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가 할 일은 한국에서 치러질 결혼식을 잘 준비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면 남편 쪽 하객이 적을 것 같아 스몰 웨딩을 계획했지만, 생각보다 스몰 웨딩이 '스몰'과 거리가 멀어 보였고 비용도 더 많이 들고 준비할 것도 많다는 사실에 직면했다. 장소 섭외, 장식, 케이터링 등 모든 것을 고려한 결과, 스몰 웨딩 대신 일반 웨딩홀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남편이 한국의 결혼 준비 과정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준비는 내가 도맡아야 했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결혼식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만, 나는 시간과 비용을 최대한 절약하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신속하게 예약이 가능했던 강변 쪽에 예식장을 잡았고, 웨딩드레스는 저렴한 샵 두 군데만 방문하고 바로 대여를 결정했다. 스튜디오 촬영도 생략했다. 남편은 턱시도 대신 평소에도 입을 수 있는 정장을 마련했고, 나비넥타이는 내 드레스샵에서 대여하여 결혼식 당일 깔끔한 모습을 유지하기로 했다. 결혼 준비 중에는 커플들이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역할을 분담하고 추구하는 방향이 비슷해 다행히 큰 싸움 없이 준비를 대부분 마칠 수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시부모님께서 한국을 다시 방문하셨다. 매서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완연해진 시기에, 날씨도 맑고 따뜻해 다행히 기분 좋은 분위기 속에서 만남이 이루어졌다. 이번에는 특별한 미션이 있었다. 바로 제주도에 계신 어머니와 새아버지를 시부모님께 소개하는 것! 아름다운 제주도를 보여드릴 겸 함께 비행기를 타고 남쪽으로 향했다.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 장벽이 있음에도, 제주도 부모님과 시부모님은 처음 만남부터 '왜 이제야 만났나' 싶을 정도로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셨다. 제주도 명소인 성산일출봉에 올라간 후, 비양도를 방문하고 협재 해수욕장에서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시부모님은 제주도의 자연경관에 완전히 반하셨고, 한국 음식도 입맛에 맞으셨는지 해산물과 다양한 반찬을 아주 잘 드셨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은근히 뿌듯했다. 부모님들끼리도 음식과 자연을 나누며 한층 가까워지는 듯했고, 제주도 부모님은 시부모님이 너무 좋으신 분들이라며 '이런 좋은 시부모님 만난 네가 복 받은 거야' 하셨다. 나는 '그렇죠?'라며 속으로 또 한 번 결혼을 잘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결혼식에는 포천 부모님만 참석하기로 되어 있어서, 제주도 부모님과는 기념 웨딩 촬영을 따로 진행하기로 했다. 촬영 당일, 여성들은 웨딩드레스를, 남성들은 턱시도를 대여해 차려입고 마치 작은 결혼식이라도 치르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모두들 너무 아름답고 멋있어, 촬영장 분위기는 웃음꽃이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우리 중 몇몇은 서로를 보며 "헉, 우리 가족 맞아?"라며 농담을 던질 정도였다. 이번 제주도 여행은 단순한 만남을 넘어, 두 가족이 한 가족으로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시간이 되었다. 시부모님과 제주도 부모님은 언어도, 생활방식도 다르지만 서로를 존중하며 웃음과 따뜻한 대화가 이어졌다. 그 모습에 나도 뭉클해졌다. 앞으로 있을 가족 모임도 이런 훈훈한 분위기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결혼 준비가 이렇게 가족들의 응원 속에서 순조롭게 흘러가다 보니, 나는 점점 결혼식 날이 기다려지고, 마음이 한결 든든해졌다. 이 결혼, 뭔가 잘될 것 같은 기분이 확 들었다!
제주도에서 알차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다시 서울로 돌아온 뒤, 시어머니께서 결혼식에 어떤 옷을 입으면 좋을지 물어보셨다. 나는 한국에서는 부모님들이 보통 한복을 입는다고 말씀드렸고, 한복을 입으시면 어떻겠냐고 조심스레 제안했다. 그러자 시어머니는 저번에 북촌한옥마을에서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다니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예쁘다고 생각했는지 이야기를 꺼내셨다. 결국 시어머니는 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셨고, 나와 함께 한복 대여점을 방문하기로 했다. 마침 고등학교 친구가 한복집에서 일하고 있어서, 시어머니와 함께 그곳을 찾아갔다. 친구가 추천한 남색 한복을 입으신 시어머니가 거울 앞에 서시자마자, 나는 입이 떡 벌어졌다. 시어머니는 그 어떤 한국인보다도 한복이 잘 어울리셨고, 마치 조선시대 고귀한 여인 같으셨다. 친구는 놀라서 박수를 치며, "어머! 시어머니께서 이렇게 한복이 찰떡일 줄이야!"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더 놀라운 건, 친구가 시어머니께 무료로 한복을 대여해주겠다고 한 것! 내가 그 마음만 받겠다고 했지만, 친구는 끝까지 돈을 받지 않겠다고 우기며 그냥 내주었다. 덕분에 시어머니는 우아하게, 나는 고마움에 감동하며 가게를 나왔다. 이후에도 결혼식 준비는 차근차근 진행되었지만,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시부모님과 내 부모님은 우리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복해 주셨고, 따뜻한 덕담을 주고받으며 다가오는 결혼식에 대한 기대감을 나눴다. 결혼식 준비가 하나씩 끝나갈수록, 우리는 다가올 결혼 생활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이제 진짜 결혼이구나!' 하는 기분이 들면서, 모든 게 꿈처럼 느껴졌다.
드디어 2018년 5월 26일, 우리 결혼식 날이 밝았다! 전날 밤, 남편과 나는 마치 첫 데이트를 앞둔 사람들처럼 설레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내일 진짜 결혼하는 거야?' 하면서도 막상 잠은 안 오고,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머릿속은 복잡했다. 이른 아침부터 시부모님과 함께 샵에 가서 머리와 메이크업을 받았는데, 네 명이 다 꾸미려니 시간이 꽤 걸렸다. 하지만 다행히도 내 친구들이 샵까지 와서 내 지루함을 덜어주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모두들 예쁘게 단장하고 옷을 차려입으니 할리우드 배우들 뺨치는 듯했다. 특히 남편이 눈에 확 들어왔다. 평소에는 귀엽다고 생각했지만, 그날은 정말 '이 사람 진짜 배우 아니야?' 싶을 정도로 멋져 보였다. 드레스를 입은 내 모습을 처음 본 남편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와, 진짜 아름다워..."라고 감탄했을 때, 나는 속으로 외쳤다. '성공!' 예식장으로 향하면서 심장은 계속 두근거렸고, 신부대기실에 앉아있는데도 긴장이 가시질 않아 계속 떠들어 댔다. 내 베스트프렌드는 이렇게 말 많은 신부는 처음 본다며 웃었고 자신도 떨린다고 했다. 남편은 부모님들과 함께 하객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고, 나는 친척들과 친한 친구들이 찾아와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갑자기 남편의 다국적 친구들이 우르르 신부대기실에 들어왔다. 10명쯤 되는 외국 친구들이 나를 보며 인사할 때, 그들이 그 먼 나라에서 비행기를 타고 여기까지 와준 것에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신부대기실이 국제회의장이라도 된 듯한 기분에 묘하게 웃음이 나왔다. 여러 나라에서 모인 친구들이 함께하는 이 결혼식, 정말 특별한 순간이었다.
차츰 예식 시간이 다가오자 내 심장은 점점 더 쿵쾅거렸다. 남편의 친구들은 한국어를 몰랐기 때문에, 그들을 배려하여 결혼식 사회는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로도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진행 일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내 의붓언니와 대학교 선배가 나섰다. 의붓언니는 한국어로, 대학교 선배는 영어로 사회를 맡아주었다. 덕분에 우리 결혼식은 마치 국제 행사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먼저 신랑 입장! 남편은 독일식으로 시아버지와 함께 팔짱을 끼고 입장했는데, 하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신나게 걸어 들어가는 그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마치 ‘오늘의 주인공은 나야!’ 하는 표정으로 팔을 휘적이는 게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나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했는데, 아버지는 긴장감에 굳어 계셨다. 그 모습에도 웃음이 나왔다. 아버지와 함께 버진로드를 걸으며 저 앞에 서 있는 남편의 늠름한 모습을 보았을 때, 저 사람이 이제 내 남편이 된다는 사실에 깊은 감동과 축복을 느꼈다. 부모님께 인사드릴 때는 만감이 교차했고,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다. 아버지들의 성혼선언문으로 주례를 대신하였는데 성혼선언문이 적힌 종이를 아버지께서 건네받아 들고는 한참을 들여다보시더니, 갑자기 "이거 글씨가 왜 이렇게 작아? 회색이라 안 보여!"라고 말씀하셨다. 순간 내가 당황해서, '이럴 때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침착하게, "그냥 하고 싶은 말 하세요, 아빠!"라고 속삭이듯 외쳤다. 그러자 아버지도 잠시 멈칫하시더니, 당황한 얼굴로 진심을 털어놓으셨다. "우리 사위 저 먼 독일에서 왔지만 가족으로 맞이하게 되어 아주 기쁩니다!"는 그 한 마디에, 그 순간만큼은 작은 글씨고 뭐고 다 잊히고, 아버지의 진심이 내 가슴에 콕 박혔다. 모든 것이 참 특별하게 흘러갔다. 어머니들의 촛불점화하는 모습 또한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축가 시간! 내 의붓남동생이 준비한 축가를 부르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노래가 흐르는 동안 나와 남편은 무대에서 춤을 추고, 그 와중에 뽀뽀까지 하면서 결혼식을 끝까지 신나게 즐겼다. 이 모든 게 30분 남짓밖에 안 걸렸지만, 그 짧은 순간마저 꿈처럼 지나갔다. 모든 하객들이 손뼉 치고 축하해 주며, 우리는 함께 새로운 인생의 첫 발을 내디뎠다.
폐백은 안 하기로 했지만, 남편이 갑자기 전통 혼례복을 입어보고 싶다고 해서 혼례복만 입고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이 사람, 혼례복을 입자마자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마치 왕이라도 된 양 근엄한 얼굴을 하고 있지 뭔가! 심지어 "이거 양복보다 훨씬 멋있다! 나한테 진짜 잘 어울리지 않아?" 하며 자신의 모습을 보고 좋아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속으로, '이러다 나중에 리마인드 웨딩할 때 진짜 전통 결혼식 해야 할지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혼례복 왕 놀이를 마치고, 피로연을 위해 다시 옷을 갈아입고 피로연장으로 향했다. 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면서, 따뜻한 축하의 말들 속에서 우리 둘 다 행복감이 절정에 달했다. 피로연장에선 맛있는 음식과 함께 온통 웃음꽃이 피어났고, 모든 사람들이 진심으로 우리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해 주었다. 특히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내 베스트 프렌드 은영이었다. 샵에서부터 결혼식 끝날 때까지 내 모든 걸 완벽하게 챙겨준 그녀 덕분에 모든 일이 술술 풀렸다. 정말 고맙고, 덕분에 이 결혼식은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으로 남게 될 것 같았다.
한국의 웨딩홀 결혼식은 2시간 남짓이면 모든 과정이 끝나는 반면, 독일에서는 결혼식과 피로연을 하루 종일 즐긴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오전부터 시작해 저녁 늦게까지 결혼식, 다양한 이벤트, 연회, 그리고 춤파티가 이어진다. 남편의 말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결혼식이 마치 하루 종일 파티처럼 진행되며, 이틀 전부터 친척과 친구들이 모여 파티 분위기를 잡는다고 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주례사, 축가, 그리고 피로연까지 모든 절차가 딱 2시간 만에 "칼같이" 끝난다. 한국에서 결혼식을 치른 남편은 이 간결함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가 말하길, “한국 사람들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보면 엄청 로맨틱해 보이는데, 결혼식은 마치 회사 회의라도 하는 것처럼 효율적이더라!”라며 신기해했다. 그는 웨딩홀에서 예식이 순식간에 끝나고 나면, 하객들이 서둘러 피로연장에 밥을 먹으러 가는 장면이 특히 웃기다고 했다. “여기서 도대체 하루에 몇 커플이 결혼하는 거야? 결혼식 패키지라도 있는 거야?”라고 물으며, 그에게는 결혼식이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게 처리되는 경험’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자신은 하루종일 결혼식하고 파티할 체력이 없다며 이런 식의 효율적인 진행이 너무 신선하고 자신에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짧지만 진한 감동이 가득했던 결혼식이 끝난 후, 남편은 마치 큰 산을 하나 넘은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이제 진짜 당신의 공식적인 가족이 된 것 같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제 공식적으로 평생 내 편을 얻었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서로 잘 살겠다고 약속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든든했다. 마치 세상에서 제일 필요했던 사람이 나에게 온 기분이랄까? 하객들이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그들의 환한 미소와 따뜻한 말들이 우리 결혼식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특히, 결혼 전에 회사를 그만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전 사장님과 부사장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함께 축하해 주신 건 정말 뜻밖의 감동이었다. “퇴사 후에도 이렇게 따뜻한 응원이라니!” 나는 감사함에 또 한 번 가슴이 뭉클해졌다. 남편은 한국식 결혼식을 통해 한국 문화를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며 뿌듯해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나는 “이 남자, 진짜 기특하네!”라고 생각했다. 우리 둘은 이제 각자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가정을 함께 꾸리게 되었다. 결혼식 준비 과정부터 그날의 감동적인 순간들까지, 모든 것이 앞으로 우리 결혼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튼튼한 밑거름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손을 꼭 잡고, 새로운 시작을 향해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마치 세상을 둘이서 정복하러 가는 기분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