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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웉 Nov 09. 2024

바다 아이스크림

11월 3일의 기록

 어제는 첫 주말외출을 나갔다. 부산에는 정말 볼거리가 많았기 때문에 쉴 새없이 걸어다녔다. 사실 너에게 손목을 잡혀 그저 말 없이 몇시간이고 걸었어도 어쩐지 즐거웠을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 시라도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시간을 쓰지 않으면 안 됐다. 부산역 앞 부터 영도, 광안리, 민락까지 그 사이의 이름 모를 거리들을 지나다녔다. 어쩐지 발이 무거워져오길래 삼성 헬스를 켜봤더니 만오천보를 걸었다고 한다. 구글지도 상에서 기록된 동선은 선이 합쳐져서 면을 만들고 있었다. 다채로운 경험을 너와 함께 한정된 시간 안에 꾹꾹 눌러담았다. 오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좋은 날씨지만 어제는 구름이 꽤 있었다. 금요일날은 내내 무거운 비가 왔으니까 하루만에 구름이 산 너머로 모두 돌아가는 것은 아무리 진공청소기라도 불가능하다.  구름이 빠르게 흘러가며 해가 났다가 안 났다가 하니까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부산이라는 도시는 완전히 화창한 날씨보다는 이쪽이 더 어울리기도 한다.

 흰여울 문화마을에서는 카페에 들러 바다를 보며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크로플을 먹었다. 분명 옆에 앉은 사람들과 같은 메뉴였는데 아이스크림을 두 배 이상 얹어주셨다. 사실 굳이 옆 테이블과 비교해보지 않아도 아이스크림이 많다는건 상식적인 미적 감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군인이라고 여기저기서 잘 해주시는걸 보면 이득이라는 생각보다도 그저 마음이 따뜻해져서 좋다. 구름이 흘러가며 바다의 색은 휙휙 바뀌었다. 파란 하늘을 반사하는 바다는 민트초코 색깔이 되고 반사할 빛이 부족해지면 초콜릿 색깔이 된다. 그런 다채로운 색깔의 바다를 베스킨라빈스 알바생처럼 통에 꾹꾹 눌러담는 것이다. 공통점은 모두 달콤한 맛이라는 것이다. 군인이라고 서비스를 주는건지 뚜껑이 잘 덮이지 않을 지경이다. '이 정도면 한 달은 든든하군' 생각하며 냉동실에 큰 통을 밀어넣는다. 조금씩 아껴먹어야지.

 당장 오늘 한 숟가락 떠먹고 있는데 부모님께 전화가 와서 이야기했다. 예전부터 기분 좋을 때 어쩔줄을 모르는 나는 바로 텐션이 살짝 올라간 것을 간파당했다. 뚜껑을 덮어도 흘러넘치는 이 감정은 드라이아이스 연기처럼 내 주변의 바닥을 채우는 것이었다. 그게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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