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200 30화

야이 대머리야.

대머리 후기

by 지켜보는사람

응, 그게나야.


그렇다. 나는 대머리가되었다.


대머리라니.PNG





'머리빠지면 뭐 그냥 밀고다니면되지'


그랬다. 10대 그리고 20대초반의 나는 저런 멍청멍청한 소리를 하고다녔다. 우리집안에 대머리 가족력이 있긴하지만 나는 아닐줄알았다.

아버지는 엄청나게 풍성풍성하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머리에서 윤기가 자르르르 흐르는 대머리인 한대 건너뛰는 유전력을 가지고있었다. 그렇기에 가족들이랑 친구들은 나를 걱정했다. 나중에 머리 빠져서 대머리되면 그때 후회하지말고 조금이라도 그 시기를 늦추기위해 관리를 열심히 하라고했다. 하지만 20대초반까지 머리카락이 적당하니 있었기에 그냥 탈모샴푸 같은것만 썼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촌들역시 머리가 많이있었기에 나는 아닌줄알았다.

나는 전형적인 죽음의 클리셰를 그대로 따라가고있었다.


'괜찮아, 안죽어'

'무슨일 일어나겠어?'

'(여자친구사진을 바라보며) 이 전쟁이 끝나면 결혼할겁니다'


그리고


'사촌들도 머리 많은데 뭐 설마 빠지겠어?'


그리고 20대중반 M자와 원형탈모가 순식간에 와버렸다. 머리를 감고 수건으로 머리를 말릴떄마다 세면대엔 주인잃은 머리카락들이 주인을보며 힘없이 이별을 고했다.

머리에 왁스를바르며 커버를 해보았지만 별반 달라지는건없었다. 이떄부터 모자를 쓰고다니기시작했다.

물론 그전에 살려볼수있는 방법은 충분히있었다. 약을 처방받아서 약을 먹어보는 시도를 해볼수도있었고 또는 머리를 심어보는 방법도있었다. 하지만 탈모에 대해서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좌절밖에없었다.

시중에 광고하는 탈모약 그리고 머리심는것 이런것들은 일시적일뿐 영구적이진 않았다. 그저 진행을 느리게만 만들뿐 근본적인 치료는 현대과학으론 아직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렇게 모자와 몰아일체가되어 20대 중후반과 30대초반을 보냈다. 물론 놀이동산의 놀이기구나 워터파크는 꿈도 못꿨다.

병원에서 일을 하는 입장에서 나는 모자를 쓰고일했다. 의료인은 아니지만 내가 일하는 보호과는 간호과에 속해있었기에 나의 직속상관은 수간호사이고 더위로는 간호부장이다. 하지만 나의 이런 슬픈 머리상황을 알고있어서 그런지 모자를 쓰는걸 허가해주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머리는 점점 빠져서 이젠 머리를 감고 거울을 머리중앙은 헐빈하고 양옆 그리고 뒤는 풍성했다.


정말 보기싫었다.


철없는 20대시절 나는 말했다.


'머리빠지면 뭐 그냥 밀고다니면되지'


그래 맞는말이다. 머리빠지면 밀어야지뭐..

쳐맞는말.PNG


20대로 돌아가서 그 말을 하고있는 나를 보면 공중에서 빙그르르 턴한후 그대로 턱에다가 발차기를 가격할것이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갈순없는 노릇이다.

내머리를 전부 가져간것이 미안했는지 신은 나에게 축복을 같이 내려줬는데 머리가빠져서 엉망인 나를 사랑해주는 와이프인 경아가 있었기때문이다. 사랑합니다.


적다보니 나는 머리를 잃었지만 그래도 축복받은 삶인거같다. 나의 머리빠짐을 이해해주는 직장동료들을 만났고 나의 탈모를 사랑해주는 와이프를 만났기에 뭐 성공한삶이네. 좋네 좋아.






본격적으로 대머리가 되어봅시다.


머리가 본격적으로 빠졌던 30대에 나는 알게모르게 주변지인들 그리고 직장동료에게 넌지시 장난반 진담반으로 계속 던졌다.


"그냥 어중간하게 달고다니느니 샥 밀어버릴까?"


"샘들, 저 민머리해도 괜찮나유?"


등등 계속 넌지시 던지긴했었다. 다만 던지기만하고 본격적으로 행동으로 옮기진않았다. 그렇게 몇년이 흘렸고 2025년 11월 09일 와이프와 필요한걸 사기위해 다이소에 들르게된다.

다이소에는 5000원 짜리 바리깡이 진열되어있었고 그앞에서 한참을 서있었다. 한 3분정도? 그리고 무슨 바람이불었는지 머리를 밀어봐야겠다고 다짐을했고 그 바리깡을들었다.


본디 남자의 븅신 짓은 계획이란걸 잘 거치지않는다. 갑자기 신내림받은듯이 몸이 시키는법.


바리깡을 들고 같이온 경아에게 바리깡을 보여주었다. 그리곤 직접 머리 밀어달라고했고 경아역시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고 흔쾌히 수락했다. 머리미는데 돈줘가며 미용실갈 필요는없기때문이다. 5천원이면 해결된다.

그리고 김장봉투 큰걸 샀다. 화장실바닥에 깔고 깎을 예정.

그렇게 김장봉투와 오천원짜리 바리깡을 쥐고 집으로 도착했고 경아와 나는 바로 착수했다.

하지만 사람은 본디 변덕이 심한법. 깎을려고 자세를 막상 잡으니까 다 밀어버리기엔 많이 아까웠다.

그래서 9mm 정도로 경아와 타협을 본후 9mm탭을 바리깡에 장착후 밀어보았다. 나는 비장한데 경아의 손은 이미 신이나서 내 머리 중앙을 거침없이 쌱 밀어버렸다. 안그래도 없던 중앙 머리는 이미 고속도로가 나서 시원하게 뚫렸다. 그렇게 모든부위를 말끔하게 9mm 로 짤랐으나 막상거울을보니 이렇게 볼품없을수가없었다.

머리의 옆과 뒤는 머리숱이 많아서 시커먼데 중앙과 정면은 탈모로인해 하얗게 빛이났다. 그리고 그 빛을 얼마없는 머리카락이 힘없이 살랑거리며 그 빛을 가리려고 발버둥 치고있었다.

이런 내모습에 나는 그냥 바로 다짐해버린다. 마지막잎새마냥 아슬아슬하게 내 두피를 잡고있는 머리카락을 보고 눈을 감고 이별을 통보한다.


" 밀자 "


그말이 끝나자마자 경아는 꼽혀있던 9mm탭을 뽑아버리고 그냥 바로 다이렉트로 밀어버렸다.

다 밀고난뒤 내머리는 까슬까슬했다. 그리고 살색깔로 빛이났다. 완전 스님 머리가되어버린것.

경아는 이미 자지러지게 웃고있는중이였다.

나도 내모습이 너무 어색하고 후회도 들었다. 내가 왜이랬을까. 하지만 이미 다 밀어버린거 되돌릴순없었다.

이제 머리도밀었겠다 화장실 청소도할겸 간단하게 샤워를했다.


폼클렌징을 짜서 머리까지 슥슥. 수건으로 샥. 끝.


대머리최고야. 짜릿해.


아직 까슬까슬하기에 쉐이빙폼을 머리에다가 덕지덕지 바른후 면도를했다. 면도를 할때 '그그극' 소리와함께 그나마 남아있던 까슬까슬한 머리카락들이 잘려나갔다.

면도후에 내머리는 누구보다 맨들맨들했고 보드라웠다. 내머리가 이렇게 보드랍다니.


대머리최고야. 짜릿해.


샤워를 끝내고 나오니 경아의 손은 이미 내머리위에 얹어져있었고 떠나지않았다. 탄력받은김에 경아에게 말했다. 이왕 이렇게 밀었으니 시내로 나가볼까!!

하지만 경아는 절래절래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내일가자..나아직 마음의준비가안됬어.."


"그.. 그래.."


사실 나도 마음의 준비는 덜됬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대머리에 보수적일꺼라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하나더 느끼고말았다.

우리가 저녁에 잘때 항상 베고자는 베게는 매우차갑고 보드랍다는사실. 베게가 나의 뒷통수에 전해주는 차갑고도 폭신한 감촉은 나를 더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아이 차가워 읏흥

그리고 머리를 밀고 시내에 나가기전에 사람들의시선을 견뎌야할 첫번째 관문위 하나남았는데 그건바로 다음날 출근이기때문이다.

다음날, 적당히 긴장감을 가지고 회사에 도착했고 나는 지친 직장인들에게 웃음을 전파해주는 웃음벨이되어있었다. 내 이력서는 한줄이 끝이다. 다른곳에 이직하거나 옮긴적이없고 쭈욱 지금까지 하나의 병원에서만 일을 하고있었기에 앵간한사람들은 다안다. 그말인 즉 보는사람마다 웃음벨이되었다는것.

하지만 그 웃음이 기분나쁘지않았고 오히려 홀가분하니 좋았고 다들 립서비스일지언정 오히려 시원하니 보기좋다고 말해주었다. 물론 립서비스따윈 없이 찐텐으로 놀린사람들도있지만 오히려 홀가분하니 같이 나의 대머리를 자학하며 웃었다.

내가 일하는 병동 수간호사님은 나를 보더니 별로 놀라지않고 "빛나리 왔나~" 하며 웃었다.

하지만 일하는내도록 볼때마다 "어우야.. 적응할려면 한 3일정도 봐야겠다." 라며 어색해 했다. 사실 나도 내가 아직은 어색하다. 이렇게 직장에서 나의 대머리를 까발리고나니 딱히 부끄러울것도없고 해서 퇴근하는 그순간 경아와함께 시내로 튀어나갔다. 사실 내심 소심한마음에 "모자쓸까?" 라고 경아에게 물어보았으나 경아는 그러면 사람이 아파보이거나 사연있어보인다며 모자쓰는걸 극구 반대했다.

그렇게 나는 나의 대머리를 시내한복판으로 들고나갔다.

그리고 놀라운사실을 느끼고말았다.


사람들은 니가 대머리건말건 전~~~~~혀 신경쓰지않는다.


정말 아무도 신경안쓴다. 머리를 밀고 밖으로 나가기까지 마음의준비가 필요했던 내가 웃길정도로 신경쓰지않았다. 그이후로 나는 그냥 자신있게 머리를 내놓고 다녔으면 좋겠지만 그게 참 힘들고 애러사항이꽃폈다.

내가 머리를 민건 11월09일. 그렇다 겨울바람이 스근하게 불기시작하는 시기다.


밖으로 머리를 내놓고 다니기에 머리통이 겨울바람에 너무 시렵다.


뭐, 그래도 대머리로 막상밀고나니 시원한게 오히려 개운했다. 얼마없는 머리를 잡고 혹여나 모자가 날라갈까봐 전정긍긍하지않아도되고 당당하게 놀이기구도 워터파크도 가서 기구를 탈수도있다.

어머니역시 처음엔 내머리를 보더니 경악하긴했지만 뭐.. 금세 내머리를 때리고 놀더라. 아버지는 뭐 시원하니 오히려좋다고 말해주었다. 진짜 시원하긴하다. 마음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이렇게 나는 본격적으로 대머리가되었고 머리카락없는 인생2막이 시작되었다.


대머리.PNG




'대머리 최고야 늘 짜릿해. 새로워'


하하하하하하하....(눈물)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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