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을 뒤져 먹고 다녔던 시절. 밤이 오는지 낮이 가는지도 모르고 지냈던 시절.
그때 그 시절은 다 지나가고 없지만 내 기억에 남아있는 한 사람.
길거리를 지나다 상가 앞에 놓인 잔반을 주워 먹으며 걷고 또 걷고...
어느 시 어느 도시에 도착해도 반겨주는 사람은 없고 냉대와 따돌림만 당하다 도착한 ㅇㅇ시.
여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날도 걷다 걷다 지쳐 지하도 옆 가락국수집 의자에 앉아 있었다.
가락국수 삶는 냄새가 삼삼히 코끝을 간질이는데...
한참을 앉아있다 일어설 힘도 없는 순간
-사장님이 가락국수 한 그릇 안 주나?
속으로 바라 보았지만 사장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정말 배가 고파 그대로 있다간 쓰러질 것 같았다.
그때 내 옆에 사십 중반의 사내가 앉더니
-여기 가락국수 두 그릇 주세요...
하더니 한 그릇을 내게 내밀었다.
나는 하도 감격해서 고맙다는 말도 못 하고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나는 여태 그날의 가락국수처럼 맛있는 음식을 먹어본 기억이 없다. 돌아보면 3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얼마나 진솔한 기억이냐.
그리고 그때 그 사내는 얼마나 처절한 친절을 내게 베풀었던 것이더냐.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사내가 아니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