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의 합병증
1. 다른 분들은 몰라도 당뇨 환자는 스타틴을 절대 끊으면 안 됩니다.
2. 미세혈관 합병증을 먼저 다루긴 했지만, 당뇨 환자에서 독보적인 사망 원인 1위는 심혈관질환입니다. (심혈관질환 : 심근경색, 뇌졸중, 뇌출혈 등) 당뇨 환자는 비당뇨병인과 비교해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2~4배나 높습니다.
3. 남들보다 혈관에 포도당이 조금 더 많았을 뿐인데 이렇게나 위험해진다니 억울한 마음이 듭니다. 맞습니다.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이토록 커지는 것은 고혈당 단독으로 유발된 것은 아니고, 동반질환, 비만, 나이, 성별, 흡연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결과로 보아야 합니다.
4. 그렇다면 당뇨환자에게 심혈관질환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요인은 무엇일까요? 조절되지 않는 혈당(높은 당화혈색소)? 혹은 나이? 혈압이 높을수록? 당뇨를 앓은 기간이 길수록? 흡연할수록?
5. 놀랍게도 쟁쟁한 경쟁자들을 누르고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것은 조절되지 않는 이상지질혈증이었습니다. (UKPDS 연구) 당화혈색소가 1% 오르면 관상동맥질환의 발생률이 18% 상승하고, 흡연을 할 경우 35% 더 많이 발생하지만 콜레스테롤을 조절하지 못할 경우 관상동맥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무려 384%나 증가했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LDL콜레스테롤이 39 mg/dL씩 증가할 때마다 관상동맥질환의 발생 위험도는 약 60% 씩 증가한다고 보고합니다.
6. 그런데 당뇨환자에서 전형적인 이상지질혈증 패턴은 사실 고중성지방혈증과 저 HDL 콜레스테롤혈증입니다. LDL이 높은 분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뇨환자 분들도 '내 LDL은 123 정도라서 150은 넘지 않는다고.', '그래서 약도 먹지 않아도 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릅니다.
7.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당뇨환자에서의 LDL 콜레스테롤은 비록 측정되는 수치는 낮게 나올 수 있지만, 일당 백의 정예요원이라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8. 당뇨환자의 LDL은 sdLDL(small dense LDL)이라 하여 보통의 LDL 보다 크기가 작고 밀도는 높습니다. 이런 형태 때문에 혈관 내피 세포 틈을 훨씬 더 쉽게 통과하고, 중성지방으로 꽉꽉 들어찬 탓에 활성산소에 의해 훨씬 빨리 산화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기억하시지요? LDL 콜레스테롤은 태생부터 나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사이즈가 하필이면 내피 세포에 끼이기 쉬워 나쁜 콜레스테롤로 분류된다는 것을요. 당뇨인에게 흔한 sdLDL은 그중에서도 악질인 LDL 콜레스테롤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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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런 무시무시한 sdLDL만 해도 무척 까다로운데 이게 다가 아닙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당뇨인의 혈액은 높은 중성지방과 낮은 HDL 콜레스테롤이 특징인데, 높은 중성지방 탓에 혈전 생성 경향이 높아 경화반이 파열되었을 때 훨씬 큰 여파로 이어지고, 낮은 HDL 때문에 LDL은 바로바로 처리되지 못해 악순환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10. 그러므로 당뇨 환자에게 이상지질혈증은 혈당만큼이나 중요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또 누가 뭐라 그래도 첫 번째 관리 목표는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이 됩니다. (ApoB도 아니고, Lp(a)도 아니고 중성지방도 아니고 HDL도 아닙니다) 왜냐면 LDL 이 '하필이면 틈새로 들어가기 딱 맞는 크기'기 때문입니다
11. 하지만 국내 당뇨인들의 콜레스테롤 관리 현황은 썩 좋지 않습니다. 대한당뇨병학회의 Diabetes Fact Sheet 2024에 의하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당뇨병환자의 74.2%가 고콜레스테롤혈증이 동반되어 있는데, 그중 65.3%만이 LDL콜레스테롤이 목표치(100 mg/dL 미만) 내로 조절된다고 합니다.
12. 의외로 젊은 여성에서 성적이 더 나쁩니다. 30세 이상, 65세 미만의 여성은 고 콜레스테롤의 유병률이 80.4%로 가장 높지만, 조절율은 66.8% 밖에 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가장 불량학생에 가깝습니다. 범위를 19~29세로 좁히면 더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옵니다.
13. 더 충격적인 것은 LDL 콜레스테롤의 관리목표가 환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낮다는 점입니다.
14. 일반인, 즉 당뇨가 없는 환자의 경우 LDL 콜레스테롤이 150mg/dl을 넘으면 약제 복약을 권고하고 100mg/dl 이하를 관리 목표로 삼는 것은 맞지만, 당뇨를 치료받고 있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15.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일반인과 동일한 목표, 즉 LDL콜레스테롤을 100 mg/dL 미만으로 조절해도 되는 경우는, 유병기간이 10년 미만이고 주요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동반하지 않은 경우에 한하고 있습니다.
16. 그런데 위험인자에 무엇이 포함되어 있나 살펴보면 항목이 이렇습니다. 연령(남자 45세 이상, 여자 55세 이상), 관상동맥질환의 조기발병 가족력(남자 55세 미만, 여자 65세 미만), 고혈압, 흡연, HDL콜레스테롤 40 mg/dL 미만, 즉 위의 항목에서 하나라도 해당이 된다면 관리 목표는 더 이상 100mg/dl 이 아니라 70mg/dl이 됩니다.
17. 유병기간이 10년 이상이거나 주요 심혈관질환 위험인자(16번에서 말씀드린) 또는 표적장기손상을 동반한 경우 LDL콜레스테롤 관리 목표는 70 mg/ dL 미만이 됩니다. 표적장기 손상이라 함은 우리가 앞에서 다루었던 미세혈관 합병증을 의미합니다. 알부민뇨(소변 알부민/크레아티닌 비율 30 mg/g 이상), 추정사구체여과율 60 L/min/1.73m2 미만의 만성콩팥병, 망막병증, 신경병증 등입니다.
18. 이것보다 더 낮은 관리 목표도 있습니다. 이미 심혈관질환을 동반했을 경우에는 LDL콜레스테롤 농도를 55 mg/dL 미만, 그리고 기저치보다 50% 이상 떨어뜨려야 합니다. 더불어 표적장기손상이나 3개 이상의 주요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동반한 당뇨병환자는 LDL콜레스테롤을 55 mg/dL 미만으로 조절하는 것을 고려하도록 권고합니다. (예를 들어 55세 남자가 흡연을 하고 고혈압이 동반되어 있다면 이상적인 LDL 콜레스테롤 관리 목표는 (필수는 아니지만) 55mg/dl 미만이 됩니다.)
21. 결과적으로 일반적인, 평균의 당뇨환자라면 LDL 콜레스테롤 목표치가 100mg/dl 미만일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일반적으로 70mg/dl 미만이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러므로 11번에서 다룬 국내 당뇨환자의 콜레스테롤 관리 현황보다 실제는 더 나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큰~일~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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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LDL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목적으로 쓰는 일차약물은 다름 아닌 스타틴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