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하루하루는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위원장이 된 지 어느덧 2년 8개월.
그리고 지금도 나는 ‘복직을 기다리는 위원장’이다.
그동안 수많은 일이 있었다.
단체교섭, 쟁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부당해고, 다시 구제신청, 노동위원회에서 법정까지 이어진 공방.
조합원들과의 수많은 통화, 문자, 면담.
그리고 “나중에 얘기하자” 하고 넘겨버렸던, 미뤄둔 이야기들.
지난 주말, 나는 해고된 뒤 1년 8개월 동안 정체돼 있던 내 방을 치웠다.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다는 마음으로.
구석에 쌓인 노동위원회 서류, 법원 서류들을 정리하다가
깊숙한 책장에서 노동조합 설립총회 날 만들었던 문건을 꺼냈을 때,
나도 모르게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렸다.
그 문서를 붙잡고 생각했다.
내가 그때, 노동조합을 만들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나름 인정받는 영업사원이었고, 부서원들과도 사이가 좋았다.
내 집은 없어도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지 않을 만큼의 월급을 받았고,
진급도 가능했을 것이다.
조용히 하루하루를 버티며,
다른 가장들처럼 묵묵히 나를 갈아 넣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기에,
그게 내가 된 것뿐이다.
2022년 9월부터, 나는 인생에서 쉽게 겪지 못할 새로운 경험을 수없이 하게 되었다.
생소한 법조문을 공부하고, 공문을 쓰고, 소송서류를 검토하고, 요구안을 작성했다.
경찰서, 고용노동부, 검찰청, 노동위원회, 행정법원…
살면서 처음 가본 곳들에 수없이 드나들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말하지 않으면 기록도 남지 않고, 기록이 없으면 기억도 사라진다.
회사도, 사회도, 우리를 잊기 쉽다.
그리고 우리도, 우리가 지나온 시간을 종종 잊는다.
그래서 나는 쓰기로 했다.
노동조합과 관련된 모든 것을, 살아 있는 기록으로 남기기로.
이건 ‘투쟁일지’가 아니다.
이건 내가,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남기는 글이다.
노조가 처음 만들어졌던 그날부터,
해고된 위원장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지금까지.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우리 조합의 동지이든, 타사의 노동자이든, 혹은 지나가던 독자이든,
그저 이 말 하나만 기억해주면 좋겠다.
노동조합의 하루하루는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이 글은 기록되지 않으면 사라질 노동조합의 싸움에 대한 기록입니다.
공정한 사회를 위한 모든 목소리와 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