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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켜보는사람 Oct 26. 2024

6. 감정

잘 모르겠다.

일을 하다보면 많은 환자들이 병원을 통해 입원을 하게된다.

의사는 의사의 시점으로 환자를 보게될것이고. 간호사는 간호사의 시점으로 환자들을 보게될것이다. 들은 의료인이고 의료인의 시점에서 환자들을 보게된다.

보호사는 의료인이아니다 그냥 옆에서 거들어주는 직원일뿐이다.

그날은 유독 먹구름이 잔뜩껴있었다. 비가 오지도않고 구름만잔뜩끼고 습기만 잔뜩 머금은 그런날이다. 일반인인 사람도 기분이썩 좋지많은 날씨인데 환자들은 오죽할까.

그래서 이런날은 좀더 병동을 돌아다니면서 여러환자들이랑 대화를 해본다. 환자들이랑 그냥 대화만해도 병동분위기 자체가 좋을때가 많다. 그래서 최대한 환자들이랑 대화를 많이 해본다.

그러던와중에 오전 10시경 콜이왔다.병원 원무과로 가서 입원절차를 밟은 환자를 병동으로 모시고가란다. 수간호사에게 원무과에 갔다온다고 말하고난뒤 출발하려는데 수간호사가 나를 불러세우더니 말씀하신다.

말인즉슨,환자 액팅(Acting out : 자해나 타해가능성이 높은 행동) 이 있을수도있으니 조심하란 내용이다. 그말을 듣고 약간의 긴장과함께 병원 원무과로 향했다.

이미 원무과 언저리도착할때쯤 큰소리가 나고있었다.

가보니 한 환자가 병원 바닥에 누워서 알수없는 말을 외치면서 누워있었다. 말이라기보단 그냥 괴성에 가까웠다.

현장에는 원무과직원이있었고 보호사주임 이 같이있었다.  일단 원무과로 가서 환자 성함을 물

성함을 확인후 바로 환자를 돌아보면서 환자이름을 불렀다.

환자이름을 불렀으나 환자는 대답없이 그냥 괴성만지를 뿐이였다.

하지만 환자가 괴성만 지를뿐 공격할 모습은 딱히 보이지않았기에 다시금 환자이름을 불러서 차근차근 달랬다. 달래다보면 가지않을까하는 내기대는 10초만에 무너졌다. 더 괴성을 지르면서 근처에있던 물건을 짚어던지려하길래  바로 환자분위로 올라타서 눌렀고 옆에서보던 보호과 주임도 같이 환자분을 눌렀다.

원무과에선 다른병동에있던 보호사에게 전부 콜을 했고

1분도되지않아 보호사 5명이 더왔다. 통상적으로 헬프라고 칭한다. 헬프온 보호사 5명과 주임 그리고 나 이렇게 7명에서 환자한명을 팔다리 다잡고 겨우겨우 병동으로 데리고 들어왔다.옮기는 와중에 아주 그냥 발로차이고 긁히고 게다가 옷도잡고 늘어지다보니 근무복은 이미 넝마가되었다. 얼마나 악에 받쳤으면 침까지 뱉어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의사의 오더가 났으니 우린 일단 옮길수밖에없다.

환자는 거의 울다싶이 괴성을 질렀다. 환자도 들어가기싫어서 병동입구 철문을 잡고 버티고 손으로 잡을수있는건 다잡고 버텼다. 한명은 계속 달래고 나머지인원은 환자를 옮기는데에만 집중했다.

병동은 이미 의사에게 오더받은 간호사들이 격리실 문을 열어두고있었고 간호사는 환자 RT(Restrain : 억제대를 이용해서 환자를 강박할때 사용한다) 오더가 났다고 말을해주었다. 우리는 격리실로 옮기고난후 RT를 시행하게된다.  RT는 각각 팔과다리를 묶게되고 좀더 저항이 강할시엔 가슴압박까지 시행하게된다.

기나긴 힘싸움끝에 강박은 시행됬고 간호사는 주사를 가지고 들어왔고 주사를 놨다.  내옷은 넝마가되었고 거친숨을 들이쉬고있었다. 이렇게 큰파도가 지나가고 헬프온 보호사에게 인사를하고난후 나는 격리실로 다시들어가서 환자의 소지품을 확인했다. 정신과는 소지품확인이 가장중요하다. 외부에서 어떤걸들고들어올지 모르기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소지품확인해야한다. 자해나 타해를 할수있는 모든것은 반입금지품목이다. 이렇게 꼼꼼히 소지품검사를 하고난후에 사무실로 들어와 의자에 앉아 약간의 숨을 돌렸다.

속으로 환자가 참 안타까웠다. 나는 환자를 병동으로 옮기는와중에 환자손톱에 긁힌팔을 부여잡고 조용히 간호사한테 갔다.  환자의 공격성으로인해 다치는경우가 종종있기때문에 우린 병동 간호사에게 바로바로 치료를 받는다. 다른병원은 잘모르겠다. 내가 근무했던곳은 간호사와 보호사간의 유대가 상당히좋았고 서로 존중해주는 분위기다. 아무래도 1년으로치면 가족이나 연인의 얼굴보다 간호사들이랑 같이있는 경우가 훨씬많기때문에 자연스럽게 생기는 유대일수도있겠다.

어쨋든 팔치료를 받던 와중 자연스럽게 환자의 히스토리 즉, 입원하게된 경로와 병의 내용정도를 들을수있었다.  환자는  지적장애였고, 몸도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여지지않는다고 했다. 그말을 들으니 동정심이 더 생겼다. 이 환자분은 결혼을 했다. 아마 후천적으로 병이 발현된거같았다. 

본인도 배우자도 얼마나 마음이아플까..고 생각이들었다.

그리고 뒤에 이야기를 듣고 나의 그 얄팍한 동정심은 싸게 식었다.

입원 이유는 병에대한 이야기도있었지만 가정폭력에대한 이야기도있었다. 

그랬다. 이 환자는 상습적으로 배우자를 폭행했다. 여러가지이유는 있지만 음식을 주지않는다고 그것도 사람들 다 있는 시장에서 수시로 폭행을 한것이다.

환자에대한 대략적인 이야기를 드고 팔을치료한후 보호사실 의자에 앉아서 조용히 생각했다.

처음엔 그냥 불쌍했다 . 지적장애에다가  입원하기싫어 안간힘을 쓰던 환자를 봤던 나는 짠한마음이들었고 병동에 잘 적응할수있도록 도와주려했다.

그리고 그 환자의 이야기를 들은나는 그 감장이 팍 식으면서 차가워졌다.

그리고나서 멍하니 있다보니 혼자 웃음이나왔다.

그냥 내모습이 꼴사나웠다.  나도모르게 환자에게 감정을 집어넣고있었던것이다.    정신과에서 일을 했던분들이라면 이감정을 알것이다. 정신과에서 일할때 환자에게 감정을 넣는순간 이세상에서 가장 힘든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 될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냥 병원에서 근무하는 직원일뿐이다. 하지만 당시에 일한지 얼마되지도않은 나는  환자를 보면서 뭐가 된거마냥 환자를 판단하고 동정하고 분노하고했던것이다. 이것만큼 꼴사나운것이 없기에 혼자 웃어벼랐다. 병동엔 혼자있는경우가 많기에 이런저런생각이든다.

보통 지적장애라하면 메스컴이나 미디어에선 불쌍한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선한쪽으로 주로  다루어진다. 나역시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이 환자는 가정폭력을 수시로 일삼았다.  욕은 말할것도없었다.

하지만 병동내에 다른 지적장애환자분들을 보면 세상 선했다.

일반사람이던 정신적장애를 가지고있는 사람이던 그사람에게 주는 가정환경이나 사회환경이 사람을 만드는거같다. 악한사람도 선하게 만들고. 선한사람을 악하게 만들수도있고.. 어찌보면 성악설과 성선설은 아무 의미없는 논제가되지않을까싶다. 태어날떄부터 착하고 나쁜게 무슨소용인가. 어차피 환경이 만든데로 인간은 성격을 만들고 살아가는걸...뭐, 아닐수도있고..

여러가지 감정이 요동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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