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가을바람이 선선하지만
우리 홍차에게는 지금이 겨울철보다 더 적응하기 어려운 계절이다.
몸을 보호해 줄 털이 없는 홍차에게 옷을 입혀주지만 구르밍을 해야 하는 고양이에게는 정말 옷은 더욱더 불편하고 그 옷 위를 구루밍하다 보면 실밥등 옷의 재료들이 홍차의 입속으로 들어간다.
"안돼... 내가 대신 긁어줄 테니 하지 마"
그럴 때마다 내가 대신 긁어주지만 그 또한 말도 안 되는 짓이다.
구르밍은 고양이 침의 살균력으로 몸을 살균하는 것인데 그 역할을 내가 대신할 수는 없으므로 다시 옷을 벗기고 내 무릎 위에서 나의 체온과 함께 가을 햇살을 받으며 여유로운 가을주말을 보낸다.
하지만 10월 명절연휴 가족과 함께 2박 3일 여행계획을 세워놓은 상태이기에 - 그조차도 홍차걱정에 3박 4일이 아닌 2박 3일을 선택했다.
그동안 외로이 있어야 하는 홍차를 생각하니 마음이 벌써부터 짠해진다.
지난번 1박 2일 여행 때도 홈캠 속의 홍차는 현관문 앞에 앉아 우리를 기다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컴컴한 밤이 되자 홍차는 "에엥엥~~" 고개를 들어 울부짖었다.
그런 안타까운 모습에 홈캠을 켜서 말을 걸었다.
"홍차야~~ 홍차야?"
부르는 소리에 홍차는 마구 달려와 홈캠의 카메라에 홍차의 눈을 가져다 댄다.
둥그런 눈이 더 크게 둥글게 보였다.
홍차의 눈에는 내가 보이지 않는다.
몇 번을 쳐다보다 말만 나오는 카메라를 발로 차버린다.
넘어졌다.
홍차의 다리만 보인다.
"어떡해? 홍차야? 홈캠 좀 일으켜봐"
하지만 홍차는 무심히 현관 앞으로 다가간다.
그런 일들을 보면서 그 후 우리는 여행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하지만 긴 명절연휴는 그럴 수가 없었다.
홍차를 데리고 갈까 생각도 했지만 고양이의 습성상 낯선 곳은 늘 스트레스고 먼 길 차를 타고 가는 길 멀미도 하고 화장실 가는 것도 많이 참을 생각하니 그 생각도 아닌 것 같았다.
"그래 집에 제일 편해, 그냥 집에서 지내고 있어. 맛난 간식 사 올게"
마치 말을 알아들을냥 홍차는 멍하니 나를 쳐다본다.
"왜 또 가는 건데? 가지 마"라고 하는 듯 푸른 바닷빛 눈동자는 한없이 애처로워 보였다.
걱정이다.
지인분이 중간에 와서 놀아준다고도 했지만 그 또한 부담감이 들고 낯선 이의 방문이 홍차에게 더욱더 스트레스일듯하여 그냥 홈캠만 단단히 고정시켜 놓으련다.
무뚝뚝했던 나에게......
정이 없었던 나에게......
동물을 싫어하던 나에게......
누군가를 챙겨주기 싫어하던 나에게......
사랑을 주는 법을 몰랐던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