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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틴은 혈당을 높이는가?

당뇨의 합병증

by 예재호

1. 콜레스테롤약, 스타틴이 혈당을 높이고 당뇨 발병률을 높인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2. 맞습니다.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걸 핑계 삼아 약을 끊는다라고 말하기에는 이유가 좀 옹색한 것도 사실입니다.





3. 대부분의 당뇨환자는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 목표 LDL 콜레스테롤 수치에 도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환자의 노력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라, 전편에서 말씀드렸듯 관리 목표 수치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낮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당뇨환자에게 스타틴은 필수적인 약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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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럼에도 올바른 식사요법을 숙지하고 규칙적인 운동, 체중 감량 등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노력은 중요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앞서 다룬 내용이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https://brunch.co.kr/@ye-jae-o/94


https://www.threads.com/@care.about_your.health/post/DO5S3BEAeTn?xmt=AQF0QZI0OudDohwEztnRxa7bY0XuAT_amaMGdSWHgsXL0Q


5. 스타틴은 다른 환자군과 마찬가지로 당뇨 환자에서도 LDL 콜레스테롤을 효과적으로 낮춰 줍니다. 낮아진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심혈관계 질환을 효과적으로 예방합니다. 메타분석 결과, 당뇨병 환자가 스타틴 치료를 통해 LDL 콜레스테롤을 38 mg/dL 감소시킨 경우 5년간 심혈관 질환 발생률을 23%까지 줄일 수 있었습니다.


6. 그런데 의사들의 기대와는 달리 이렇게 좋은 스타틴은 종종 몹쓸 약으로 오해받습니다. 막상 처방받은 환자들도 복약을 시작하기까지 고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스타틴을 먹으면 간수치가 오른다든지, 근육통이 심해진다든지, 혹은 치매의 원인이 된다는 이야기가 많이 회자되는 듯합니다.


7. 스타틴에 대한 오해 몇 가지는 앞서 다룬 바가 있으니, 오늘은 스타틴과 당뇨병의 발생에 대해 다뤄 보겠습니다.




8. 다른 의혹과 달리 스타틴이 혈당을 높이고 당뇨를 유발한다는 주장은 사실입니다. 총 91,140명을 포함하는 13개 무작위 대조군 연구의 메타분석 결과, 스타틴을 투약한 군에서 새로 당뇨병으로 진단될 가능성이 9% 높게 나타났습니다. (상대위험도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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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스타틴이 NOD(New Onset Diabetes Mellitus, 새로 진단된 당뇨병) 위험을 높이는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스타틴이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있습니다. 스타틴이 지방세포 성숙을 억제해 인슐린 저항성의 첫 번째 단계인 '지방독성'을 유발한다는 실험 결과가 있고, 또 다른 연구에서는 스타틴이 GLUT-4의 이동을 저해하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 스타틴의 작용 기전인 HMG-CoA 환원효소 억제에서 원인을 찾으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HMG-CoA는 콜레스테롤의 전구체(재료)인데, 스타틴은 이 HMG-CoA의 생성을 억제해 콜레스테롤 합성을 줄이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그런데 HMG-CoA는 콜레스테롤의 전구체일 뿐 아니라 다른 화합물을 만드는 데도 사용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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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HMG-CoA에서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화합물 중 하나로 코엔자임 Q10이 있습니다. 코엔자임 Q10은 미토콘드리아의 ATP 충전 과정에 관여하는 항산화 물질입니다. 스타틴이 HMG-CoA 환원효소를 억제하면 코엔자임 Q10의 생산이 줄어들고, 이것이 미토콘드리아의 ATP 생성을 방해해 인슐린 저항성이 유발된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https://www.threads.com/@care.about_your.health/post/DRJ1_lOgQU7?xmt=AQF0AwEGYhnvh3tOrCKHMrX7BmQBq5P3wHSRd4wesORFww


12. 그런데 서두에서 말씀드렸듯이, 혈당 상승 때문에 스타틴을 포기했다는건 다소 궁색 맞은 변명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일단, 생각보다 그 영향이 크지 않습니다. 4년간 255명의 환자에게 스타틴 치료를 했을 때 1명이 추가로 당뇨병으로 진단되는 수준입니다.


13. 둘째로, 당뇨병 위험 요인이 없는 사람에게는 이런 위험은 관련이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일부 연구에서는 반대로 당뇨를 예방할 수도 있다고 나타났습니다). 연구에서는 공복혈당 >100 mg/dl, 고혈압, 비만(체질량 지수 >30 kg/m2), 중성지방 >150 mg/dl 총 4가지 항목 중 해당하는 위험 요인이 많은 환자에서 당뇨 발생률이 문제가 된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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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위의 위험 요인은 새로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닙니다. 알고 보면 우리에게도 익숙한 내용입니다. 다름 아닌 대사증후군 진단 기준에 포함된 항목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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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위험 요인을 하나씩 따져 보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과연 스타틴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당뇨병을 피할 수 있었을까?’, 혹은 ‘이런 위험 요인을 가진 분들이 당뇨를 진단받은 게 스타틴 때문이라고 해도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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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이런 당돌하고 무책임한 말씀을 드릴 수 있는 근거가 있습니다. 이른바 위험요인, 즉 대사증후군을 진단받는 사람일수록 ‘당연히’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이 훨씬 높게 나왔고, 이런 분들일수록 스타틴을 복약함으로써 심혈관 질환의 발생을 예방하는 이득이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4개의 위험 요인을 가진 사람이 스타틴을 복용할 경우 위험도는 35%나 감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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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그래서 2025 당뇨병 진료가이드라인에서는 ‘스타틴 복용 후 당뇨병이 발생한 경우라도 스타틴을 중단하지 말고, 당뇨병 치료를 시작하면서 스타틴도 계속 유지하라’고 권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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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당뇨병 발생이 걱정된다면 상대적으로 당뇨별 발생 위험률이 낮다고 알려진 스타틴도 있으므로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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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다시 한번 강조드리는 바, 당뇨환자는 절대 스타틴을 임의로 끊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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