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심일도 채남수 Nov 13. 2024

천국으로 가는 길

제2화  부끄러운 구원을 이루신 아버지


1998년 9월 17일


힘들었던 여수 현장에서 복귀하여 잠시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이다


주일 교회 2부 예배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도중에 아버지께서 갑자기 쓰러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위중한 상태로 혹시 소천할 수도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라고 했다


충격이었다. 사실은 두 달 전에 아버지 혼자 우리 집을 다녀가셨다. 갑자기 손자들이 보고 싶어 왔다고 하셨다. 당시에는 교통이 좋지 않아 군산에서 울산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8시간이나 걸렸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나 싶어 어머니께 전화를 해 보았다.


곧 추석이니 조금만 참으라고 말렸지만, 고집을 꺾지 못했다고 말씀하시며, 같이 계시는 동안 잘 모시라고 당부하셨다


 


그날 밤 오랜만에 안방에서 아버지와 단들이 잠을 잤다. 태어나 단둘이 잔 것이 처음이었다


잠결에 아버지의 고함에 화들짝 놀라 깨었다. 시계를 보니 12시를 막 지나가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아버지를 질질 끌고 어디론가 가는 중이라고 했다. 얼마나 놀라셨는지 이마에 땀이 흐르고 새파랗게 질린 표정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귀신의 장난이니 기도하자고 말씀드리자, 무릎을 꿇으셨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


 


아버지는 유교적 가풍의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큰아버지 손에서 자랐다.


결혼 이후에는 작은 농촌 마을이지만 알부자로 소문날 정도로 자수성가하셨다. 손재주 많고 부지런하고 소 장사를 잘하셔서 돈을 많이 벌기도 하셨다. 한 번에 수십 마리씩 경상도에서 소를 사다가 전라도에 파는 방식이었다.


반면 농한기에 노름하는 나쁜 습관이 있어 하룻밤 사이에 1200평 옥답을 노름빚으로 넘기기도 했다


장남이 아니지만, 작은할아버지가 손이 없어 아버지를 양자 삼아 제사가 많았다. 거의 매달 제사를 지냈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버지는 올곧고 고집이 세며 전통적인 유교적 가부장적인 질서를 중시하는 분이셨다


우리 5형제(형 둘, 동생 둘)는 어려서부터 서로 싸우다가 아버지의 발소리만 들어도 즉각 멈추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연기했다.


밖에서 친구와 싸웠거나 누구에게 맞아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교회 근처에는 얼씬도 못 했다.


 


그런 아버지가 난생처음으로 무릎을 같이 꿇고 기도한 것이다


귀신이 우리 몸에 왜 들어오며 어떤 장난을 치는지, 그 귀신을 어떻게 몰아내야 하는지 말씀을 드렸더니 금세 수긍하셨다. 소리 내어 ‘아멘’해야 귀신을 몰아낼 수 있다는 말에 즉시 ‘아멘’으로 화답하셨다


고등학생인 두 손자와 함께 인근 산으로 산행을 했는데, 할아버지가 자기들보다 훨씬 산을 잘 타신다며 탄복했다


건강하시고, 이제 막 믿음의 문을 여시려고 했는데 돌연 쓰러지셨다니 청천벽력이었다. 좀 더 잘 해 드리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군산의료원에 도착하니 새벽 3시였다. 응급실에 조카 둘이 아버지를 간호하고 있었다.


노인대학 친구가 장난으로 밀었는데 하필이면 돌 위로 넘어져 뇌졸중으로 뇌사상태에 빠졌다고 했다


우선 조카들을 좀 쉬도록 배려하고 우리 부부는 아버지를 위하여 도고 기도를(다른 사람을 위하여 드리는 회개 기도와 간구) 드리기 시작했다


아내가 밤샘 기도를 자청하며 차에 가서 좀 쉬라고 말했다


직장생활을 하는 나를 배려하여 거의 7시간을 자기가 운전하고 왔는데---


아내의 큰 사랑에 눈물이 났다.


 


지금부터는 아내가 만난 하나님을 증거한다


” 예수님이 사경에(새벽 1시에서 3시까지) 물 위를 걸으신 기적이 생각났다.


이 시간에 기도하면 아버님이 기적적으로 회복되시거나 아니면 더 이상 고통 없이 천국으로 인도해 주실 것이라 확신했다


나는 무작정 아버님을 끌어안고 회개 기도를 시작했다.


남편에게 듣고 내가 본 아버님의 죄와 조상으로부터 내려온 허물들을 일일이 열거하며 아버님 귀에 대고 회개하고 아버님께 '아멘' 하라고 말씀드렸다


사람이 비록 뇌사상태일지라도 청력이 살아 있어 다 듣는다는 사실을 믿고 대화를 이어갔다.


놀랍게도 노름으로 가족들을 어렵게 한 사실을 회개하자 눈물을 흘리셨다.


나는 더 힘을 얻어 회개 기도에 심혈을 기울였다.


조상으로부터 내려온 허물은 잘 몰라 통상 모든 사람이 짓는 죄를 회개기도 했다. 8시가 넘어가자 가족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침 9시쯤 우리 전 가족이 의사 선생님 앞에 모였다.


아버지는 뇌사상태이나 건강 체질이라 앞으로 2~3년은 족히 살아계실 거라며 어찌할 것인지 대책을 세우라고 말했다


다시 정상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별 이의 없이 4형제가 수도권에 사니 아버님을 수도권 병원으로 옮기기로 했다. 병원을 정하고 절차를 밟는 동안만 아내가 군산에 남아 간호하는 것으로 정했다.


다 직장이 있으니 오후에 각자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하고 우리는 돌아갈 준비를 하려고 아버님 집으로 갔고, 아내만 계속 기도하겠다며 홀로 병실에 남았다.


 


다시 아내의 간증이다.


“ 나는 다시 도고 기도를 시작했다. 어제저녁도 아침도 걸렀지만 배조차 고프지 않았다. 회개 기도와 간구와 용서해 주심에 감사를 드리고, 중간에 안마도 해 드렸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금방 오후 1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나는 아버님 귀에다 대고 ’주여, 제가 잘 몰라 믿지 않고 잘못 살았습니다


그리스도 보혈의 피로 용서해 주시고 새 피조물로 삼아 주시어 천국에 이르는 자가 되게 인도해 주시옵소서‘ 라고 기도하고 아멘 하라고 말씀드렸다


그 기도가 끝나자마자 아버님은 다시 눈물을 흘리시더니 조용히 소천하셨다.


간호사실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었는지 즉시 간호사들과 의사가 병실로 뛰어 들어왔다. 의사는 아버님 상태를 살피더니 이내 운명하셨다고 선언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선 채로 아버님 침대를 멍하니 내려보다가 깜짝 놀랐다


환자카드가 붙어있었는데, 입원 일자: 1998년 5월 17일이라고 씌어 있었다


고린도후서 5장 17절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  하나님이 우리 아버님을 천국에 보내주시려고 회개할 때까지 기다려 주신 것이다. 순간 하나님의 공의와 섭리에 소름이 돋았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 크신 은혜에 감사의 눈물이 한없이 흘러내렸다“


 


점심을 먹고 각자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내로부터 아버님이 소천하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믿지 않는 형제들의 통곡의 눈물과 믿는 형제들의 감사의 눈물, 60여 년을 함께 사신 어머니의 안타까운 눈물이 한 사랑으로 어우러져 흘러내렸다


작은 형이 아버지를 죽게 한 노인대학 친구를 고발하고 합당한 보상을 받겠다고 나섰지만 설득하여 장래를 무사히 잘 치렀다


향년 84세로 이 땅에서의 모든 여정을 마치고 영원한 하나님 나라로 돌아가신 것이다


장래를 마치고 아내와 나는 남아계신 부모님들을 우리가 어떻게 모셔다가 천국으로 보내드릴 것인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2024. 11. 8)

작가의 이전글 천국으로 가는 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