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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콘파냐 Sep 26. 2024

익숙하지 않은 고요...

[D+1] 시작된 너와 나, 각자의 주사위

여느 때처럼 이른 아침 남편이 출근을 하고 2박 3일의 손녀 배웅을 마친 엄마도 아침 일찍 서둘러 집으로 가셨다. 몇 번의 지문 오류 신호음이 들린 후 다시 현관문이 열리더니 들어오셔서 나를 안아주고 가신다. 남겨지는 딸이 안쓰러우셔서 발걸음을 다시 돌리신듯하다. 건강 잘 챙기고 무리하지 말라는 말로 등을 토닥이시다가 이내 다시 사라지셨다. 그 뒤의 멘트를 들을 수 없었던 건 엄마의 눈물샘이 다시 작동하고 있었을 거라 짐작이 된다. 둘째는 아침을 안 먹겠다더니 계란프라이 얹어진 볶음밥 대신 부추 베이글 한 조각 먹고 바나나우유를 스페셜 오더로 주문하고 사라졌다. 잠시 후 현관에서 다녀올게요라는 둘째의 목소리와 현관문 소리가 들리는 순간 왈칵 잊고 있던 울음보가 결국 터졌다. 


결국 혼자 남겨졌다. 

적막감 속에 잠시 잊고 있던 큰 아이의 부재가 다가왔다. 설거지를 하려고 섰다가 다시 한번 울컥한다. 이맘때면 크게 한숨 들이킨 후 2층을 향해 "현아 밥 먹자"라고 부르고는 둘이서 마주 앉아 아침을 먹었는데... 이젠 불러도 대답해 줄 아이가 없다. 전혀 새로운 현실도 덜컥 와서 놀랍지도 않다. 내내 예상해 왔던 상황인데... 그래서 그냥 소리 없이 눈물이 뚝 떨어졌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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