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두용미(蛇頭龍尾 )
음식이맛있었던 탑스텐호텔을 뒤로하고 셋째날의 신혼 강원도여행을 위해 신나게 시동을 걸어본다.
이번에 가볼곳은 육백마지기이다.
둘째날도그렇고 세째날도 그렇고 네비게이션 경로를 보면 알겠지만 계획하고 움직이는 경로는 아니다. 아무래도 즉흥적으로 그때그때 가고싶은곳을 가려다보니 경로는 엉망진창이지만 덕분에 강원도 산속을 종일 달리면서 아주 제대로 피톤치드 샤워를 했다. 고속도로를 운전하다보면 똑같은길 그리고 나를 포함한 주위의 자동차소음과 긴장감때문에 쉽게 피곤해지는데 강원도 산속을 달리면서 피곤함을 느낀적은 없었다. 급히 어딘갈 가야할 필요도없었고 양옆으로 휙휙 지나가는 차도없고 그저 조용히 자연의소리만 들으면서 달릴수있어서 목적지에 가서 보는 관광보다 장소와 장소사이를 이동하면서 만끽할수있는 산길드라이브가 오히려 나에겐 힐링이였다.
육백마지기 도착해서 겹겹히 쌓인 산등선을 바라보고있으니 정말 장관이였다.
지금 현대에와선 차로 편하게 여길 올라오고 부산에있는 내가 강원도로 올라와 산속 구석구석 두르면서 다니는게 가능했지만 현대 문명이 발달하기전인 조선시대에는 직접 발로 뛰어다녔을텐데 여기저기 조선팔도를 다닌 많은 조선사람들이 세삼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저 거대한 풍력발전기는 어떻게 이 산꼭대기위에 어떻게 들고와서 설치했을까 하는 궁금증도 동시에 생기면서 발전하는 현대과학의 눈부심이 경이로웠다.
경이로웠던 백마지기를 뒤로하고 다음행선지인 용평리조트로 향했다.
전날 탔던 하이원리조트의 알파인코스터가 너무 재미있었던 나머지 그 맛을 잊지못하고 용평리조트에도 알파인코스터가 있다는것을 입수하고 또 가서 타기로했다.
왔던길을 다시 돌아서 용평리조트로 향했다. 고속도로와 산을타고가는 국도 2개의 선택지가있었으나 우리는 당연히 산을타고가는 국도를 택했다. 이왕 온 강원도 원없이 산타고 다녀야지. 아, 물론 차타고.
용평리조트에 도착했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길에 알파인코스터를 타고 내려가시는분이 있었고 역시나 재미있어보였다.
저번화에 알파인코스터를 대략적으로 설명했엇는데 알파인코스터는 혼자타고 내려가는기구고 브레이크가 따로 비치되어있어서 속도를 쭈욱 낼수도있고 천천히 내려갈수도있다. 속도를 쭈욱낸다한들 그리 빠르게 내려오는건 아니지만 체감속도는 상당히 빠르게 느껴지기에 스피드를 어느정돈 즐길수있는 기구다.
용평리조트 기준으로 알파인코스터를 한번 타려면 17,000원이 든다.
기구를 출발시킬때는 직원이 어느정도 간격을두고 한명한명 출발시킨다. 하이원때와는 다리게 용평리조트에는 알파인코스터를 타기위한 사람들이 제법 있었고 내앞에는 초등학생한명과 같이온 어머니가 있었다. 아무래도 어머니의자녀같았다.
그렇게 어머니 먼저출발하고 뒤를 이어서 초등학생이 출발했고 직원이 어느정도 간격을보고 나도 출발시켰다. 알파인코스터는 길이가 상당히 긴 기구인데 어느정도 내려왔을까 앞에가는 초등학생이 보였다. 그리고 그 초등학생 바로앞에 어머니가 자신이 타고있는 기구 브레이크를 한껏 잡으면서 천천히 내려가며 뒤에 따라오는 기구를타고 내려오는 자녀의 사진을 열심히 찍으면서 느릿느릿 내려가고있었다.
나역시 뒤에서 추돌하지않기위해 브레이크를 잡았고 슬슬슬슬 기어가기시작했다. 총 길이의 반도 안내려왔는데 거기서 부터 밀리기시작한것이다. 결국 뒤에 따라오는 경아역시 내뒤에 붙었고 그뒤에 이어서 다른사람까지 줄줄이 비엔나가되어 내려가기 시작한것이다.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기분좋게 타러온 롤러코스터를 한사람의 이기심때문에 모두가 제대로 속도 한번 내보지못하고 질질질 비엔나마냥 내려오고 말았다. 자기 자식사진을 찍고있으면 당연히 뒤를 보고있을것이고 자식뒤로 줄줄이 비엔나처럼 사람들이 하나하나 붙는걸 봤을텐데 그러던가 말던가 그저 사진만 열심히 찍으면서 천천히 내려갔고 도착하자마자 뒤도안돌아보고 걸어나갔다.
물론 그 부모역시 자녀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싶어서 사진을 찍었겠지 하지만 그녀 덕분에 우리 신혼여행속 나쁜기억하나가 적립되고말았다.
아니면 차라리 뒷사람에게 세번정도 순서를 양보하는것도 방법이다. 세번정도 양보하면 이미 다내려가서 마주칠일이없다.
내행복이 중요하듯 그사람들의 행복도중요하다 내행복을위해 다른사람의 행복을 침해하는건 좋은선택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세상 누구와도 바꿀수없는게 자신의 아이일것이다. 좋은걸 보여주고싶고 좋은장면을 찍어주고싶을것이다. 하지만 그런과정속에서 자신의 자녀행복을 위해 다른 불특정다수의 행복을 침해한다면 글쎄, 모든 인간을 견제해야하는 포스트아포칼립스 세상도 아니고.. 좀 많이 섭섭해질거같다.
어쨌든, 도착지점에 도착해서 혼자 꿍얼거리며 내렸고 이어서 뒤에 따라 내려오는 경아를 봤는데
얼굴은 이미 관우마냥 붉게 달아올라있었고 술이식기전에 적장의 목을따러갈 기세였다.
머리위로 연기가 일렁이고있는 경아를 보니 내 화는이미 식은지 오래됬고 경아를 달랬다. 이미 벌어진거 어쩔수없다. 뒤로돌릴수도없는일이고 기분좋은 여행을 계속 언짢은 기분으로 다닐순없는노릇이다. 안좋은 감정은 오래들고있으면 나만 손해이기에 언능 털어버리고 경아를 달래본다.
뭐, 좋은 경험했다치기로했다. 알파인코스터는 죄가 없기에 기회가된다면 또 타보고싶긴하다. 거리가 너무멀어서문제지...
백마지기에서 자연의 장엄함을 느끼고 용평리조트에서 인간의 이기심을 느꼈다.
이제 다시 자연의 장엄함을 느끼기위해 출발했다.
안반데기
은하수의 명소라고 불리는 안반데기로 향했다.
뭐, 은하수가아니여도 사진처럼 푸르른 자연경관을 보는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할수있었기에 다시금 산길굽이굽이 나뭇잎냄새를 맡으면서 안반데기에 도착했다.
그리곤 좌절하고말았다.
안좋은일은 왜 항상 연달아 일어나는가...
푸르른 채소밭을 예상했으나 다음 농사를위해 땅을 다 갈아둔 상태였다. 그래도 강원도의 하늘은 한없이 푸르기만하고 공기는 너무 좋았다. 언짢아진 경아 표정을 애써 못본척하며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푸른채소가 가득차있을때 다시한번 오기로 다짐해본다. 이왕왔으니 여기저기 걸어보다가 슬픈마음을 부여잡고 숙소로 향해본다.
숙소는 바다를 끼고있는 세인트존스 호텔로 잡았다.
호텔은 강원도 동해바다를 바로옆에 끼고있었고 당연히 경치는 끝내줬다. 나가서 먹을만한식당도 주변에있긴했지만 귀찮은관계로 배달음식 시켜서 객실에서 조촐하니 먹기로했다.
해지기전 호텔앞에 바다를 걸어보기위해 나왔는데
남해바다에선 볼수없는 끝없이 이어진 모래사장, 그리고 푸른바다와 하늘사이에서 샤이하게 붉어지는 햇빛을 보고있으니 시간가는줄 모르고 그 모습에 빨려들고있었다.
감성에 젖어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고있는 내 모습을 보더니
성큼성큼 걸어와서 경아는 나에게 속삭였다.
"배고파."
"밥먹을까?"
경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같이 손잡고 지는해를 뒤로하고 서로 마주보며 떡볶이를 먹을지 피자를 시켜먹어볼지 총총걸음으로 이야기하며 호텔로 걸어갔다.
누군가의 이기심으로 알파인코스터를 제대로타지 못해 기분이 상하고, 우리의 무지로 인해 안반데기에서 수려한 자연경관을 보지못했다. 하지만 그로인해 예정보다 빨리 숙소에 도착했고 노을지는 동해바다를 제대로 볼수 있었고 경아와 객실에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맛있는 음식을 여유롭게 먹을수 있었다.
그리고 일찍 잤던탓인지 상쾌하게일어나서 조식까지 먹었다.
만약 이전의 일로 하루종일 기분상해있었다면 그 기분에 잡아먹혀서 수려한 바다노을도 경아와 맛있는 음식도 기분좋은잠도 그리고 멋진바다를보며 먹는 조식도 먹지못했을 것이다.
순리라는게 참 신기하다. 여기다쓰는표현이 맞는지모르겠다. 어쨌든 과정에서 섭섭함이있었지만 그 섭섭한과정으로인해 결과가 틀어졌는데 그 결과가 오히려 좋았으니 뭐, 좋은날이였던거 같다.
이게바로 사두용미(蛇頭龍尾)
인가!!!
이제 고성으로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