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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과 제리

by 남상봉

60 대 부부가 해운대로 여행을 갔다. 모래사장 위를 걷던 부인이 갑자기 모래밭 위로 내 달리더니 두 팔을 벌리며

"나 잡아 봐아라..."
하면서 뛰는 것이었다.

남편은 어이상실이었지만

"너 잡아볼게..."

하며, 잡는 척을 했다.
"잡았다..."

그러자 부인이
"진짜 잡으면 어떡해?"
하고 화를 냈다.

"이번엔 진짜 다아. 나 잡아바 아라..."

남편은 팔짱만 끼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도 부인이 화를 내며,
"안 잡으면 어떻게 해?"
하는 것이었다.

남편은 보통 헷갈리는 게 아니었지만 부인은



"나 잡아봐라..."
하면서 내달렸다.
부인이 내달리자 남편은 같이 내달리며, 달려가는 부인을 잡으려 뛰었다.

그날 밤 해운대엔 밤새도록 쫓고 쫓기는 늙은 톰과 제리의 추격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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