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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상봉 Jan 04. 2025

두 독사



성만이가 중학교 이 학년 때 얘기다. 공부를 잘하고 리더십이 출중 해 반장을 맡았던 성만이.

또한, 문예 부장직도 맡아 교지에 지역 잡지에 열심히 글을 올리곤 했는데...

성만이 별명은 독사였다. 공부도 잘했지만 싸움도 잘했기 때문이었다.

불의를 보거나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놈이면 단박에 독을 쏴 적을 쓰러뜨리곤 했다. 그래서 성만이를 깔보는 선생과 학생은 없었다.

2 학년 2학기에 담임이 바뀌었다. 여선생이었다. 그녀는 표독스럽게 생기고 거친 인상을 가진 40대 노처녀였다.

마치 현진건의 B 사감 같은 인상이었다.

그녀 역시 성만이의 실력을 귀로 들어온 터.

부자 에다  왠지 자신에 비해 잘 생기고 똑똑한 성만이가 맘에 들지 않은 사감.

제 아무리 똑똑한들 명색이 이화여대를 나온 나와 같겠느냔 우월감에 수업을 진행하던 어느 날.

독사 사감의 수업에 반은 졸고 반은 자는 시간. 사감은 열심히 떠들어 대는데...

"선생님..."
독사 성만이 독사 사감을 불렀다.
"여기요..."
"뭐?"
"말 줄임표가 스물네 개 있는 소설이 있는데요... 이건 왜 그래요?..."

사감은 침묵하더니 잠시 생각하는 눈치였다. 졸고 자던 애들이 다 깨어 이 상황을 주시한다.

이윽고 이마에 땀을 흘리기 시작하는 사감.

한참만에 나온 대답.

"몰라..."

와아!!

애들의 환호성.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해진 사감은 종이 울리자,

"성만이 나 좀 보자 "하더니 휑~하니 나가버린다.

한참 후, 교실에 들어온 성만이의 주위를 애 들이 둘러싸고 하나같이 묻는다.

"어떻게 됐어?"
"뭐 라디?"

그 질문에 성만이는 대답했다.

"커허~자기도 작간데 말 줄임표 스물네 개인 것은 처음 봤다며 어떤 뜻이냐 묻더군. 그래서 내가 설명해 주었지. 그건 작가의 임의적 의도라고 말이야. 커허~"

"과연 독사다..."

애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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