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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g Oct 28. 2024

EP11: 할인과 약정의 진짜 가치

"엄마, 이거 봐요!" 지민이가 전단지를 들고 달려왔다.

나는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다 돌아보았다. "무슨 전단지니?"

"우리 아파트 새로 생긴 피트니스 센터요. 근데 이상해요." 지민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이상한데?" 내가 손을 닦으며 물었다.

지민이가 전단지를 펼쳐 보였다. "여기 봐요. 3개월에 30만원, 1년에 50만원이래요. 근데 이상하지 않아요?"

"음? 뭐가 이상하니?"

"제가 학교에서 곱셈이랑 나눗셈 배웠잖아요. 3개월에 30만원이면... 1년은 4번의 3개월이니까 120만원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면 최소한 90만원? 근데 왜 50만원이죠?"


나는 미소를 지었다.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하지만 지민아, 이건 그런 계산이 아니야. 1년 동안 등록하는 사람한테는 더 싸게 해주는 거란다. 우리가 마트에서 물건을 많이 사면 개당 가격이 더 싸지는 것처럼 말이야."

지민이의 눈이 커졌다. "아! 그럼 1년 등록하는 게 훨씬 이득이네요! 바보같이 3개월씩 하면 손해예요!"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잠깐만, 지민아. 그건 꼭 그렇지만은 않아. '작심삼일'이라는 말 들어봤니?"

"작심삼일이요? 그게 뭐예요?"

"마음먹은 건 사흘을 못 간다는 뜻이야. 기억나니? 지난 방학 때 매일 일기 쓰기로 했었지?"

지민이가 살짝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 네. 3일 쓰고 그만뒀어요."

"그렇지. 운동도 마찬가지야. 1년 등록했는데 3개월만 다니고 그만두면 어떻게 될까?"

지민이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음... 그럼 나머지 9개월은 못 가는 건데도 돈을 낸 거네요?"

"맞아. 그리고 또 한 가지 생각해볼 게 있어. 만약에 이 피트니스 센터가 중간에 문을 닫으면 어떻게 될까?"

지민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 그럼 나머지 돈은 못 받는 거예요?"


"그럴 수도 있지. 그래서 단순히 싸다고 긴 기간을 등록하는 게 항상 이득은 아니야. 3개월에 30만원이면 한 달에 10만원이고, 1년에 50만원이면 한 달에 약 4만원 정도인데... 결국 얼마나 열심히 다니느냐가 중요한 거야."


"아, 그렇구나..." 지민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누구한테는 1년이 이득이고 누구한테는 3개월이 이득이네요?"


"그렇지! 정말 잘 이해했어. 이건 마치 우리가 문제를 풀 때 정답이 하나가 아닌 것처럼, 상황에 따라 다른 거야. 열심히 1년 동안 다닐 자신이 있는 사람한테는 1년 등록이 정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한테는 오히려 3개월이 더 나을 수 있어."

지민이가 전단지를 다시 보며 연필을 꺼냈다. "잠시만요, 계산을 해볼게요."

지민이는 종이 뒷면에 열심히 숫자를 적기 시작했다.

"3개월에 30만원이면... 한 달에 10만원이에요. 1년에 50만원이면... 한 달에 약 4만 2천원 정도..." 지민이가 중얼거리며 계산했다.

"그런데 만약에 1년 등록하고 3개월만 다니면..." 지민이가 다시 계산을 시작했다. "50만원 냈는데 3개월만 다니면... 3개월 동안 한 달에... 약 17만원?"

나는 지민이의 계산을 지켜보았다. "어떻게 그렇게 나왔어?"

"50만원을 3개월로 나눴어요. 그럼 결국 3개월만 다닐 거면 3개월 등록이 더 싸네요? 한 달에 10만원이니까..."

"맞아, 잘 계산했어." 내가 칭찬했다. "그런데 또 다른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을까?"

지민이가 다시 연필을 들었다. "음... 6개월 다니면... 50만원을 6으로 나누면 한 달에 약 8만 3천원..." 지민이가 계산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엄마, 그럼 몇 개월 이상 다녀야 1년 등록이 이득이 되는 거예요?"

"한번 계산해볼까?" 내가 제안했다.

지민이는 다시 종이에 숫자를 적기 시작했다. "3개월씩 하면... 3개월에 30만원, 6개월이면 60만원, 9개월이면 90만원... 아! 6개월만 넘어가도 1년 등록이 더 싸네요!"

"그렇지. 정말 잘 찾았어." 내가 말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있어. 우리가 정말 6개월 이상 꾸준히 다닐 수 있을까?"


지민이는 이제 전단지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 같았다. "엄마, 이런 걸 생각해보니까 재미있어요. 숫자만 보면 당연히 1년이 이득인 것 같았는데, 다른 것들도 생각해봐야 하는 거네요?"


"그렇지, 지민아. 돈으로 보이는 가격만이 전부가 아니란다. 우리가 무언가를 선택할 때는 돈뿐만 아니라 시간도 들고, 노력도 필요하고, 위험도 있을 수 있잖아. 이런 것들을 모두 생각해봐야 그게 정말 나한테 득이 되는지, 손해가 되는지 알 수 있어."

## 막상 전단지를 들고 왔을 때는 단순한 산수 문제라고 생각했던 지민이가 이제는 더 깊은 통찰을 얻은 것 같았다. 돈의 가치는 단순히 숫자로만 계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노력, 그리고 위험이라는 요소들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 소중한 시간이었다.

"엄마, 저는 이제 전단지만 보고 '이게 더 싸니까 무조건 이게 좋아!'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지민이가 자신있게 말했다.

나는 따뜻하게 미소지었다. "우리 딸이 정말 많이 자랐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기특해."

지민이는 전단지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숙제하러 갔다. 나는 지민이가 오늘 배운 교훈을 앞으로도 잘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싸 보이는 것이 실제로는 더 비쌀 수 있고, 우리의 선택에는 항상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능력과 상황에 맞는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약정 할인과 소비자 심리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약정 할인을 마주칩니다. 피트니스 센터의 장기 등록 할인부터 통신사의 약정 요금제, 정기구독 서비스의 연간 결제 할인까지,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현대 사회에서 매우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기업들이 이런 장기 약정 할인을 제공하는 데는 깊은 경제학적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생애 가치(Customer Lifetime Value)'라는 개념입니다. 기업은 단기적인 수익보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판단합니다. 초기에는 할인으로 인해 수익이 줄어들 수 있지만, 고정 고객을 확보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업들은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이라는 개념을 활용합니다. 고객이 한번 장기 약정을 하면 다른 서비스로 바꾸기가 심리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어려워집니다. 1년 헬스장 등록을 한 사람이 중간에 다른 헬스장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미 지불한 비용도 아깝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선납 효과(Prepayment Effect)'입니다. 사람들은 큰 돈을 미리 지불하면 그 서비스를 더 자주 이용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미 돈을 냈으니 열심히 다녀야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기업은 이러한 심리를 활용하여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정기적인 이용 습관을 형성하도록 유도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심리적 특성입니다. 우리는 종종 '손실 회피 성향'을 보입니다. 이미 지불한 비용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여 "아깝다"는 생각에 잘못된 선택을 계속 유지하기도 합니다. 또한 '자기 과신 편향'으로 인해 미래의 자신을 너무 낙관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꼭 열심히 운동할 거야"라고 다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죠.

기업들은 이러한 심리적 특성을 잘 알고 있어서 '프레이밍 효과'를 활용합니다. "1년 등록 시 월 4만원 대"라는 식의 표현으로 할인율을 강조하고, 장기 약정의 이점을 부각시킵니다. 반면 단기 선택의 단점은 더 크게 보이도록 만듭니다.

그렇다면 현명한 소비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약정 할인의 실제 가치를 정확히 계산해보는 것입니다. 단순히 표면적인 할인율만 보지 말고, 자신의 실제 이용 가능성과 위험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시범 기간을 활용하거나 단계적으로 약정 기간을 늘려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해지 조건이나 위약금도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때로는 약정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해지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대안은 없는지, 정말 이 선택이 최선인지 충분히 고민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약정 할인은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입니다. 고정 수익을 확보할 수 있고, 운영 비용도 예측 가능해집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금전적 이득과 장기적인 구속성을 잘 저울질해봐야 합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상황과 필요에 맞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겠죠.

특히 피트니스 센터의 장기 약정은 '새해 결심 효과'나 '더 나은 미래의 나'에 대한 기대감을 교묘하게 활용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러한 마케팅 전략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다면,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조금 더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단기로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경제적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러한 약정 할인 전략은 피트니스 센터뿐만 아니라 통신사, 구독 서비스, 보험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이러한 마케팅 전략의 본질을 이해하고, 자신의 상황과 필요에 맞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피트니스 센터의 장기 약정은 '새해 결심 효과'나 '미래 자아에 대한 낙관적 기대'와 같은 심리적 요인을 교묘하게 활용합니다. 소비자는 이러한 심리적 편향을 인식하고, 보다 객관적인 판단을 통해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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