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
요즘 내가 자주 듣는 말이다.
어떤 때는 말하기도 싫은지 새를 쫓듯이 손을 훠이훠이 휘적거리며 나가라는 신호를 보낸다.
들어도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말이다.
갑자기 서러워져서 혼자 눈물 흘릴 때도 있었다.
여기 내 집인데.. 노크도 했는데..
처음에 몇 번은 서로 불꽃이 파바박 튀도록 악을 쓰며 싸웠다.
엄마한테 예의 없이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로 시작해서 저 깊이 묻어두었던 잔소리들이 줄줄줄 터져 나오면 딸은 딸대로 서운하고 힘들었던 감정들을 폭발시켰다.
그러다가 깨달았다.
그럴수록 서로에게 날 선 말들만 하게 된다는 걸..
본심은 그게 아닌데 감정만 상하고 상황은 더 안 좋아졌다.
몇 차례의 경험 끝에 입을 다물기로 했다.
딸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면, 아마도 내가 딸 방에 들어갈 때마다 잔소리를 했었을 테고 그런 상황들이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레 내가 들어오면 곧 잔소리가 떠올랐을 것이다.
사춘기 자녀에게는 사랑하는 마음은 가지되, 눈도 입도 닫고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책으로도 자녀교육 영상에서도 많이 보고 들어서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내가 진짜로 그렇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어떤 때는 '이러면 내가 아이를 포기하는 거 아닌가?', '엄마라면 듣기 싫어하는 잔소리를 해서라도 아이를 바르게 이끌어 줘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그것도 그냥 내 기준에 아이를 맞추고 싶은 내 욕심이었다.
아이는 이미 무엇이 옳고 그른지 잘 알고 있고, 알아서 잘 자라고 있는 중이었다. 정답이 없는 인생길에 내가 일러주는 길이 바른 길인지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내려놓는 것은 쉽지 않았다. 못 미더운 마음에 자꾸 뭔가를 하도록 지시하고 싶고, 고쳐주고 싶어서 말들이 불쑥불쑥 나왔다.
사춘기 자녀가 있다는 게 어떤 건지 예전에는 알지 못했다. 나에게 그 일이 닥치고 내가 경험해 보기 전까지는 정말 모르는 일이다. 몇 년간 서로 이런저런 일들로 사이가 좋았다가 나빴다가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나도 마음이 놓였다. 이건 될 대로 되라며 포기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그냥 믿어주는 게 최선이구나.
아이는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거구나.
그렇게 아이와 함께 나도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