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마친 며칠 뒤, 드디어 신혼여행을 떠나는 날이 다가왔다.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은 우리는 이탈리아와 그리스로 향했다.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는 피렌체, 그다음은 물의 도시 베네치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꿈의 섬 산토리니! 무려 3주 동안 한 주씩 머물며 유럽의 낭만을 만끽할 계획이었다. 일을 그만두고 이렇게 여유롭게 긴 신혼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행복할 뿐이었다.
사실 이탈리아는 내가 예전부터 신혼여행지로 꼽아왔던 곳이었는데, 다행히 남편도 이탈리아 덕후였다! 그는 이미 몇 번 다녀왔지만 나에게 이탈리아의 매력을 구석구석 소개해줄 생각에 신이 나 있었다. '진정한 이탈리아 가이드의 탄생인가요?' 남편은 자신만 믿으라며 자신만만하게 계획을 세웠다. 또한, 결혼식을 독일에서 못한 터라 남편의 형과 형수, 그리고 몇몇 가까운 친척들이 피렌체로 와서 우리를 축하해 주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는 피렌체의 루프탑 수영장과 바가 있는 호텔을 예약했다. 그곳에서 이 특별한 도시를 배경으로 가족들과 함께 특별한 파티를 열 예정이었다. 피렌체의 아름다운 전경을 한눈에 담으며 펼쳐질 그 축하의 순간들, 벌써부터 그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로맨틱한 분위기가 가득할 거라며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이탈리아의 밤, 와인 한 잔과 함께 완벽한 순간을 만끽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첫 번째 목적지인 피렌체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특이하고 고풍스러운 건물들, 돌길을 걷는 발소리, 그리고 공기 중에 흐르는 예술적인 분위기까지. 피렌체는 마치 “왜 이제야 왔니?” 하고 나에게 속삭이는 듯했다. 남편은 이미 이곳에 여러 번 와본 터라 마치 피렌체 전담 가이드처럼, 자신만만하게 나를 데리고 다녔다. "저기 보이지? 저 다리는 베키오 다리야. 여긴 우피치 미술관,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두오모 성당... 어때? 나 잘 알지?"라며 해맑게 웃는 남편이 참 귀여웠다. 사실, 남편의 '추억 투어'가 될 뻔한 여행이었지만, 덕분에 우리는 피렌체에서 함께 새로운 추억을 쌓아갈 수 있었다.
도시는 그야말로 예술과 역사의 살아있는 박물관이었다. 두오모 성당에 올라가서 바라본 풍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고, 하늘을 배경으로 한 고딕 양식의 붉은색 지붕들이 서로 어우러져 마치 한 편의 그림 같았다. 우피치 미술관에선 고개만 돌리면 세계적인 명화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고, 유명한 작품들 앞에서 시간을 잊고 감탄하곤 했다. 피렌체는 '여기서 한 번 살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매력적인 도시였다. 거리마다 예술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했으니까!
하지만 남편이 내게 가장 큰 감동을 준 순간은, 베키오 다리 위에서 둘만의 조용한 시간을 보내던 때였다. 해가 천천히 지고, 황혼이 짙어지며 피렌체의 거리는 황금빛으로 물들어갔다. 아르노 강에 비치는 저녁노을은 반짝이는 물결과 어우러져 마치 오래된 유화처럼 고요하고 따뜻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다리 위에 서서, 바람에 실려오는 강물의 잔잔한 소리와 도시의 숨결을 느끼고 있었다. 그 순간 남편이 내 손을 살짝 잡아끌어 나를 그의 곁으로 바짝 다가오게 했다. 남편의 옆얼굴을 바라보니, 황금빛 햇살이 그의 눈가를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부드러운 다정함과 함께 깊은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는 한참을 강물을 바라보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항상 내가 옆에 있으니, 걱정마." 그 말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다리 위를 가득 채웠다. 그 순간, 나는 그의 손을 더 꼭 쥐며 눈을 감았다. 그저 몇 마디의 짧은 말이었지만, 그 속에는 우리가 함께 겪어온 시간과 앞으로 함께 걸어갈 길에 대한 모든 다짐이 담겨 있는 듯했다. 마치 우리의 마음이 강물처럼 하나로 이어져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저녁노을이 사라져 가면서 피렌체의 하늘은 깊어갔고, 우리는 고요한 다리 위에서 긴 호흡을 나누며 그렇게 서 있었다. 주변의 관광객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귀찮게 들리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소음이 우리만의 특별한 순간을 더 깊게 해주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의 모든 경험이 우리의 사랑을 더욱 깊게 만들어주는 듯했다. '아마 피렌체의 마법은 그저 아름다운 경치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소중한 순간들에서 비롯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음식! 원래 서양 음식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던 나조차도 피렌체의 맛집에서 그 신세계를 경험하고 말았다. 남편이 추천해 준 스테이크는 입안에서 녹아내렸고, 특히 봉골레 파스타는 그 후로 매일 한 접시씩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거의 매일 "오늘도 봉골레 파스타 어때?" 라며 또 한 접시 주문했다. "이게 바로 이탈리아지!" 에스프레소 한 잔과 젤라토로 마무리하는 여유로운 시간은 이탈리아 여행의 필수 코스였다. 덕분에 나는 하루에 몇 번씩 '이탈리아 음식, 어쩌면 내 인생 음식일지도?'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남편의 가족들도 피렌체로 와서 우리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 우리는 이미 신혼여행 모드에 한껏 취해 있었지만, 가족들이 합류하니 더없이 따뜻하고 특별한 시간이 되었다. 모두가 모여 루프탑 파티를 즐기며 피렌체의 밤하늘을 배경으로 한 축하와 웃음소리는 한참 동안 끊이질 않았다. 그들의 따뜻한 축하 속에서 나는 이제 진짜로 한 가족이 되었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내가 이 멋진 가족의 일원이 되다니, 나 정말 복 받은 것 같아!"라고 남편에게 말했고 남편은 그런 나에게 고맙다고 했다.
며칠 뒤 가족들이 떠나고 나서, 우리는 피렌체에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결혼 준비부터 시작해 그동안 너무 바쁘고 정신없던 나날들 속에서, 오랜만에 진짜 '휴가' 같은 휴식을 만끽했다. 마치 빠르게 달리던 열차에서 내려 잠시 멈춰 선 기분이었다. 피렌체의 한적한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나는 그제야 마음의 여유가 찾아오는 것을 느꼈다.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커피잔을 손에 쥔 채, 남편의 미소를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다. "계속 이렇게 여유로웠으면…"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위해 달려왔다. 더 나은 미래, 더 완벽한 결혼식, 더 큰 행복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 순간만큼은,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저 여기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거리의 분주함조차 멀게만 느껴졌다. 어쩌면 우리가 정말로 바랐던 행복은 이렇게 작고 평범한 순간들 속에 숨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인생은 언제나 바쁘고, 우리는 늘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간다. 하지만 이렇게 가끔은 발걸음을 멈추고, 순간의 여유를 즐기며 서로의 존재를 느끼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나는 남편의 손을 살며시 잡으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지금처럼, 매일이 이런 작은 순간들로 채워지길…" 피렌체의 고요한 오후,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며 지나갔고, 우리는 그 시간 속에서 오래도록 기억될 평온함을 느꼈다.
피렌체에서의 예술적인 시간을 뒤로하고, 우리는 마침내 꿈에 그리던 베네치아로 발걸음을 옮겼다. 평소에 쉽게 감탄하지 않는 나조차도, 베네치아에 도착한 순간 마치 넋을 잃은 사람처럼 한참 동안 말문이 막혔다. "이건 진짜야? 아니면 내가 그림 속으로 들어온 거야?" 바다 위에 아슬아슬하게 떠 있는 듯한 건물들과 운치 있게 흐르는 수로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완벽한 동화 속 풍경이었다. 곤돌라가 천천히 떠다니는 모습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고, 베네치아 안에서 있는 순간순간마다 로맨틱 지수를 만렙으로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이래서 다들 베네치아 베네치아 하는구나!"
첫날부터 우린 수상택시를 타고 베네치아의 골목골목을 누볐다. 남편은 마치 베네치아 현지인이라도 된 듯이 리알토 다리와 산 마르코 광장으로 나를 이끌었고, 그곳에 도착하자 내 감탄사는 멈출 줄 몰랐다. "와, 이 다리가 그 다리야? 여긴 산 마르코 광장?" 티비에서만 보던 그 모습들이 눈앞에 펼쳐지니 마치 내가 리포터라도 되어 이 감동을 전달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우리는 도시에 흠뻑 빠져 골목길을 누비며 수많은 사진을 찍었고, 베네치아의 좁고 아기자기한 골목길은 정말 마법같이 예뻤다. 그 좁은 길을 남편과 나란히 걸으며, 우린 또 하나의 추억을 쌓아갔다. 그 순간순간이 정말 로맨틱했고, 더없이 행복했다.
물론, 베네치아가 나를 사로잡은 건 로맨틱한 풍경만은 아니었다. 음식에 있어서도 베네치아는 기대 이상이었다. 신선한 해산물로 가득 찬 음식들은 나를 또 한 번 매료시켰다. 특히 해산물 리소토는 혀가 놀랄 정도로 맛있었고, 빵에 발라 먹는 바칼라만테카토는 예상치도 못했던 극강의 부드러움을 자랑하며 정말 상상 이상의 맛을 선사했다. 한 입 먹을 때마다 "와 이거 뭐야? 이런 게 있었어?" 라며 행복해했다. 식사 후엔 젤라토로 마무리했는데, 베네치아에서는 아이스크림도 마치 미술 작품처럼 맛있었다.
매일이 천국에 있는 것 같았지만, 모든 즐거운 시간이 그러하듯이, 베네치아에서의 시간도 어느새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벌써 떠나야 해?'라고 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며 아쉬운 마음을 간신히 달래야 했다. 하지만 그 아쉬움을 안고 떠나는 것도 여행의 묘미 아니겠는가? 베네치아에서의 로맨틱한 경험을 소중히 간직한 채,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그리스 산토리니로 향했다. "이탈리아, 언제 또 오게 될까? 우리 다음엔 더 오래 머물자!"라고 남편과 약속하며, 베네치아에서의 황홀한 시간은 우리의 추억 속에 영원히 남게 되었다.
베네치아, 너란 도시는 잊을 수 없는 사랑의 도시로 남았다.
하지만 요즘 베네치아는 조금 달라졌다. 관광객들이 과밀되면서 크고 작은 문제들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크루즈 선박의 입항이 큰 문제였는데 도시의 섬과 환경 보호를 위해, 이제 특정 크기 이상의 선박은 도시의 주요 수로에 접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는 도심의 혼잡함을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데 한편으로는 도시에서 관광만 하고 돈을 쓰지 않는 얌체족을 막으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게다가, 베네치아는 이제 관광객에게 입장료를 부과할 계획을 하고 있다. 이 정책은 관광객 수를 조절하고 도시 관리 비용을 보충하려는 목적이라고 하는데, 로맨틱한 도시가 점점 상업화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변화가 생기면 정말 아름다운 이 도시에 대한 애정이 조금은 퇴색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지인들의 고충을 이해하면, 이런 조치들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생각도 든다.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도시를 지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일지도 모른다. 결국, 이 모든 변화가 베네치아의 매력을 더 잘 보호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길이라면, 조금은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네치아에서 그리스 산토리니까지의 비행시간은 약 4시간. 우리 부부는 여독으로 피로했지만, 산토리니에 도착하는 순간 모든 피로가 말끔히 사라졌다. 공항에 도착하니 숙소 셔틀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10분 정도 이동한 후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말 그대로 '여기가 현실 맞아?'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에게해의 짙푸른 바다, 그리고 그 바다와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푸른 지붕의 하얀 집들... 마치 신화 속에나 나올 법한 풍경이었다. "와, 이거 실화야?"라는 말이 절로 나왔고, 이 순간을 사진으로만 보지 않고 실제로 경험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우리는 이곳 숙소에 돈을 제일 많이 썼다. 평소 같으면 일박 요금을 보고 까무러치면서 예약하지 않았을 텐데 평생 한번 오는 신혼여행이라고 생각하고 통 크게 예약했다. 이곳이야말로 우리 여행의 진정한 클라이맥스였다. 프라이빗 자쿠지가 딸린 스위트룸에서, 개인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환상적인 바다 전망을 즐기며 우리는 매일 아침과 저녁을 보냈다. 호텔에서 다양한 조식을 테라스로 가져다주었는데, 바다를 내려다보며 신선한 과일과 그리스식 요리를 먹는 그 시간이 정말 비현실적이었다. "이래서 돈을 많이 벌어야 해!"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만들기도 했다. 정말 천국이 따로 없었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모든 것이 완벽했고, 남편과 나는 자쿠지에서 해가 저무는 에게해를 보며 꿈만 같은 시간을 보냈다. 바다의 푸른빛이 석양과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졌고, 그 황홀한 풍경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존재에 대해 더욱 감사하게 되었다. "진짜 인생에서 이런 날이 또 있을까? 당신과 함께라서 이런 멋진 곳에 올 수 있었던 것 같아.."
또한, 우리는 매일 저녁 로맨틱한 식사를 하며 산토리니의 현지 음식을 마음껏 즐겼다. 특히, 신선한 그리스 샐러드와 수플라키, 그리고 해산물 요리는 우리를 매번 행복하게 만들었고, 맥주나 와인 한 잔을 곁들이며 그 맛에 흠뻑 빠졌다. 그리스 샐러드는 향긋한 올리브 오일, 페타치즈, 신선한 토마토와 오이로 가득 차 있어, 매 한 입마다 섬의 햇살이 느껴졌다. 수플라키는 특히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그릴에서 방금 구워낸 고기가 불향을 풍기며 입맛을 돋우었다. 또한 그릭 요거트로 만든 전통 디핑 소스인 자치키(Zaziki)는 보기와 다르게 전혀 느끼하지 않고 고기와의 밸런스를 맞춰주는 것 같아 신기했다. 매번 새로운 맛을 찾으려다 보니, 한 번은 특별히 해산물 요리인 그리스식 생선구이에 도전해 봤는데, 그 신선함이란!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듯한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섬이 작아 다른 나라의 다양한 음식은 맛볼 수 없었지만, 오히려 그리스 음식에 대해 온전히 집중하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저녁때마다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해가 지고 붉은 노을이 바다에 비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순간이 영원히 계속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각자 한 잔씩 들고 건배를 했다. 그런 소소한 순간들이 쌓여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해 주었다.
좁은 골목길을 거닐며 산책할 때도 신비로운 분위기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하얀 벽을 배경으로 작은 상점들과 기념품 가게들이 아기자기하게 늘어서 있었고, 우리는 그곳에서 그리스 특유의 정취를 느끼며 소소한 기념품들을 샀다. 한 번은 남편이 진지한 표정으로 "여기서 살까?"라고 묻기에, 나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다 좋은데 한국음식 없어서 안돼..."라고 답했다. 그 좋은 환경에서도 난 한국음식이 없으면 못 사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산토리니는 큰 섬이 아니었기에 구시가지를 구경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덕분에 우리는 여유롭게 섬을 둘러보며, 바다와 하늘이 어우러진 절경 속에서 마음껏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하얀 건물들이 파란 지붕과 어우러져 반짝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풍경은, 마치 꿈 속의 한 장면처럼 평온하고 아름다웠다. 이 시간이 주는 평화로움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미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우리는 과거의 순간들과 앞으로 함께 걸어갈 길에 대해 솔직하게 나눴다.
그동안의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멈추고 우리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이 여유로운 시간은 그 자체로 소중한 선물 같았다. 바삐 흘러가던 시간 속에서 놓쳤던 작은 순간들이 산토리니의 잔잔한 풍경 속에서 다시금 눈앞에 떠올랐다. 우리는 각자의 고민과 바람을 천천히 풀어놓으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우리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다시금 다짐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일상의 분주함 속에서 멈추지 않고 달리기만 했던 우리에게, 산토리니는 마치 인생의 쉼표 같은 존재였다.
산토리니에서의 이 여유로운 시간 덕분에 머리가 맑아졌고, 앞으로의 계획을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우리의 대화 속에서 불안했던 마음들은 잔잔한 바다처럼 평온해졌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이런 순간들을 갖기 위해 여행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다음엔 그리스의 다른 섬들도 꼭 가보자"고 약속했다. 꿈만 같았던 신혼여행을 뒤로하고, 우리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다. 단순한 여행 이상의 의미가 있었던 이 여정은, 우리의 사랑을 더욱 단단하게 해 주었고, 앞으로의 결혼 생활에 대한 기대를 한껏 품게 만들었다.
우리는 여행이 단지 새로운 곳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궤적을 돌아보고 함께 나아갈 방향을 재정비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행은 우리에게 서로를 이해하고, 앞으로의 길을 더 밝고 단단하게 그릴 수 있는 기회를 선물했다. 그리고 이 여정이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임을 직감하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우리의 여행은 계속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