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로 내려가는 나무계단은 썩어 문드러져 한 발만 잘못 디뎌도 산산조각이 날 것 같았다. KS3019는 숨을 죽였다. 삐걱대는 소리 하나로도 지하의 노래 주인공이 자신을 눈치챌 것 같았다. 그는 나무계단으로 내려가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건물 외벽을 따라 천천히 한 바퀴를 돌았다. 노래는 끊이지 않았다.
바람결에 실려오는 소리는 더욱 또렷해졌고, 그것은 그가 무심코 이어 붙였던 멜로디… 그 남자가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던 바로 그 곡이었다.
KS3019는 일단 통로를 찾는 것은 포기하였다. 그리고 눈을 감고 가만히 서서, 단 하나의 감각만을 남겨둔 채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작은 종이 울리듯, 한 올 한 올 바람에 녹아 실려오는 섬세한 노랫소리.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그의 심장이 이유 없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벅차오르는 감정이 느껴졌다. 그는 애써 정신을 차리고 이를 부정이라도 하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이건 감정오염이야.’
그는 다시 건물 구석구석을 살피며 통로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쪽 모퉁이에서 벽돌 하나가 이상하게 손때로 반들반들하게 닳아 있는 걸 발견했다.
스르륵. 조심스레 손바닥으로 벽돌을 지긋이 밀어내자 비밀통로가 열렸다. 차가운 공기가 밀려나오며 그 아래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어둡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계단은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어두웠다. 벽에 손을 짚으며 조심조심 계단을 밟아 내려가면서 오히려 두렵기보다는 점점 평온해짐을 느꼈다. 노랫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
폐허 한가운데, 부서진 콘크리트 기둥 사이에 놓인 작은 금속 상자 위에 걸터앉아 헬맷도 없이 얇은 숨을 내쉬며 가느다란 팔과 긴 손가락으로 낡은 피아노를 연주하는 한 소녀, 빛바랜 머리카락이 미세한 공기흐름에 흩날렸고, 눈은 깊은 호수처럼 고요했다. 피아노 선율에 맞추어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는 인간의 것 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맑고 투명하게 울려 퍼졌다.
KS3019는 숨조차 쉬지 못했다. 단 한 명의 관객으로서 공연에 초대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노래가 끝나자 소녀는 천천히 손가락을 떼고 시선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헬멧을 쓰지 않은 맨 얼굴에는 어떤 필터도, 감정조절도 없었다. 열세 살? 아니 열네 살쯤 되었을까?
“긴 방황…이라는 곡이야.”
“너는… 누구지?”
KS3019의 목소리는 자신도 모르게 떨리고 있었다.
소녀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오래된 기억을 건드리는 듯 낯설고도 그리운 느낌이다.
“세이렌…”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듯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를 덧붙였다.
“곧…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그 말과 함께 그녀는 어둠 속으로 천천히 사라졌다. 남은 건 여전히 공기 중에 머무는 노래의 잔향뿐이었다. KS3019는 그 자리에 선 채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위험하다는 경고 알람을 울려댔지만 심장은 그 어떤 경고음 보다고 크고 격렬하게 뛰고 있었다.
순간 그는 깨달았다.
자신은 지금, 금지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러나 완벽한 환희를 느끼고 있음을.
KS3019의 헬멧 HUD에는 경고 문구가 30여분 전부터 점멸하고 있었다.
‘MY0401. 비인가 음원 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