸 수 있도록 짧은 기간 동안 적응하였고, 이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항체를 주기적으로 투입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래 지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KS3019는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해서 들고 있던 헬맷을 다시 쓸까 하고 망설였다. 그러던 와중에 문득 이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맨얼굴로 살아왔는지도 궁금해졌다.


“헬맷의 필터는 정화만이 목적이 아니야. “

뒤에서 나타난 익숙한 목소리에 KS3019는 깜짝 놀라 몸을 돌렸다.

“가장 중요한 건 따로 있지. 필터 안에는 신경가스를 만들어 내는 장치가 있기 때문에, 정화하면서 미량의 신경가스를 공기와 섞은 채 투입하여 인간의 욕구를 억누르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
그 그림자는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헬멧을 벗어던짐으로써… 비로소 시작할 수 있는 거야. 그리고 우리의 대기는…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심각하지 않아. 자연은… 실로 위대하거든.”


그 말과 함께, 지하공간의 따스한 숨결이 그를 에워쌌다.
KS3019는 그 목소리를, 그 사실을, 그리고 자신이 놀랐다는 것을 부정하듯 천천히 손끝으로 들려 있는 자신의 헬멧으로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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