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종로의 후미진 호프집에서
얼음장 같은 희망과 노가리를 시켜놓고
텔레비전 주변에 앉아 소심한 시국선언을 했다
누구는 개판 오분전이라며 본때를 보여주자 했고
누구는 찍은 손목을 잘라내고 싶다 했고
누군가는 왜 그런 미친 짓을 했냐며 게거품을 물었다
그 와중에 나는 개판에 대해
전쟁통 국제시장 피난촌에서 솥뚜껑 열기 오분전 외치던
밥깡통 들고 난장판 되던 헐벗고 굶주린 눈물을 이야기했다
생살을 파고드는 깽판의 무례함 때문에
다들 뚜껑이 열린다며 호프를 연거푸 들이키고
엄한 노가리만 찢어 울분을 씹고 씹을 때
술상에 남은 명태 새끼들이 말하길
언제까지 노가리만 깔거냐고 그만들 들어가라 했다
내일은 일들 안 할거냔 말도 덧붙였다
씩씩대며 나온 우리들은 할 말이 궁해서
광장에서 보자는 악수를 하곤
저마다 개판 오분전처럼 택시를 잡기에 바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