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경아야 이제 일해야지?
현재와이프인 경아와 나는 받는 급여를 서로 합쳐봐야 500이 안된다. 게다가 경아는 손가락 부상 '방아쇠수지증후군' 이슈로 일을 그만두고 잠시 쉬고있는중이다.
그러다보니 생활비도 반토막이나서 더 펑펑쓰면서 산다.
뭐, 딱히 펑펑쓸돈이있는건 아니지만 서로 맞벌이할때 야금야금 모아둔돈을 풀었다. 아픈데 돈없다고 돈아껴버리면서 벨트를 쪼으면 쉬는사람은 마음편히 쉬지도못한다. 그래서 경아에겐 일 구해질때까지 푹 쉬라고했다.
그렇게 3달이 지났다.
망했다. 슬슬 마이너스의 각이 보이기 시작했다.
경아에게 말했다.
"자기야 자기의 행복한 시간은 이제 얼마남지않았다."
이내 고개를 떨구며 세상 슬픈표정을 하며 경아는 나를 쳐다보았다.
"때가되었군.. 잠깐이지만 즐거웠다."
그리고선 비장한표정으로 나에게 다시말했다.
"마지막 만찬으로 외식한번 야무지게 먹으러가볼까?"
경아의 비장한 눈을 보며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돈없어"
"훗..그렇군"
"그렇다."
"...."
"...."
경아는 조용히 안방에서나와 뚜벅뚜벅 걸어가더니 스탠바이미를 켰다.
우리집엔 TV가 따로없다. 어차피 TV를 잘 보지도않고 커다란 TV에대한 욕심도 딱히없어서 자그만한 스탠바이미가 우리의 TV라면 TV다.
스탠바이미를 켠 경아는 유튜브로 삼겹살이 노릇노릇익는 장면을보여주며 마치 병원에서 환자와 링거를 메단 봉마냥 내앞으로 질질끌고와서 침을 흘리며 나를 주시했다.
맛있어보인다. 노릇노릇 익는 삼겹살소리 그리고 그 불판옆에 김치를 떡하니 올려서 구워주고 삼겹살과 함께 김치를 야무지게 입으로넣고 우적우적 씹으면서 바로 다음 젓가락으로 삼겹살에 양파장아찌 하나 올리고 쌈무를 야무지게싸서 다시 입으로 넣고 맥주한입 휘리릭 넣어버리면 행복뭐 별거있나.
그렇다면 삼겹살을 경아랑 함께 야무지게 조지러 가볼ㄲ... 쓰읍! 나역시 흐르려는 침을 다시 삼켰다.안돼! 정신차려야한다. 순간 홀릴뻔했다. 사탄아 물럿거라!
" 안돼. "
" 쳇 "
쇼파에앉아서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는 경아가보인다. 마음이 약해진다. 요즘 장을 간단하게 본다고봐도 한번 보면 십 이십만원은 우습게 증발되어버린다. 요 며칠전 장을 봤기때문에 집에 식량은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란게 또 갑자기 먹고싶은게 생길때가 종종 생기는법이다. 머릿속에서 야무지게 구워지고있는 삼겹살 영상이 떠나지않는다. 쓸쓸해보이는 경아뒤로 나는 말했다.
"대패어때?"
그래 도톰한 삼겹살도 좋지만 적당히 가격도 낮출수있고 어차피 삼겹살이나 대패나 똑같은 돼지고기다.
나의 말을 들은 경아는 터벅터벅 옷방으로 걸어가더니 순식간에 옷을 환복하고 나와서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었다. 진지한표정과는 다르게 입에선 침이 슬금슬금 흘러내리려하고있었다.
"뭐하노. 빨리가자"
대패집으로 경아와함께 며칠굶은사람마냥 뛰어가서 야무지게 한쌈먹어본다. 대패의장점은 얇다보니 빠르게 고기가 익어버린다. 그래서 통삼겹과는 다르게 스피디하게 입으로 쑤셔넣는 매력이있다.
물론 야무진 통삼겹의 육즙터지는맛에 비할바는 못되지만 뭐, 이가없으면 잇몸이다. 육즙아닌 대패기름과 어우러져 김치와 각종 야채들의 채소즙과 대패의 콜라보로 대채가 가능하다.
역시 아는맛이 무서운법. 너무맛있다. 먹으면서 문득 생각하는데 요즘 한국 마음에안든다. 코리안 비비큐라고 맛있게 삼겹살구워먹는 방법같은 중대한 국가기밀을 너무 당연하게 유출시키고있다 젠장. 우리끼리만 맛있는거 먹자.. 김치랑 다른 나물거리나 유출시켜줘.. 삼겹살 가격올라가..
어쨋든, 야무지게 대패한상먹고 부른배를 튕기며 경아와함께 가게를 나왔다. 배도채웠겠다 이왕 이렇게 된거 마지막으론 달달한 디저트를 또 넣어줘야 예의다. 에라 모르겠다. 고기보다 비싸버리는 치즈케이크를 집고 경아는 커피 , 카페인을 안먹는 나는 레몬에이드 하나 시켜서 카페바깥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때론 급하게 때로 는 느긋하게 걸어가는 사람 . 연인과 손잡고 알콩당콩 있는사람. 판촉행위를 하고있는 사람. 여행왔는지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움직이는 외국인들. 등등 많은사람들이 지나다닌다. 사실 경아랑 오랫동안 사귀고 결혼까지하면서 이미 서로 할이야기 다해서 딱히 할이야기도없다. 이쁘다는 카페도 결국은 그디자인이 그디자인이더라.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목에있는 카페에서 이사람 저사람보면서 이야기하는게 재미있다.
혹시 카페앞을 지나가다가 뒷통수가 따갑다면 뒤로돌아보라.
뒤로돌아봤을때 민대머리를한 타꼬야끼한명과 저승사자같은 숏컷여인네가 쳐다보고있다면 맞다. 우리가 맞다.
대패삼겹에 커피한잔 야무지게 후루룩하고 집으로 오니 노곤노곤하니 잠까지온다. 돌아가서 크던작던 자가던 전세던 월세던 아늑하게 와이프와 내몸을 뉘울수있는 집이있다. 물론 다이어트를 급격하게 시행하고있는 잔고를 보면 속이 쓰리긴하지만 그래도 지금 행복하잖아. 그럼됬어.
부른배를 튕기며 경아와 침대에 누워 웃으며 말했다.
"자기야 배부르고 땃땃하니 뭐 행복이 별거있나?"
"그래. 돈많이 못벌면어때 소소하게 이래 살면되지 "
고개를 끄덕이고 경아를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일 언제 할겨? "
" 아놔 ! 에잇! "
반짝빛나는 내머리에 경아손바닥이 부딪히며 챱 소리가났고 낄낄거리며 서로 웃는다.
뭐, 행복 별거있나 이게 행복이지뭐.
그리고 경아는 이글의 존재를 모른다.
경아야, 일 빨리구해라.
우리 굶어죽는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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