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의 자기 관리 (11)
1. 러닝에 관심이 있는 당뇨인이라면, 오늘 내용은 읽어 보시면 좋습니다.
2. 잘 아시겠지만 당뇨 환자에게 규칙적인 운동은 매우 중요합니다. 당화혈색소가 오르거나 혈당이 높게 측정될 때 의사와 환자 모두 가장 쉽게, 가장 먼저 의심하고 타박하는 게 운동 부족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3. 그도 그럴 것이 근육은 뇌와 함께 몸에서 포도당을 소비하는 가장 중요한 기관입니다. 식사 직후 우리가 흡수한 포도당의 대부분(60~70% 이상)은 근육이 사용하거나 저장합니다. 그래서 식후 혈당 상승은 근육에서 포도당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탓이 크고, 실제로 운동 부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4. 지난번에 정리한 것처럼 인슐린은 근육 세포가 포도당을 흡수하는 문 GLUT-4를 세포막에 설치하게 명령합니다. 하지만 지방 독성으로 시작된 인슐린 저항성이 근육 세포에까지 이르면 ‘김여사의 아이들’이 엄마의 말을 듣지 않기 시작합니다. 인슐린은 근육 세포가 포도당을 ‘소비’하기만을 바라지 않습니다. '아미노산'도 흡수해 단백질을 합성해 더 커지고 강해지기를 원합니다. (보디빌더가 인슐린을 쓰는 이유) 가장 강력한 동화호르몬인 인슐린이 근육세포에 대한 제어에 실패하면 제2형 당뇨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5. 운동은 실질적인 혈당 관리 전략으로도 효과적입니다. 근육이 수축할 때 활성화되는 AMPK 경로는 인슐린과 무관하게 GLUT-4의 이동을 유발해 자율적으로 포도당을 흡수합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심한 제2형 당뇨 환자라 하더라도 이 경로는 비교적 잘 유지되며 한번 활성화되면 24~72시간 지속됩니다.
6. 운동을 통해 체중을 감량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여러 연구 결과 운동은 체중 변화와 별개로 당화혈색소를 개선합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23개 임상연구 결과를 메타 분석했을 때도 운동군에서 유의한 체중 감소는 없었지만 당화혈색소는 감소한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7. 그렇다면 당뇨 환자는 어떤 운동을, 얼마만큼의 시간 동안, 어느 정도의 강도로 해야 할까요? 아쉽게도 저는 어떤 운동이 더 좋다고 말씀드리진 못할 것 같습니다. 차라리 당뇨 환자에게 특정 상황에서 피해야 할 운동에 대해 알려드리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뇨인에게 운동은 지극히 장점만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당뇨 환자에게 운동은 위험합니다. 합병증을 다루고 연계해 운동법을 정리하고자 하는 의도도 여기에 있습니다.
8. 일단 원칙적으로 당뇨 환자는 유산소 운동과 저항성 운동을 모두 하셔야 합니다. 오늘은 먼저 유산소 운동부터 살펴봅니다.
9. 유산소 운동이 당뇨 환자에게 필요한 이유는 근육 세포의 지방 독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근력운동은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소모하는 반면, 유산소 운동은 근육 세포 내 중성지방(IMCL)을 소모합니다. 특히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저하된 당뇨병 상태에서는 IMCL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해 세포 내에 축적되어 해를 끼치게 되므로, 유산소 운동으로 중성지방을 적절히 써주면 인슐린 저항성 개선에 좋습니다.
10.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유산소 운동은 일주일에 150분 이상, 중강도 이상으로, 적어도 3일 이상 하며, 연속해서 2일 이상 쉬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7일 중 5일을 운동하고 하루에 30분 이상 운동하시는 것을 권유드리고 있습니다. 중강도는 노래는 못하되 말은 할 수 있는 수준이므로 생각보다 과격하지 않으니 안심하세요. 그러니까 빠른 걷기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11. 2일 이상 쉬지 말라고 전하는 이유는 운동을 통해 AMPK 경로로 활성화된 GLUT-4가 유지되는 시간이 24~72시간 이내이기 때문입니다. 매일 유산소 운동을 하기 어렵다면 회당 운동 시간을 늘리는 방법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3일 운동하고 50분씩 해도 됩니다. 단, 2일 이상 쉬지만 마세요.
12. 어떤 유산소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는 유산소 운동과 관련된 합병증을 언급해야 합니다. 앞에서 다룬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과 자율신경병증이 유산소 운동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13. 당뇨병성 신경병증에 대해 간략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거의 모든 당뇨 환자는 시간이 지나며 신경병증을 앓게 되고, 특히 제2형 당뇨병 환자는 혈당을 잘 관리해도 예방되지 않을 수 있다. 2) 말초감각신경의 손상이 가장 흔하고 가장 먼저 일어나는데, 이는 원위부(몸에서 먼쪽)에서 시작하며 대칭적으로 나타난다. 3) 자율신경병증은 초기에 주로 교감신경의 항진이 일어나고,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심혈관자율신경병증(CAN)이다. 4) 심혈관자율신경병증은 돌연사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위험군은 사전에 검사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
14. 먼저 자율신경병증과 유산소 운동에 대해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본인에게 원인을 알 수 없는 자율신경 증상이 있다면 숨을 헐떡이는 운동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자율신경병증이 있는 당뇨병 환자가 빠르게 걷기 이상의 강도로 운동하기 (예. 러닝)를 희망한다면 시작 전 심장질환에 대한 정밀검사를 받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다름 아닌 심혈관자율신경병증 때문입니다.
15. 저혈당도 자율신경병증과 관련 있습니다. 저혈당 무감지증이 우려되는 신경병증 환자나 인슐린분비촉진제 또는 인슐린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운동으로 인해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운동 시작 전 혈당을 측정해 보고 필요시 탄수화물을 드시는 게 좋습니다. 신경병증과 관련되지는 않지만 케톤산증을 겪었다면 케톤도 측정하라 되어 있습니다.
16. 다음으로 말초신경병증이 있는 환자에서의 유산소 운동 주의점입니다.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것은 당뇨발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말초신경병증이 있어 감각 전달이 감소했다면, 발에 작은 상처나 물집이 생겨도 통증을 느끼지 못해 방치하게 되고, 결국 심각한 당뇨발 궤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17. 이에 러닝을 즐기시는 환자분은 아래의 항목에 대해 신경 쓰셔야 합니다.
18. 러닝 전후, 매일 발을 점검하세요. 본인의 감각을 믿으면 안 됩니다. ‘난 당뇨를 앓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혹은 약을 끊었고) 당화혈색소도 잘 조절돼 ‘라고 자신하시지 마세요. 눈으로 직접 확인하여 상처를 조기에 발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신경병증은 완치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매일 1회 이상, 운동 후 샤워할 때 혹은 잠자리에 들기 전 발 전체를 꼼꼼히 살피십시오.
19. 발바닥의 작은 돌기나 굳은살, 찢어짐, 물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거울을 이용하거나 보호자에게 부탁하세요. 발가락 사이에 피부가 짓무르거나 무좀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확인합니다. 발톱 주변에 염증이나 파고드는 발톱이 없는지 확인합니다. 붉은 반점, 부기, 열감, 딱딱해진 굳은살, 작은 물집이나 갈라짐 등 사소한 변화라도 발견하면 절대 무시하지 마십시오.
20. 신발 선택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발에 가해지는 압력을 분산시키고 마찰을 줄이는 것을 고르세요. 발가락 부분이 넓고 넉넉하며, 굽이 낮고, 밑창이 푹신한 신발을 고르십시오. 운동화는 끈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좋으며, 신발을 신기 전 반드시 내부를 확인해 돌멩이 같은 이물질이 없는지 확인하세요. 발등을 누르는 슬리퍼나 하이힐은 발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의 주행을 막으므로 피해야 합니다.
21. 양말은 솔기가 없고, 발목을 조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흰색 또는 밝은 색 양말을 신어 혹시 모를 상처로 인한 출혈이나 분비물을 즉시 확인할 수 있으면 더 도움이 됩니다. 양말을 신지 않은 맨발 상태로 신발을 신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22. 발에 열과 습기를 과하게 주지 마세요. 감각이 둔해진 발은 뜨거운 온도에 쉽게 화상을 입거나, 습기에 의해 피부가 짓무르고 감염될 수 있습니다. 뜨거운 족욕이나 사우나는 피해야 합니다. 발가락 사이는 수건이나 드라이기로 완벽하게 말려 습기로 인한 피부 손상을 막아야 합니다.
23. 발의 건조함을 막기 위해 로션을 바르되, 감염 위험 때문에 발가락 사이에는 절대로 로션을 바르지 마세요.
24.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당뇨 환자는 맨발로 걷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집 안에서라도 슬리퍼나 양말을 착용하여 작은 파편으로부터 발을 보호하십시오. 또한, 스스로 발의 굳은살이나 티눈을 제거하려고 시도하는 행위는 2차 감염의 위험을 높이니 반드시 전문 의료진에게 맡겨야 합니다.
25. 그래서 러닝은 사실 당뇨환자에게 걱정되는 운동에 속합니다. 배드민턴이나 등산, 장시간 걷기, 계단 오르내리기 등의 체중이 발에 실리거나 충격과 압력이 반복적으로 전달되는 운동은 모두 권유하기 어렵습니다.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은 체중부하가 적은 운동이므로 더 바람직합니다.
PS. 저는 당뇨발을 설명할 때 선의의 합병증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운동이 좋다고 해서 열심히 했는데 그릇된 결과로 이어지면 매우 안타깝습니다.더구나 제가 지켜본 바로는 당뇨가 조절되지 않은 상태로 열심히 운동하는 분들도 상당히 많으시기 때문에 더 걱정이 됩니다.운동으로 당뇨를 극복했다. 라는 자신감을 과소평가 하려는 의도는 아니나 혈당관리와 무관하게 진행될 수 있는 신경병증에 대한 경각심을 드리기 위해 더 무섭게 썼습니다.
잘못된 인터넷 정보만 보고 당화혈색소가 9%가 넘는데도 약은 나쁘니까, 몸을 믿으니까 처방받지 않고, 아파트 계단 오르기와 마라톤 등으로 억지로 억지로 낮춘 일시적인 혈당을 보고 안심하시지 말아주세요. 조절되지 않은 고혈당 상태로 발을 혹사시키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당뇨발이 발생할 위험성이 급격히 높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