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스카 미술관 - 리켄 야마모토
건물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 리켄 야마모토라는 사람에 대해 잠시 이야기 해보겠다. 많은 수식어로 그를 설명할 수 있겠으나 이제는 2024 프리츠커상 수상자라는 단어로 그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프리츠커의 위상이나 그 무게감이 예전 같지 않음에는 분명하나 확실한 것은 수상자의 건축관은 곧 그 해 혹은 당대 가장 주목 받거나 중시되는 가치관과 그 결을 같이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 역시 최근에는 흔들리고 있으나 그래도 근 10년간 프리츠커 수상자나 혹은 유력했던 후보들은 분명 공공성과 대부분 밀접해있다. 재작년 수상자인 치퍼필드는 그 결이 조금 다르긴 하나 케레나 알레한드로 아라베나 등 많은 수상자들이 사회적인 움직임을 보인 이들이었고 2024년 수상자인 리켄 야마모토 역시 공공성에선 가장 건축적으로 높은 퍼포먼스를 보인 건축가이다.
개인적으론 공공성이 건축 혹은 공간으로만 이야기 될 수 없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공간이 물리적인 요소라면 공공성은 이를 초월한 요소이고 직접적으로 연계되기엔 다른 요소들 또한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건축가라면 주어진 요소들을 잘 조합하여 이를 공간적으로 풀어내는 역할을 맡았고 그렇기에 과분할 수는 있지만 공공성을 조성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리켄 야마모토 역시 그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알 수 있듯 집합주거, 학교, 캠퍼스등이 그의 주된 영역이고 모든 프로젝트에서 주어진 요소들을 자신의 언어로 적절히 가공하여 공공성을 공간 속에 구현하기 위해 그의 커리어 내내 노력하였다.
리켄의 어휘를 한 단어로 설명하면 경계이다. 그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알 수 있듯 그가 경계를 다루는 모습은 강하기보단 약하고 가볍다. 단순 유리벽으로 마감된 외벽 또한 많지 않고 적절한 루버로 면간의 적절한 경계를 이루었으며 필요하다면 이중, 삼중의 경계를 과감히 사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집합 주거 프로젝트에서는 그렇지 않으나 캠퍼스 등의 공공건축 프로젝트의 경우 구조적인 공법을 통해 비어있는 곳이라는 공간의 직설적인 뜻 그 자체의 빈 공간을 구축하고 그 속에 채워진 공간을 배치하는 모습 또한 그의 주된 어휘이다. 집합주거에선 빈 공간을 층과 층 사이나 현관 옆에 배치하는 등 수직벽 방향으로 위치시켜 대담하면서도 직설적인 어휘를 사용한다.
요코스카 미술관은 공공건축에서 사용되었던 그의 어휘들이 총집합한 모습이다. 전체를 구성하는 거대한 유리 박스, 유리 박스를 지탱하는 트러스와 철골족의 가벼운 어휘, 푸른 빛으로 틴팅된 유리, 유리와 거리를 두어 내부공간을 구성하는 필렛된 거대한 백색의 박스, 하늘의 빛과 마주하는 바다를 그리고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나 미술품을 보는 사람들을 담은 2m가량의 원형 보이드, 난간을 통해 적절한 경계를 이루는 층과 층사이 등 수많은 어휘들이 극적으로 사용되며 그는 자신의 건축관을 리조트 같은 미술관이라는 컨셉에 맞춰 드라마틱하게 뽐내고 있다.
미술관은 건축을 뽐내기 쉬운 프로그램처럼 보이나 사실 좋은 건축을 하기에는 정말 어려운 주제이다. 공간의 특징상 층고가 높은 대공간 등을 만들 수 있기에 매력적이나 결국 전시를 위해선 빛을 막아야하기에 결국로비부나 복도만 멋진 그리고 결국 전시공간은 개미굴과 같은 공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은 운이 좋게도 전시뿐만 아니라 바다의 전경 역시 주인공이었기에 리켄은 과감히 외부의 전경과 빛을 끌어들일 수 있었고 그 결과 바다를 면하는 면의 공간의 경우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채광이 쏟아지는 그리고 외부와 열린 모습으로 마무리 될 수 있었다. 정말 드물게 모든 공간이 건축가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미술관이었기에 더욱 특별한 곳이라고 생각된다.
치즈에 뚫린 구멍처럼 불규칙하게 생긴 구멍들 사이로 들어오는 자연광은 죽어있듯 조용하고 고요한 미술관이라는 공간에 그날의 시간과 날씨, 계절 등을 부여한다.
바다를 향해 나있는 구멍은 관람객을 끌어들임과 동시에 외부의 공간을 내부로, 내부의 공간을 외부로 서로 끌어당기는 전이적인 장치이다. 관람객은 저 구멍을 통과해 다리를 지나며 전시장에 출입한다. 전시장을 구분하는 하나의 면을 다리를 통해 통과하는 경험은 이 곳을 향한 관람객의 동선을 더욱 극적으로 연출한다.
매스와 껍질을 연결하는 정교한 와이어 구조는 그의 텍토니컬한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중력을 현상적으로 드러내며 구축의 과정과 결과를 장식적 요소로 채택하였다. 그리고 가벼운 구축은 그 틈에서조차 우리가 경치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