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늘 피닉스 주니어 연습하고 왔어요!" 지민이가 땀에 젖은 얼굴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우리 딸 수고했네. 연습 잘했어?" 내가 물었다.
"네! 근데 오늘 재미있는 일이 있었어요." 지민이가 신발을 벗으며 말했다.
"어떤 일인데?"
지민이는 거실 소파에 털썩 앉았다. "오늘 날씨가 너무 더워서 다들 물을 엄청 빨리 마셔버렸어요. 그런데 편의점이 멀잖아요? 거기까지 가기도 힘들고, 또 가끔 문도 닫고..."
"응, 그래서?"
"그때 민수가 코코넛워터를 가지고 있었거든요. 근데 갑자기 장난을 치기 시작한 거예요. '한 모금에 천 원~' 이러면서요."
나는 미소를 지었다. "아, 그래? 원래 한 병에 얼마 하는 건데?"
"한 병에 천 원이에요! 근데 한 모금에 천 원이라고 하니까 너무한 거 아니에요?" 지민이가 투덜대며 말했다.
"그래서 다들 뭐라고 했어?"
"영호가 '야, 너무하다!' 그러고, 소연이는 '한 병 다 주면 모를까...' 이랬어요." 지민이가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그런데 갑자기 지훈이가 '좋아, 천 원 줄 테니까 한 번 마시게 해 줘' 하더니, 병을 받자마자 쭉 들이켜서 거의 다 마셔버린 거예요!" 지민이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다들 웃었겠구나?"
"네, 민수가 깜짝 놀라서 '야, 이게 뭐야!' 그러는데, 지훈이가 '한 모금이라 매. 그냥 길게 한 모금 한 거야~' 이러니까 다들 배꼽 잡고 웃었어요."
그때 소연이가 가방을 뒤적이다가 "어? 나 물 한 병 더 있었네!" 하더니 망설임 없이 우리한테 나눠줬어요. 다들 고맙다고 하면서 좋아했죠. 엄마, 저는 민수랑 소연이가 참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엄마, 민수는 왜 그렇게 비싸게 부르려고 했을까요?"
지민이의 눈이 커졌다. "아... 그때는 진짜 비싸도 마실 것 같아요."
"그렇지. 이걸 '희소성'이라고 해.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가 정말 필요한데 구하기 어려울 때, 그 가치는 올라가는 거야. 오늘 너희가 겪은 상황도 비슷하지 않니? 다들 목이 마르고, 편의점은 멀고..."
"아..." 지민이가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민수가 그렇게 장난을 친 거군요?"
"그렇지. 물론 민수는 그냥 장난으로 한 거지만, 실제로 세상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 같은 물건이라도 그걸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어디서 파는지, 언제 파는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어."
지민이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했다. "아! 그러고 보니까 학교 앞 편의점이랑 대형마트에 파는 음료수 가격이 달라요. 왜 그런 거예요?"
"그것도 비슷한 원리야. 학교 앞 편의점은 학생들이 급하게 필요할 때 찾는 곳이잖아. 대형마트까지 가려면 시간도 걸리고 불편하고. 그만큼 편의점은 '편리함'이라는 가치를 더하는 거지."
"아, 그래서 조금 더 비싼 거구나!" 지민이가 깨달은 듯 말했다.
"맞아. 놀이공원에서 파는 음료수 가격이 비싼 것도 같은 이유야. 밖에 나가서 살 수도 없고, 날도 덥고, 목도 마르니까 비싸도 사게 되는 거지."
"그런데 엄마, 그럼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마음대로 가격을 막 올려도 되는 거예요?"
"그건 또 다른 문제야. 너무 심하게 가격을 올리는 건 '가격 폭리'라고 해서 법으로 금지하고 있어. 하지만 기본적으로 물건이 귀할 때는 가격이 오르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야. 그게 시장 경제의 원리지."
"근데 소연이는 그냥 나눠줬잖아요?"
나는 따뜻하게 미소 지었다. "그래, 경제에는 여러 가지 가치가 있어. 돈으로 따질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우정이나 나눔처럼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도 있지. 소연이는 그걸 잘 보여준 거야."
지민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지훈이도 똑똑했어요. 한 모금을 저렇게 길게 할 수 있다는 걸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맞아. 지훈이는 규칙의 허점을 잘 찾아낸 거지. 이것도 경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야. 규칙을 정할 때는 항상 꼼꼼하게 생각해야 해."
"오늘 재미있는 걸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엄마. 이제 가격이 왜 다른지 좀 알 것 같아요!"
2020년 초,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우리는 '희소성'이라는 경제 개념을 직접적으로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마스크 사태는 수요와 공급, 가격 통제, 정부 개입의 필요성 등 다양한 경제적 교훈을 남겼습니다.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면, 감염병 확산으로 마스크는 순식간에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하루아침에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요를 기존의 생산 시설로는 감당할 수 없었고, 원자재 수급도 어려워지면서 공급은 계속해서 부족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스크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평소 500원 정도 하던 마스크 한 장의 가격이 순식간에 3,000원까지 오르더니, 일부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10개들이 마스크가 10만 원을 호가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는 희소성의 법칙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례였습니다.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하는 상황에서 가격은 자연스럽게 상승합니다. 그러나 마스크와 같은 필수품의 경우, 단순히 시장 원리에만 맡겨둘 수 없었습니다. 높은 가격 때문에 정작 마스크가 꼭 필요한 사람들이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스크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고, 온라인 마켓의 가격을 모니터링하며, 폭리 행위를 단속했습니다. 더 나아가 '마스크 5부제'라는 독특한 제도를 시행했는데, 이는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구매 요일을 지정하고 1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러한 조치들은 시장 원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한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통제가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웠고,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통제 없이 순수하게 시장 원리에만 맡겼다면, 지불 능력이 있는 사람들만 마스크를 구할 수 있는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것입니다.
마스크 사태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교훈을 남겼습니다. 첫째, 필수품의 경우 단순한 시장 논리를 넘어선 사회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둘째, 국가의 생산 기반과 비상시 공급망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위기 상황에서 개인의 이익과 공동체의 이익이 충돌할 때,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제 마스크 대란은 지나갔지만, 이 경험은 우리 사회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국내 마스크 생산 기반이 확대되었고, 비상 상황에 대비한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화했습니다. 필수품의 비축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위기 상황에서 공동체적 소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희소성은 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이지만, 때로는 이를 적절히 제어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스크 사태는 이러한 경제 원리와 사회적 필요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사례를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