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실시간 임신일기#5

걱정과 환희

by 지켜보는사람


1. 걱정


시간이 참 안갈거같았는데 벌써 와이프의 임신은 11주차를 지나 12주차를 향해 달려가고있다.

3월31일. 기형아검사를 위해 예약한 날이다가왔다.

병원가기전 와이프는 내게 말했다.


"오빠 . 기형아 검사를 했는데 혹시 기형아라면 어떡할꺼야? "


"기형아가 무슨상관이고 그래도 우리아이고 소중한생명인데 당연히 낳아서 열심히 키워야지!! "


아마도 이렇게 답하는게 모범 답변이겠지.

하지만 나는 저렇게 말하지 못하고 순간 말문이막혔다. 나는 성자도아니고 부자도아니다. 그렇다고 평균이상의 급여를 받는 사람도아니다.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할수밖에없다. 그래서 약간은 잔인한 대답을 했다.


" 생명이라는 이유로 기형아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태어나게한다면 우리는 도덕적위안을 얻겠지아마도..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좋은 행동을 했다고 할수도있겠지. 하지만 그게 끝이지않을까? 이후에 모든 태풍은 우리가 다 끌어앉아야해. 그리고 우리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인생난이도가 하드를 넘어 나이트메어부터 시작하겠지. 그리고 그난이도는 내려가지않겠지. 주위에 날아다니는 친구들을 보며 날지못하는 자신을 싫어할수도있을것이고, 심지어 지적장애를 가지고있다면? 더더욱 힘들겠지 아이도 우리도. 단지 생명이라는 이유로 어떻게될지 뻔히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태어나게 하는게 과연 맞는것일까?"


"......"


와이프나 나나 말은안할뿐 알수있다. 마음으로도 도덕적으로도 그래도 생명인데 낳아야겠지. 하지만 현실은 굉장히 쓰릴것이다. 나는 나와 와이프가 겪을 시련 그리고 아이가 커가면서 얻을 수많은 시련들 이모든걸 내그릇에 담아 헌신할수있는 사람이 못된다는걸 나는 잘 안다. 혹자는 그럴수도있을것이다. 기형아라는 이유로 부딪혀보지도않고 포기하려한다고 애를 가질 자격도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부딪히면 아프고 아플게 뻔히 보이는데 미리 피할수있다면 굳이 부딪힐필요없이 피하는게 차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장애아동을 무사히 키우는 수많은 부모님들을 보면 정말 존경심이 절로생긴다. 성인(聖人)이 따로있던가 그들이 부처고 예수고 하나님이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그 상황이 온다면 나도 잘 모르겠다. 모두가 나처럼 아픈게 두려워 당장 피하기만한다면 세상이 이렇게 밝지도 아름답지도 않았을것이다. 세계어떤곳에서든 장애를 딛고 누구보다 밝은 불을 밝히는 사람들이있고 그 불을 밝히기위해 최선을 다한 부모님들이 있었기에 세상은 더 환한것이겠지.

만약 그 상황에 직면한다면 나나 와이프나 선택의 기로에서 중대한 결정을 해야할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결국 우리가 안고가야할것이겠지. 그저 건강하게 태어나주길 바랄뿐이다.





2. 환희


3월 31일 병원예약 날이왔다.

병원은 지하철역 근처에있기도하고 주차역시 협소하기에 차는두고 그냥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했다.

그리고 그것을 꺼내볼때가되었다.




임산부2.png




와이프가방에 딱! 착용을 하고난뒤 같이 병원으로 향했다.

출근시간이 조금 지난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애법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와이프와 나는 나란히 서있었는데 스크린도어를 둘다 응시하고있는 순간 시선은 그대로 도어를 응시한채 와이프가 나를 보며 말했다.


" 뱃지 이거.. 다시 넣을까? "


" 음... 아무래도 그렇지? "


"어... 어... "


그랬다. 아직 11주차라 배가 나오지도 않았을뿐더러 나나 와이프나 둘다 처음이라 왠지 이 뱃지를 달고있기가 상당히 어색했다. 그렇게 뱃지를 단지 30분도 되지않아서 뱃지는 가방속으로 쏙 들어가고말았다.

전철은 도착하고 스크린도어 양쪽에서 사람들이 내리길 기다린후 전철에 올랐고 지하철 문옆 봉에 살포시 기대어 섰는데 와이프가 보이지않아서 둘러보니 와이프는 이미 임산부석에 앉아있었다.


" ??? "


와이프를 보며 물음표뛴 표정으로 쳐다보니 와이프는 입모양으로만 나에게 말했다.


" 모? 모? "


그러고선 어느덧 가방밖에서 당당히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고있는 뱃지를 보았다.

그모습을 보고 속으로 ㅋㅋ 거리면서 병원으로 향했다.


도착한 병원엔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진료를 기다리고잇었고 우리역시 접수를 하고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렸을까 간호사가 오더니 영상의학과 쪽으로 가라고 말을해주었고 그곳으로 올라가서 1차 기형아검사를 진행했다.

간호사와함께 와이프는 초음파실로 들어가고 나는 밖에서 대기하고있었다. 간호사는 나오더니 보호자도 같이 들어오라고 손짓했고 나역시 같이 들어갔다. 초음파실은 어두컴컴했고 초음파장비와 와이프가 누울 침대 그리고 보호자가 같이 모니터를 볼수있는 의자가 준비되어있었다.

간호사는 초음파로 아기의 여러 신체부위를 가르쳐주며 다각도로 보여주며 설명해주었다. 사실 이런 설명들이 귀에 막 들어온건아니였다. 그저 모니터를 보면서 겉으론 티를 내지않았지만 혼자 신기해 하고있었다. 결론은 1차 기형아검사때 따로 문제될건 없었다. 잘크고있고 눕기도 잘 누워있다고 말해주었다.

입체로 볼수있게끔 영상으로 보여주며 인체여러군데를 찍어주며 이것이 눈 이것이 팔다리 라며 말해주었지만 크게 와닿진않았다.

아직 내눈엔 외계인이였다. 하지만 그말을 밖으로 낼순없었다.


" 오? 외계인이다 ㅋㅋㅋ "


응?

잘못들었나?


"외계인이라고 ? "


"외계인이네 아직 ㅋㅋ "


" 그러게 자기닮았네 "


" 재밌냐? "


" 아니. "


선생님은 당황하며 우릴 번갈아쳐다봤고 웃으면서 그런소리 하지말라고 혼냈다. 웃으면서 혼내니 더무서웠다. 기형아검사를 끝내고 의사역시 괜찮다며 4주후에 보자고 하였다.

문득 와이프가 의사에게 말했다.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은데 마셔도되요? "


의사는 두눈으로 와이프를 응시하더니 혼낼것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 당장 마셔요. 그거참는다고 스트레스 이빠이 받는것보다 1잔정도는 괜찮으니까 마셔주는게 훨씬 아기에게도 산모에게도 좋으니 지금 내려가서 당장 한잔 마시세요 "


예상외의 답변에 놀랬다. 그리고 와이프표정을 보았는데 그 환희에 찬 표정은 아직도잊을수없다. 임신후 항상 나보다 천천히걷던와이프는 손을잡고 앞장서서 수납하는곳으로 호다닥 내려가서 수납하고 니프티검사를 하기위해 피까지 야무지게 뽑고 굉장히 활기찬 걸음으로 스타벅스로 향했다.


아, 니프티검사는 국민행복카드 100만원 나온걸로 그냥 결제해버렸다.


'그냥 니프티검사에다 때려박아. 그거말고 크게 돈나갈구멍없어 '

먼저 출산한 친누나의 조언을 따랐다.


당당하게 스타벅스앞에서 와이프는 나를 보며 약간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그래도 디카페인 마셔야겠지? "


" 아마도 ? 그래도 그게 어디야 ."


와이프는 입술을 굳게다물고 나를 보며 끄덕거리고난후 다시 스타벅스 점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 바닐라 라떼 아이스 디카페인 주세요 !!!"





임신 11주차

아기는 잘 자라고있다.








-Fin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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