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평일 외출을 했다. 첫 외출 때는 선임들이 동행하여 밥을 사주는 것이 전통이라고 해서 같이 애슐리 퀸즈에 식사를 하러 갔다. 원래는 고기를 구워먹으러 가자고 얘기가 나왔었는데 애슐리에 가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고기는 구울 사람을 정하는 것부터가 애매할 뿐더러 맛도 애슐리가 더 나았다.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고, 호우주의보가 발령되었던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저 멀리 어딘가에서는 번개가 번쩍거리고 있었다. 애슐리는 NC백화점 7층에 있었다. 예전에 신도림에 살 때도 구로역 NC백화점까지 걸어가서 애슐리 퀸즈를 이용하곤 했다. 주로 엄마가 항암 치료를 하러 병원에 갔으나 백혈구나 혈소판 수치가 기준치 미만이라서 항암 주사를 못 맞고 집에 왔을 때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갔던 곳이라서 예전에는 터덜터덜 오고 갔던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마저 하나의 추억이 되었고, 뷔페에 마지막으로 간 것이 6월달이라서 기쁜 마음으로 추억에 잠겨 갈 수 있었다. 나는 이따금씩 추억에 잠기는 것을 좋아한다. 군대에 있는 지금과 북적거리는 사회에 있던 예전을 비교하고 있으면 어딘가 쓸쓸한 마음이 드는데 그 쓸쓸함을 곱씹는 것은 커피를 마시는 것과 같이 쓰지만 독특한 향기를 남긴다.
애슐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금요일 저녁이라서 웨이팅을 걱정하고 갔는데도 전체 테이블의 30% 정도 밖에 차지 않아서 오히려 폐업을 걱정해줘야 할 정도였다. 접시 수거 로봇은 신나는 노래를 부르며 복도를 왔다갔다 했지만 그렇다고 텅 빈 매장에 활기가 돌지는 않았기에 애처로웠다. 누가봐도 아직 고등학생 정도인 알바생은 할 일이 없어서 눈치를 보며 바닥을 쓰는 시늉만 했다. 맛있어보이는 메뉴들이 많았고, 실제로 예전에 구로역 NC 백화점에서 먹었을 때는 틀림없이 맛있게 먹었던 메뉴였음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없어서 순환이 안 되다 보니 아쉬운 점이 있었다. 넓적당면에다가 매운 로제소스를 얹은 요리는 소스의 간이 잘 맞았음에도 자기네들끼리 엉겨붙어 있었고, 폭립은 고기의 질도 좋고 소스도 맛있었지만 고기가 식고 말라 있었다. 그럼에도 인당 6접시씩 비운 우리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부모님처럼 아무도 없는 식당에서 돼지로 변하는 것은 아닌가 두려웠다. 다행히 돼지로 변하지는 않았지만 배가 몹시 부른 상태로 거리로 나왔다. 네온사인들이 10층 높이의 건물의 표면을 가득 메우고 있어서 정신없고 휘황찬란했다.
들어간 PC방에는 역시 자리가 많아서 금요일 저녁인데도 3명이 나란히 앉아서 게임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곧 큰 비가 내린다고 해서 사람들이 도시를 버리고 도망간 것일까? 쓸쓸함을 즐기는 것은 좋아하지만 이런 쓸쓸함은 즐기기 어려운 것을 넘어 약간 무섭기까지 했다. 언젠가 인류가 이 지구상에서 일순간에 사라진다면 벌어질 일에 대한 영상을 유튜브에서 본적이 있다. 식물들이 건물을 뒤덮고, 부식되고 마모되어가는 터전의 모습은 알 수 없는 두려움을 줬다. 거리에 사람은 그다지 없는데도 택시는 줄지어 승객을 기다리고 있었기에 그 중 하나를 타고 부대로 복귀했다. 도시 전체가 먹어줄 사람을 기다리다가 식어가고 말라가는 음식처럼 버려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소멸해가는 것을 보는 것은 언제나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