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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웉 Nov 04. 2024

밤하늘과 흙웅덩이

10월 28일의 기록

 식기세척조를 하면 설거지를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일어나서부터 21시까지 계속 핸드폰을 쓸 수 있고, 일과도 따로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이제껏 주말에만 누릴 수 있던 느낌을 느낄 수 있었는데, 바로 핸드폰을 쓰다가 싫증나는 느낌이다. 핸드폰을 보는 게 지겨워져서 일본어공부라든지 운동이라든지를 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은 앞으로 휴가를 어떻게 쓰면 좋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 갖게 될 총 휴가 일수를 생각해봤을 때, 3박 4일 휴가를 주중에 쓰고, 6주 기다렸다가 다시 3박 4일 휴가를 쓰는 걸 반복하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2주 간격으로 2번 주말 외출을 쓰거나 3주 간격으로 한 번 주말 외박을 끼워넣는다. 이렇게 하면 말출은 거의 모을 수 없지만 정말 주기적으로 많이 나가는 군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런 희망적인 휴가 생각을 하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레스는 별을 관찰하기 위해 산 위를 걷다가 너무 하늘만 보고 걸은 나머지 흙웅덩이에 빠진 적이 있다고 한다. 그걸 본 하인이 '선생님은 왜 저기 먼 하늘은 잘 보면서 당장 발 밑에 있는 웅덩이는 못 보냐'며 웃었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은 사람을 매료시키기 충분하지만 우리는 발 밑을 살아가는 것이다. 당장 내일도 나는 식기를 세척해야 하고, 그 밖에도 군대에 사실이 주는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야 한다. 밤하늘은 무수한 질서와 우주의 법칙으로 구성된 만큼 밤하늘만의 룰이 있다. 여기 발 밑에도 발 밑만의 룰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훈련소에서 행군을 하다가 쉴 때 군장을 깔고 누워서 올려다본 밤하늘은 정말 예뻤다. 아름다움은 흙웅덩이 속에 있을 때 더 잘 느끼는 법이다. 사람은 희망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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