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폭력을 잘 모를 때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의 눈에는 삼국지와 포켓몬스터, 그리고 게임 만들기가 가득했다. 반에 엄청 친한 친구가 있지는 않아도 두루두루 잘 지내곤 했다. 선생님은 꽤나 무서웠지만, 나한테 그렇게 피해를 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우리 반 아이들은 모두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았다. 적어도 내 기억은 그렇다. 그 이유는 나랑 아는 여자아이와 담임 선생님과 싸우다가 담임 선생님이 그 여자아이의 뺨을 때렸기 때문이다. 그날은 모두가 벙쩌 놀랐다. 그렇게 6학년을 보내고 있었다.
다른 날 보다 어느 날, 나는 대부분 오른쪽 끝인 4 분단에 가운데 즈음 앉았다. 내 짝이 누구인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내가 내 뒷 뒷자리의 여학생을 좋아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냥 그런 기억이 있다. 나는 뒷자리 여학생과 시비가 붙었다. 무슨 이유인지 이제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냥 말싸움이었다. 나는 쉽게 감정이 복받쳐 오르고 하려는 말들이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저 억울했다. 그리고 울었다. 말보다 눈물이 앞섰다. 마음은 그저 빨갰다. 6학년 때의 나는 종종 그렇게 울었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의 말이 가슴에 남는다. 아들아 남자는 대범해야 한다. 소심하면 안 된다. 그게 무엇일까? 고민한다. 사랑스러운 나의 어머니는 늘 안쓰러운 마음으로 나에게 말했을 것이다. 그게 어머니의 사랑이다. 아들이 언젠가 다 커서 자랐을 때, 눈치 보지 않고 당당히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지만, 그렇게 자랐다면 이 글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가벼워지려고 했다. 그게 대범한 것인 줄 착각했다. 아마. 시간이 지났고 중학교 2학년 때이다. 제법 키가 컸다. 중학교 1학년 신체검사에서 143~4CM 인 내가 1년 사이에 10Cm가량이 커서 155CM가 되었다. 당시 나는 학원 친구들과 거리를 두었다. 왜 그랬을까? 그저 내 안에 무슨 기질이 있나 보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런 관계이다. 아마 지금도 사람들과 잘 말하지 못하는 성향이 당시에 더 컸나 보다. 당시에는 이제 소설책에 빠지기 시작했다. 삼류 판타지 소설 혹은 무협 소설이었다. 그리고 나는 마법을 배우길 바랐다. 혹은 다른 세계로 가기를 바랐다. 당시의 소설책은 나에게 하나의 이상향을 만들었다.
어찌저찌 또 시간이 흘렀다. 제법 사회화가 되었고 나는 어머니가 바라는 남자가 되지는 못한 거 같다. 이상향은 나를 이상하게 만들었다. 오히려 더 가벼워지기를 바라지만 나는 잘못된 방식으로 가벼워졌다. 나는 사람을 대할 때면 무겁게 대한다. 정을 준다는 게 무섭고 힘든 일인지 알고 소심한 내 마음은 한 사람 한 사람을 온전히 받아들이기에 어렵기 때문이다. 혹은 사람들에게 말을 막하는 편이다. 그러면서 내 감정들에 솔직한 척, 표현하는 것을 막 해도 된다고 착각하면서. 혼자 있을 때엔 한 없이 가볍다. 그래서 쉬이 제 뜻을 이루지 못한다. 나는 어머니를 사랑한다. 어머니가 바란 남자가 되지는 못하였지만 나름대로 쓰일 곳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오늘의 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