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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켜보는사람 Oct 23. 2024

5.첫 야간

그리고 최고로나쁜사람


정신과 일을 시작하고 손에 점점 일이 익숙해지고 환자분들과의 친분도 차근차근 쌓아가고있는중 드디어 첫 야간을 들어가게된다.

병동엔 간호사1명과 보호사1명이 근무하게된다.

환자들의 취침시간은 22시 였고, 당연히 그이후에는 취침을 할수있도록 돌아다니면서 환자들을독려했다.

그리고깨달았다.

환자들의 하루시작은 해가뜨기도전인 새벽부터 시작한다는것을..


우리는 통상 잠을 자게되면 저녁 11시 부터 아침 8시또는 조금일찍인 7시 정도에 일어나서 하루일과를 시작하게된다. 하지만 환자들은 새벽2시부터 하루일과가 시작된다. 일과가 시작된다기보단 잠이오지않아서 그냥 일어나서 돌아다니시는것 같다.

원래돌아야하는시각 외적으로 나는 불특정시간에 병동 순찰을 한바퀴돈다. 왜냐하면 우리가 환자들을 보고있듯이 환자들도 나를 지켜보고있다. 보호사가 몇시에 뭘하는지 다 알기때문에 정해진시각엔 통상 조용하다.

그렇게 불특정한 새벽 시간 손전등을 들고 터벅터벅 병동을 돌아다녀본다. 휴게실쪽으로 가니 잠을  못이루고 병원창문밖을 응시하고있는 환자분이보인다. 조용히다가가서 시간이 늦었으니 들어가서 주무시라고 권유했으나 조금더 창문을 보고 가서 주무시겠다고한다.  조용히 알겠다고 한뒤 나중에 병동 다돌고 제가 올땐 들어가서 주무셔야합니다 라고 말하니 웃으면서 알겠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방향을 틀어서 복도로 걸어가니 멀리서 이리저리 복도를 걷고있는 환자분도 만난다. 왜 잠을 자지않고 나와서 걷고있냐고 물어보니 지금 잠을 자면안된다고 옆에서 계속 속삭인다고한다. 나는 조용히 그렇게 말을 하는사람은 없으니 들어가서 주무시도록 권유한다. 그래도 환자분은 불안해하며 계속 복도를 서성인다. 이렇게 수면유도가 안되는경운 간호사한테 1차적으로 보고하고 간호사가 의사의 오더를 받는다 . 그리고 차후 치료에대한 조치가 이루어진다.  나는 그냥 환자이름과함께 잠을 이루지못하고있는 이유와 증상을 간호사에게 말해주면된다.

병동을 다돌고 간호사실로 들어가려던차에 옆에서 호로록 거리는 소리가난다. 소리가 나는곳으로 가보니 복도 냉장고 옆에 숨어서 환자분이 조용히 컵라면을 드시고있다.

당연히 얄짤없이 컵라면을 회수하고 잠을자도록 권유한다. 이렇게 새벽에 라면을 먹는경우 소화장애와함께 아침을 결식하게된다.  특히 소화기능이 안좋은 환자들은 더더욱 새벽에 먹으면안된다. 그래서 이런거에 대해선 일말의 동정 없이 칼같이 회수한다.  

컵라면을 회수하여 음식물과 쓰레기를 처리한뒤 간호사실로 들어온다. 당연히 회수할땐 환자의입장에서 나는 천하의 나쁜놈이다. 그냥 욕을  한보따리 먹었다. 아마 나는 오래살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병원방침이 그러한것을.. 게다가 건강에안좋은 행동을 하기때문에 더더욱 망설임없이 회수한다. 동정심에 놔뒀다기 환자건강 악화되는순간 내 직장난이도가 하드모드로 바로바뀌기때문이다.

아, 그리고 환자분들중엔 정수기 하마들도있다. 주로 모두가 잠을자고 적막한 새벽에 활동을 하는데 조용히 나와서 물을 진짜 하마처럼 벌컥벌컥 마신다. 당연히 이것도 제지해야한다. 이분들은 전해질 불균형으로 인해 대사가 망가진분들이다. 자세한건모르지만 피가 적당히 끈적끈적해야하는데 물을 워낙 때려넣다보니 피가 묽어진것이다. 그로인해 대사가 가졌다고한다. 물도 건강에 좋다곤하지만 뭐든지 과하면 병이 되는법인거같다. 아 혹시나 나도 물많이마시는데.. 라고 생각이드신다면 그건 걱정하지않아도 된다. 내가말하는 이 환자분들 거의 물탱크수준으로 마신다. 우리는 통상 2리터정도의 물을 마시면 건강에 좋다고 알고있다. 그리고 물을 마실땐 시간대별로 나눠서 하루동안 2리터를 야금야금 마신다는 전제가 깔린다.하지만 여기 이 환자분들은 2리터정도를 그냥 원큐에 때려넣는다. 그리고 거기서 더 마신다.  정신과적인 질환으로 물을 그렇게 마시는지는 나는 알수없다. 다만 이분 물마시는거보이면 무조건 제지하라는 말만 들었다.

그렇게 나는 또 환자입장에선 빌런이되어 물을 빼앗았다..

환자입장에선 라면도 빼앗고 물도 빼앗고 아주그냥 지구상 최고의나쁜놈이다. 또 빼앗길땐 얼마나 서글퍼하는지 진짜 어우...  표정을 보고있노라면 내가다 슬퍼지려한다.

일하면서 내가 가장많이했던 말이 뭔가요? 라고한다면  나는 항상 안된다는 말을 가장 많이했다.  

이렇게 여기저기 병실과 복도를 돌아 다니며 들어가세요. 주무세요. 안됩니다. 안돼요. 주세요. 마시지마세요. 반복하다보면 고요한 새벽병동은 나의 목소리와 구슬픈 환자의 목소리가 병동을 채운다. 어쩌겠는가..내가 하는일 인걸...

물론 매일매일 새벽내도록 이러는건아니다. 어차피 간호사실  앉아있어도 병동이 훤히 다보이고  게다가 CCTV도 설치가 구석구석 되어있다.

환자들의 슬픈새벽 과 어우러지는 귀뚜라미 소리와 함께 야간근무가 퇴근을 향해 달려가고있다.나도 호다닥 퇴근해서  컵라면이나 하나 먹어야겠다.어때  난 지금은 환자가아니잖아.퇴근하고 라면하나먹자구 한잔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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