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JOH Aug 29. 2024

제1절 공인중개사, 왜 인기 있는 자격증인가?

하고 많은 자격증 중에서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이처럼 인기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1. 국가공인 자격증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인중개사는 “공인” 자격증입니다. 즉, 국가가 그 자격을 법으로 인정해 주는 자격증이지요. 요즈음은 자격증 범람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자격증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자격증 중에는 민간 또는 사설 자격증도 많습니다. 이러한 민간 또는 사설 자격증은 말 그대로 “사설”이기 때문에 국가 공인 자격증에 비하여 공신력도 낮고, 그래서 자격증 취득을 통하여 얻는 효과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우리가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이유는 자격증 취득자와 미취득자 간에 구분, 즉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만이 어떤 직역을 가질 수 있다는 배타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배타성이 ‘허들’을 만듭니다. 자격증 취득을 통해서 얻는 지위나 직역의 배타성, 즉 허들이 높을수록 자격증의 권위나 희소성 내지는 시장에서의 가치가 커집니다.      


 이러한 허들 또는 진입 장벽은 첫째로 자격증을 부여하는 기관이 어디인가, 즉, 공신력이 있는 기관인가, 둘째로 자격증의 난이도가 어느 정도 인가로 결정됩니다. 이 자격증의 난이도는 자격증 수여 대상자 수를 제한하는 식으로 정해지기도 하고, 대상자의 자격 자체를 제한하는 식으로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또는 자격증 수여에 필요한 시험 자체의 난이도를 조절하는 식으로 이루어지기도 하지요.     


 먼저 자격증을 부여하는 기관의 공신력은 간단합니다. 우리가 지금 보는 공인중개사처럼 국가 기관이면 공신력이 크겠지요. 


다음 자격증의 난이도를 보면 과거 사법시험의 경우에는 자격증 수여 대상자 수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진입 장벽을 결정했습니다. 합격자 수를 100명, 300명, 500명으로 늘리다가 나중에는 1,000명까지 늘리긴 했으나, 사법시험은 합격률이 2% 내지 3%만 될 정도로 극강의 난이도를 자랑했지요. 다만, 대상자의 자격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극단적으로는 무학이어도 시험을 응시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지금의 로스쿨 제도는 이 대상자의 자격을 제한하는 방식(로스쿨을 졸업해야 하는 것)과 합격자 수를 제한하는 방식 모두를 취하고 있습니다. 대상자의 자격 자체를 제한하는 것으로는 앞서 말씀드린 변호사 시험 제도, 즉 로스쿨 졸업을 요건으로 변호사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주는 방식도 있지만 가장 비근한 예로는 의사 시험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의사의 경우 의사 국시 자체가 어렵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 의사 국시를 볼 수 있는 자격, 즉 의대생이 되는 것이 엄청나게 어려운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자격증 수여에 필요한 시험의 난이도는 말 그대로 시험 자체를 매우 어렵게 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보려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부여기관이 국가라는 점에서 유의미한 허들이 생깁니다. 그 외에 자격증 수여 대상자 수를 제한하거나, 자격에 제한을 두지는 않고 있습니다. 또한 앞의 표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응시자의 20% 정도가 합격하고 있으니, 자격증을 수여받기 위한 시험의 난이도도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닙니다. 다만,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험이 매우 어려워서 합격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한 때도 있었습니다.     


2. 과목당 40점, 평균 60점 이상이면 합격하는 절대평가 시험      


 공인중개사 시험은 절대평가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반면 대부분 국가시험은 상대평가 체계를 취합니다. 앞서 본 자격증 수여 대상자 수를 제한하는 식으로 허들을 높이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법무사 시험의 경우에는 매년 합격자 수를 130명으로 고정해 놓습니다. 그래서 변호사 시험보다 시험 자체의 난이도가 높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1,700명 정도로 합격자 수가 정해지는 변호사 시험보다 합격자 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 합격률 자체는 더 낮습니다. 실제로 변호사 시험이 40% 대의 합격률을 보이는 반면, 법무시 시험은 1차는 10%대, 2차는 20% 언저리의 합격률을 보입니다. 이처럼 대상자 수, 즉 선발인원이 미리 정해진 시험은 상대평가 방식으로 순위를 매기므로 내가 좋은 점수를 따는 것보다 내가 “남보다 좋은” 점수를 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공인중개사 시험은 절대평가 방식으로, 응시과목의 평균이 60점(단, 개별과목당 40점 미만이면 과락)만을 넘으면 무조건 합격합니다. 나만 잘하면 되는 것이지요!     


3. 모든 시험문제가 객관식     


 공인중개사 시험은 1차와 2차로 나뉘어 있으나 모두 객관식 문제로만 구성됩니다. 대부분 국가시험, 특히 어렵다는 “5급 이상의 공무원을 뽑는 고시”부터 전문직을 양성하는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법무사 등 대부분의 국가시험은 1차는 객관식, 2차는 주관식 형태로 출제됩니다. 객관식은 소위 찍기가 가능하지만, 주관식은 내가 아는 것이 있어야 답안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보통은 객관식 시험에 통과하기가 주관식 시험을 통과하는 것보다 쉽습니다. 가령 사법고시의 경우 객관식 1차를 통과하고 2차를 떨어지고, 또다시 1차는 붙는 사람이 많아서, 시험을 포기하지 못하는 ‘고시 낭인’이 많이 생겼지요.     


 이처럼 객관식 시험을 통과하더라도 주관식 시험에서 떨어지는 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뒤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객관식은 “응시자여, 너는 이 문제의 답을 알고 있느냐?”를 묻는 시험이라면 주관식은 “응시자여, 너는 이 문제가 무엇을 물어보는지 알고 있느냐? 알고 있으면 답해 보거라”를 묻는 시험이므로 더 어렵습니다.      


 그런데 공인중개사 시험은 1차와 2차 모두 객관식이므로 상대적으로 훨씬 수월합니다. 이처럼 공인중개사 시험은 자격증을 수여하는 기관이 국가라는 점에서 강한 공신력이 인정되는 데다가, 절대평가 방식으로 합격자를 결정하고, 모든 문제가 객관식 형태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소위 접근성이 좋고, 그래서 인기가 많은 것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