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역시 뭐든 첫 운을 떼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다. 노래를 들으면서, 밥을 먹으면서, 샤워를 하면서 내 첫 글짓기를 할 문장을 생각해 냈다. 하지만 백지의 종이를 보자 머릿속에 저장해 둔 멋진 첫 문장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이곳에서 글을 쓰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과거 이야기는 모두의 호기심을 사니까.
브런치스토리의 팝업 행사를 알기 전, 이미 나는 이 공간을 알고 있었다. 내 친구가 여기서 글을 쓰고 있는 작가였기 때문이다. 친구의 작가 데뷔 소식과 이 공간의 영업을 인스타로 알게 됐다. 인스타 스토리를 자세히 보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텐데, 운 좋게 그날은 친구의 스토리를 유심히 보는 날이었다. 친구를 따라 나도 여기에 가입했고, 시간이 나면 종종 글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브런치 스토리의 팝업 행사 소식을 듣게 되었고, 내 본가와 가까운 곳이라 위치가 매우 좋았다. 당시 다른 전시회나 박람회 등을 볼 계획을 세우고 있었기에 겸사겸사 구경할 겸 다녀와 볼까 싶었다.
미리 선예매를 안 해도 입장이 가능한 아주 좋은 팝업.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아니, 문제라기보다 난감한 선택지가 주어졌다. 관람 방법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하나는 워크북 관람, 다른 하나는 일반 관람이었다. 입구에서 설명을 듣고 약 10초를 고민한 끝에 이왕 구경하는 거, 워크북 관람이 좋겠다 싶어 워크북 관람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다시 생긴 문제. 워크북을 채우면 브런치 스토리 인턴 작가로 등록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아버렸다.
'어라,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는데..?'
얼레벌레 워크북을 받고 구경을 시작했다. 팝업 전시를 보고, 작가님들의 책과 문장들, 작가가 된 계기 같은 것을 천천히 둘러보며 인턴 작가에 대해 생각했다. 워크북을 받았지만 인턴 작가 등록은 내 개인의 선택이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을 제안. 그게 나에게 묘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전시를 보면 볼수록 글을 쓰고 싶다는 갈망이 커져만 갔다.
그렇게 나는 워크북을 채우고 인턴 작가가 되었다. 정식 작가는 10월 27일 까지였나.. 어쨌든 이번달 막바지까지 글을 세 편 올리면 된다고 들었다.
인턴 작가로 등록되자 설렘과 동시에 "저질렀다.."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늘 이렇게 내 모든 첫 시작은 얼레벌레, 얼렁뚱땅 진행됐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별로 놀랍진 않지만 이왕 시작한 거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기에 곧바로 주제를 선정했고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이상하고 기괴한 삶 속에서 선택한 나의 얼레벌레 인생. 그럼에도 똑바로 살아가려 노력하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실 독자님들께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말을 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내 친구(다른 친구)와 이야기했던 내용의 일부를 적고 끝내보겠다.
"너는 어쩌다가 --를 시작하게 된 거야?"
"음.. 말 그대로 어쩌다 보니까? 딱히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건 아니야."
"엥? 정말? 어쩌다가 시작하게 됐다고?"
"응, 다들 이렇게 시작하는 거 아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