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화. 인사교류

by 리틀래빗

어느순간부터 공무원 인사교류나 채용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나라일터 사이트를 수시로 들락날락거리기 시작했다. 꼭 타 기관으로 가고 싶어서라기보다는 매일 같은 시간에 똥을 싸야 편안한 안식이 느껴 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입직할 때만해도 수십명이던 동기들이 이제는 거의 남아 있지 않은데, 면직하거나 타 기관으로 옮기는 선택을 했다. 타 기관으로의 이동은 쌍방 교류나 다자 교류 형식이 있는데 교류자를 찾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불행하게도 내 동기 대부분은 근평을 받는 직원보다 배로 더 많은 업무를 맡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승진이 계속 미뤄졌다. 승진이 다는 아니지만, 사람인 이상 적어도 어떤 보상이 있어야 일할 의욕이 생기는 법이다.

근평 챙겨주고 싶은 직원에게 일을 시키면 갈등이 생길리가 없음에도 관리자 열에 아홉은 부서가 돌아가야 하니, 일하는 직원 따로 승진시켜주고 싶은 직원 따로, 네가 좀만 이해해달라며 업무분장은 불가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미래가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결국 그만두거나 타 기관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동기 중 한명은 그나마 국가직이 더 낫겠다 싶어 인사교류를 하려고 교류자를 여러 차례 데려왔는데 인사팀에서 번번이 입직일자, 직급 승진일, 나이, 성별 등 지나치게 경직된 조건들을 내세우며 거절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할 직원은 보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참다 참다 폭발해서 "쌍둥이를 데려와야 하냐"며 소리쳤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타 기관으로 가기는 했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또 다른 동기는 나라일터에 전입공고가 올라오면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원서를 제출할 때 현 소속기관 인사팀의 전출동의가 필요하다. '다른 곳에서 일해 보고 싶다'는 이유로 전출동의서를 받으려 한다면 그냥 체념하는 편이 낫다. 전출동의를 받으려면 진실의 방에서 전출동의를 할 수 없는 101가지 사유를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인사팀에서 일할 직원을 그리 순순히 놓아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성실하고 일 부려먹기 딱 좋은 직원을 거주지 이전, 부모부양, 육아, 부적응 등 부득이한 사유가 아니라면, 인사팀에서는 전출동의서를 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아득바득 우겨서 전출 동의서를 얻어냈다고 하더라도, 전입기관에 지원한 뒤 불합격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서는 것도 문제다. (근본적으로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조직이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팀에 전출동의서에 서명해 달라고 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일단 지원해 보고, 불합격하면 "그냥 다니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기관을 이동한다는 것은 개인에게 큰 결심이다.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지, 안 되면 말고라는 단순한 마음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 지원한 기관에서 불합격하고 다시 돌아가야 한다면, 그 상황은 정말 상상하기도 끔찍하다. 사실 이런 내용은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비밀유지를 해줘야 하는데 현실은 온 동네방네 소문이 난다.


전입공고하는 기관의 속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전입을 희망하는 기관의 입장에서, 합격자가 전출동의서를 받아오지 못하면 그들이 들인 시간과 노력이 버려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관 간의 이동 경직성은 직원들의 잠재력과 동기를 제한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인력관리의 비효율성을 초래하지만, 전입기관이든 전출기관이든 개인의 성장이나 변화보다는 조직의 안정성이 우선이기 때문에 쉽게 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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