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의 자기 관리 (12)
1. 망막병증을 진단받은 당뇨환자는 근육을 키우는 헬스 운동을 하면 안 될까요?
2. 초기 병변인 비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의 경우 별다른 치료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진단받은 환자는 정기적인 추적검사만 잊지 않으면 됩니다. 지침에 따르면, 당뇨망막병증 소견이 없는 당뇨병환자의 경우 1~2년 간격, 가벼운 비증식성 망막병증은 6-12개월 간격, 중등도 비증식 망막병증은 3~6개월 간격, 심한 비증식 망막병증은 3개월 간격으로 추적관찰을 시행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3. 하지만 스크린에 멍이 들기 시작한 자리가 정 중앙 같은 중요한 위치라 영화감상에 문제가 생긴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즉, 황반 부종의 경우 치료가 필요합니다. 치료의 목표는 망막의 구조를 안정화하고 부종을 줄여주는 것입니다. 특히 황반의 부종은 시력 저하의 원인이 되므로 치료를 통해 시력의 개선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4. 부종을 줄이기 위해 쓰는 대표적인 약물은 항-혈관내피성장인자 (anti-VEGF) 주사입니다. 혈관내피성장인자(이후 VEGF)는 허혈 상태 내피세포가 분비하는 성장인자로서, '여기 지금 산소가 부족해! 숨차 죽을 것 같아!'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VEGF는 부랴부랴 신생 혈관을 계획하며 동시에 숨이 차 하는 곳에 산소를 더 많이 전달하기 위해 혈관 투과성을 크게 높입니다. ‘위기 상황이니 어쩔 수 없다! 입국 심사 생략해!’라며 느슨하게 통과시키다가 이 틈을 통해 혈액의 성분이 안구 내로 누출되는 것입니다.
5. 흔히 쓰이는 anti-VEGF 주사는 아플리버셉트(아일리아), 라니비주맙(루센티스), 베바시주맙(아바스틴) 등이 있다고 합니다. 치료가 잘 되면 망막 두께가 줄어들고 혈액-망막 장벽의 기능이 회복됩니다.
6. 다른 부위에서처럼 부종을 감소시키기 위해 스테로이드 주사가 쓰이기도 합니다. 유리체 내로 스테로이드를 직접 주사하거나, 지속적으로 스테로이드를 분비하는 스테로이드 임플란트를 유리체 내부에 이식하기도 합니다.
7. 안타깝게도 시간이 흘러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으로 진행하면 좀 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이때 범망막응고치료(PRP)라고 하여 주변부 망막 전체를 레이저로 파괴하는 방법을 권유받으실 수 있습니다. 멀쩡한 눈을 레이저로 망가뜨린다니 무시무시하게 들리실 순 있지만 시력에 주된 역할을 하는 곳은 황반 주변의 중심부이므로 가능한 전략입니다.
8. 범망막광응고치료의 효과는 많은 연구에서 충분히 증명됩니다. 레이저 시술을 받은 증식성 망막병증 환자는 심각한 시력 저하나 실명 위험도가 크게 낮아졌습니다. 이러한 효과는 고위험의 증식성 망막병증 환자에게서 더 뚜렷했습니다. 고위험군 증식성 망막병증 환자는 26.2%에서 심한 시력 저하가 생길 수 있고, 4년이 지난 뒤에는 그 비율이 44%까지 증가하나 응고 치료를 받고 난 뒤에는 그 위험이 절반 (20.4%) 이상 감소했습니다.
9. 응고 치료를 통해 시야에 중요하지 않은 망막 부위를 제거해 주면 더 많은 산소와 영양분이 필수적인 부위에 공급됩니다. 더불어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아 VEGF를 내뿜고 있던 내피 세포가 사라지니 신생혈관증식도 억제됩니다. 멀쩡한 눈을 레이저로 파괴한다 하니 시력이 감소할 것 같지만 실은 그 반대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다만, 레이저 치료를 받은 주변부의 시야결손은 회복되지 않습니다.
10. 요즘에는 범망막응고치료를 하지 않고 anti-VEGF를 유리체 내부에 주사하는 치료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치료 효과가 범망막응고치료에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그러나 치료 비용이 많이 들고, 반복적으로 치료받아야 하며, 주사를 멈추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11. 출혈이 잘 흡수되지 않아 시야를 방해하거나 출혈이 반복되거나, 망막박리가 중심시야를 침범할 가능성이 높거나 열공을 동반할 때, 심한 망막 앞 출혈, 치료에도 불구하고 진행하는 신생혈관증식 시에는 수술을 결정하기도 합니다. 수술에는 미세수술 현미경, 유리체 절제 수술 기계, 안내 조명기구, 미세수술기구, 눈 속 레이저 기계 등 고가 수술 장비가 있어야 합니다.
12. 안압을 높일 수 있는 (숨을 참고 복압을 높이는) 고중량 운동은 망막병증을 앓는 환자에서 출혈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2025 당뇨병 진료 지침에 따르면 고강도의 유산소운동이나 저항운동으로 출혈과 박리의 위험이 커지므로 피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13. 특히 당뇨를 진단받았으니, 운동으로 해결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작정하고 근육을 점점 더 우람하게 키워 오시는 환자분이 간간이 계시는 데 말 못 하는 걱정이 많습니다. 당뇨 환자는 탈수를 일으킬 수 있는 프로필 사진을 찍는 것을 목표로 한다든지 보디빌딩 대회를 나간다는지 하는 노력은 지양해야 합니다. 특히 안과 진료를 받지 않았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14. 다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저항운동을 금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질병관리청의 자료에 따르면 증식당뇨망막증 환자에게서 발생하는 출혈은 의외로 수면 중에 많이 일어났다며, 적당한 운동은 혈당을 조절하는 데 효과적인 만큼 운동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메타분석 결과 강도가 높은 운동일수록 당화혈색소 개선 효과도 좋은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15. 더불어 당뇨환자의 대부분이 유산소운동은 관심을 가지지만 근력이나 저항운동은 다소 외면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잘 알다시피 근육량이 증가하면 포도당을 소비하는 용량이 커지므로 장기간의 혈당 조절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늘어난 근육으로 우리 몸의 기초 대사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16. 특히, 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GLP-1 RA를 통해 체중 감량을 시도 중이라면 근력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GLP-1 RA의 단점이 근육량 감소이기 때문입니다.
17. 되도록 근육량이 많은 부위를 강화하면 혈당 관리에 유리합니다. 맨몸으로 하는 스쿼트나 런지는 쉽고 편리하게 언제든지 할 수 있으므로 매우 좋습니다. 까치발 들기 등의 종아리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은 당뇨발을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발뒤꿈치를 천천히 들어 올리고 1~2초간 유지 후에 천천히 내려옵니다. 다 하고 나면 약간 힘들다 싶을 정도 수준으로, 최소 10~12회를 한 세트로 하여 총 3세트 목표로 하시면 좋습니다.
18. 전신의 근육을 골고루 운동하는 것이 좋지만 망막병증을 진단받았다면 아무래도 하체 위주로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윗몸일으키기나 무거운 중량을 들어 올리는 웨이트 트레이닝 등은 복압을 높이므로 꼭 안과 진료를 받고 하세요. 머리 쪽으로 피가 쏠리는 물구나무서기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복싱, 태권도, 격투기 등은 눈에 충격을 줄 수 있으므로 역시 피해야 합니다. 숨을 참고 순간적인 힘을 내는 운동도 피하세요.
19. 유산소운동에서 말씀드렸듯이 저혈당이 우려되는 환자라면 식사 후 30분~1시간 뒤에 운동을 시작하시는 것이 좋고 혈당을 재어보고 운동을 시작하는 것도 좋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하시기 전에 꼭 안과진료를 받으시는 것입니다. 운동이 무조건 장점만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