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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상봉 Jan 03. 2025

꽃동네 이야기



가평 꽃동네서 자원 봉사할 때 이야기 에요. 나는 꽃 다운 나이 삼십 세였죠. 내가 하는 일은 반신불수 할아버지들 똥을 치우는 일이었어요.

할아버지들 바깥 산책 시키러 휠체어에 앉히고 수녀들과 함께 뜰을 거닐곤 했지요.

반을 못 쓰는 노인 들이라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양반들이었어요.

입소한 지 삼일 만에 그녀는 자신을 마리아 신부라 내게 소개했어요.

나는 천주교도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황 선생이라 불렸지요.

그날은 할아버지와 나 마리아 셋이서 뒤 뜰을 거닐고 있었어요. 얼마쯤 가다 휠체어를 끌던 마리아의 얼굴이 울상이 되어 있었어요.

보아하니 할아버지가 똥을 싼 모양이었어요.

"내가 끌게요..."

하고 손잡이를 잡으니 마리아가 내게 손잡이를 내주면서 이러는 것이에요.

"이 X발 영감탱이는 쌀 곳 안 쌀 곳 구분도 못하고 지랄이야.ㅆ놈의 영감탱이... 아, 디러..."

그때 영감의 얼굴 표정도 그랬지만 나도 속으로 얼마나 당황했는지 저절로 이런 감탄사가 나오더라니까요.

"와~수녀님. 욕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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