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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브랜딩에 도착했다

나는 왜, 너는 왜 그 브랜드를 좋아할까?

by 아현

나는 3년 차 콘텐츠 마케터로 커리어를 쌓고 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이 길을 가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어릴 적부터 그림을 그렸고, 공간디자인을 전공했으며, 졸업 후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했기 때문이다. 내가 설령 직업을 바꿀지라도, 건축가가 되리라 생각해 건축기사를 공부하기도 했다. 그렇게 수년 간 한 길만 팠다.


근무했던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공간 기획이 좋아서 떠난 상하이 교환학생



지금은 모종의 이유로 콘텐츠 마케터가 되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우왕좌왕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공간디자인을 공부했던 학부생 때부터 나의 관심사는 '브랜딩'으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풀어서 말하자면, 어느 브랜드의 서비스와 공간을 경험한 이용자에게 좋은 인식을 남기는 것. 그런 일련의 과정이 나에게 큰 가치로 닿았다.




브랜딩? 잘 모르겠고... 관심 없어

주위 사람들과 브랜딩을 얘기하면 '잘 모르겠다' '있어빌리티 한 게 브랜딩 아니야?' '난 딱히 관심 없어'라는 반응이 많다. 어쩌면 당연하다. 우리나라가 브랜딩을 제대로 인식한 지도 오래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누구나 어떤 서비스를 경험해서 '좋은 감정'을 느끼고 다시 그 브랜드를 찾은 적은 무조건 있다. 마음 한편에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여기서 구매해야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어쩌다 보니 우리는 브랜딩에 도착한 것이다.


친절하고 포근한 응대에 감동한 침구브랜드 <식스티세컨즈> 라운지 - 정말 60초안에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가능한 것부터 해내고, 이어가자

나는 이러한 브랜딩을 기획하고 알리는 일에 관심이 매우 많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에서 콘텐츠 마케터가 되었을 때도, 그저 오프라인이 온라인화 되었을 뿐 여전히 브랜딩을 좇는다고 생각한다.


인테리어디자인 학부 수업에서 가장 처음으로 배우는 것은 공간 기획이다. 특정한 타겟의 니즈를 분석하고 그들이 찾을 수밖에 없는 공간을 기획한다. 기획 과정에서, 한 번 쓰고 방치되는 겉으로 멋지기만 한 공간은 기획하고 싶지 않았다. 다시 찾고 싶고, 주위 사람과 함께 오고 싶고, 추천할 수 있는 살아있는 공간을 기획하고 싶었다. 7년 전 당시에도 어쩌다 보니 브랜딩을 좇고 있었다.


처음 콘텐츠 마케터로 일하면서, 마케팅과 브랜딩의 혼란이 컸다. 1년 차 때는 마케팅에 대해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브랜드 '생존'에 급급해서 팔리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었다. 분명 매출은 오르는데... 공허함이 커졌다. 알 수 없는 감정에 외부에서 공허함을 채우려고 노력했다. 내가 생각하는 가치 있는 공간과 서비스를 경험하고 기록했다. 하지만 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향유만으로 해결하려니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 결국 현재 상황에서 브랜딩을 하나씩 해보자고 다짐했다. 클라이언트를 마케팅만 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딩도 기획하고, 내가 꿈꾸는 브랜드를 직접 상품화하여 브랜딩 해보는 것이다.


직접 제작한 2025 제철 책달력



감사하게도 책에서 마케팅과 브랜딩을 구분하는 아주 쉬운 말을 읽었다.


마케팅은 타인에게 "저는 좋은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브랜딩은 타인으로부터 "당신은 좋은 사람이군요"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내가 맡는 브랜드는 '저는 좋은 브랜드입니다'라는 걸 말하면서, '당신은 좋은 브랜드이군요'라는 말을 듣게 만드는 마케터이자 기획자가 되고 싶어졌다.



어쩌다 보니 브랜딩에 도착했다

그래서 내가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는 브랜드 경험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마케터 입장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 입장에서 경험한 브랜드를 공유하고 싶다.


만약 당신이 경험해 본 브랜드라면 끄덕끄덕하며 '나도 이거 좋더라'라고 반응해도 좋고, '기대보다 별로였다'는 반응도 환영한다. 세상에 브랜드는 정말 많다. 그럼에도 브랜드가 계속 탄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100% 내 맘에 쏙 드는 브랜드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공유하는 브랜드를 통해,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감흥이 없는지 다양한 측면에서 함께 깨달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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