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느리게, 때론 서툴게
이 글을 쓰기까지 수없이 많은 감정들이 오고 갔다. 이대로 이 책을 끝내기에는 아직 난 사랑과 행복이 무어라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그간 아홉 편의 글을 꾸역꾸역 써내긴 했지만 도대체 뭘 알고 끄적인 것인지 의뭉스럽기만 했다. 온갖 말들을 뒤섞어 가며 그럴듯하고 자뭇 비장해 보이는 다짐들과, 무게감 있어 보이려는 통찰이랍시고 쏟아낸 글자들이 왠지 모르게 부끄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나는 도통 내 글만큼 살아갈 자신이 없기도 했다. 어쩐지 이 에필로그를 쓰고 나면 이 글이 나를 감시할 것만 같은 두려움 속에 쉽사리 마지막 연재를 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다시 심기일전하여 나에게 용기를 북돋아 본다. 나는 사랑과 행복이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사랑과 행복을 더 잘 알아가려면, 어떻게든 이 연재를 마쳐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날 다시 일으켰다. 결국 난 화면 앞 깜빡이는 커서 앞에 앉았다. 역시나 이 페이지에는 무엇을 남겨야 하나 아직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런데 또 막상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이런 과정 자체가 우리네 인생이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모두 첫 번째 인생을 살아가며 사랑과 행복을 배우는 중이다. 누구도 그것을 완벽히 아는 채로 살아가지 않는다. 다만 살아가면서 조금씩 어설프게 배우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며 익혀갈 뿐이다. 사랑은 언제나 어렵고, 행복은 언제나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그것들은 우리 곁에서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며 머물고 있었다. 누군가의 손끝에서,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문득 고개 들어 본 하늘빛 속에서 우리는 이미 사랑과 행복의 조각들을 건너며 살아왔다. 그 조각들이 모여 나의 하루를 만들고, 그 하루들이 쌓여 결국 나의 삶이 되었다.
어쩌면 나는 이제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사랑하며 행복하게 산다는 건 특별한 순간을 쫓는 일이 아니라, 나의 삶을 있는 그대로 껴안는 일이라는 것을. 때로는 불완전한 나 자신을 사랑하고, 때로는 누군가의 불완전함을 이해하는 그 시간들이 결국 사랑이고 행복이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오늘 하루를 버텨낸 나 자신에게 먼저 고개 끄덕여 주는 것. 그 작은 인정이 사랑의 시작이고 행복의 근원이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사랑과 행복을 거창하게 정의하려 들지 않으려 한다. 그저 누군가의 곁에 머물며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내 안의 고요한 평화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게 나의 방식이고, 나의 리듬이며, 나의 속도다. 삶이란 결국 완벽한 답을 찾는 여정이 아니라, 그저 서로의 불완전함 속에서 조금 더 다정해지는 일 아닐까.
그래서 나는 여전히 사랑을 배우고, 행복을 연습하며 살아가려 한다. 아주 느리게, 아주 서툴게라도. 언젠가 이 모든 걸 끝까지 써 내려간 나 자신을 돌아볼 때,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내 삶을 사랑했고, 그 사랑 안에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