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다의 문

by 이야기여행자

“우리가 지난번 검거했던 자들… ‘코다(CODA)’라는 조직소속이야”

JQ9920은 무표정한 얼굴로 HUD에 떠 있는 순찰 임무를 확인하며 무심히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금속을 긁는 듯 낮고 건조했지만, 어딘가 비릿한 흥분이 섞여 있었다.

“코다?”

KS3019가 반사적으로 되묻자, JQ9920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 자네가 생각하는 그 코다야. 음악에서 곡의 끝을 의미하는, 마침표.”

잠시 정적이 흘렀다. 본인을 세이렌이란 칭했던 MY0401이라는 소녀도 코다의 소속이었던 것인지 궁금했다.

“아마도 허가받지 않은 활동을 통해 기존 체제를 전복시키고 이 세계의 마침표를 찍겠다는 그런 의미인게지.”

JQ9920는 건조하게 말했지만 다시 한번 헬멧 안 그의 입가엔 비릿한 웃음기가 느껴졌다.

“현재 우리 구역에서만 활동하고 있는 것 같은데, 위반율 최우수인 우리 지역으로서는 굉장히 치욕스러운 사건이야. 반드시 그들을 뿌리 뽑아야 해.”

그의 단호한 말투에 KS3019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면 동조했다.

“일단은 나가보자고”

헬맷의 HUD에 오늘의 임무가 떠올랐다.


‘코다 위치 파악, 다수의 무허가 라이선스 행위 포착, 전원 검거 요망.’


Zone113의 외곽은 아직도 마지막 전쟁의 상흔으로 모래바람이 몰아쳤지만, 중심 도시인 센트럴타운은 여전히 홀로그램 간판이 번쩍이고 수많은 인파가 회색 보호복과 은빛 헬멧을 쓴 채 흐르듯 움직이고 있었다.

KS3019는 헬멧의 차가운 내부에서 숨을 고르면서, 코다의 조직원이라 언급된 그들의 얼굴을 머릿속에서 기억해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헬멧 안에 숨어서 어떤 얼굴로 어떤 표정으로 살아가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의 붉게 상기된 얼굴과 환희에 찬 표정은 방금 전의 모습처럼 생생히 떠올랐다. 하지만 ‘라이선스 없는 행동’이라는 이유 하나로 그 얼굴과 표정들은 모두 공포에 질려 참혹하게 변한 장면은 잊히지 않았다.

경찰관들이 사용하는 레이저건

오염된 대기는 헬멧의 필터를 통해 깨끗이 정화되어 일정한 박자로 공기를 뿜어내고 있어 KS3019의 귓가에 반복적으로 남았고, 차갑고 메마른 공기 속에서 그의 마음은 오히려 더 답답해졌다. 어느덧 거빈타운 입구에 들어섰고 둘은 차에서 내려 오래된 광장 앞에 도착했다. WT0530의 지휘하에 20명의 경찰관이 투입된 대규모 소탕작전이 막 시작되려던 참이었다. 조명탄의 희미한 빛이 무채색 건물 벽에 일렁이고, 허물어진 콘크리트 바닥에 서늘한 바람이 흩날렸다.


“모두 각자의 HUD에서 임무를 확인하고 즉시 투입한다. 무기를 소지한 자가 있을 수도 있다. 레이저건을 장전하여 유사시에 쓰도록. Director의 판단에 따라 사살도 허용. 이상이다!”

명령이 떨어지자 20여 명의 경찰관은 둘씩 짝지어 어둠 속으로 흩어져 도시를 순찰하기 시작했다. KS3019는 JQ9920과 같이 광장의 서쪽으로 이동했다.

그때였다. KS3019는 헬멧의 통신망을 뚫고 희미한 선율을 들을 수 있었다. 분명 MY0401의 목소리였다.


“긴 방황…?”

“뭐라고? 무슨 소리가 들려?”

JQ9920은 경계자세를 취하며 KS3019를 바라봤다.

‘JQ9920은 못 들은 건가? 환청?’

KS3019는 짧게 숨을 들이켰다.

“아니야. 아무 소리도 아니야. 앞쪽으로 더 가보자.”


“잠깐…무슨 소리가 나는데.”

JQ9920은 손을 들어 나를 제지하고는 가만히 좌측 골목 어귀를 응시하였다.


우리가 다가간 건물 문위에는 락카로 칠한 듯한 문양이 있었다. 검은색 원안에 부서진 사슬이 교차하고 그 위에 코다 기호가 새겨져 있었다.


‘사슬은 통제와 억압된 체제를, 그렇다면 깨진 사슬은 해방과 저항이라도 의미하는 것인가?’


KS3019는 망연히 문 앞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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