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눈동자 1편 <백색 궁전>
다음 날
2025년 10월 15일 아침 9시
임무혁, 이민우, 최운성, 윤진희가 거리를 거닐었다. 저 앞에 있는 분식집으로 향했다. 아침 식사를 해야 했다.
윤진희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무척 배가 고픈 거 같았다.
“저 집 쫄면이 최고야. 아주 맛있어. 먹으면 감탄할 거야.”
“아, 그렇군요.”
임무혁이 그 말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 그도 배가 무척 고팠다.
잠시 후 넷이 분식집 앞에 멈췄다. 상가 건물 1층 댕댕 분식집이었다. 하얀색 댕댕이가 간판에 그려져 있었다.
“어서 들어가자고. 배고프네.”
최운성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넷이 분식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테이블은 총 세 개였다. 크지 않은 식당이었다.
“어서 오세요. 손님.”
주인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40대 여성이었다. 후덕한 인상의 여자였다.
윤진희가 능숙하게 주문했다. 단골인 거 같았다.
“이모, 여기 쫄면 4개하고 떡볶이 하나, 순대 하나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손님!”
주인이 주문을 받고 음식을 준비했다. 맛있는 냄새가 가게에서 진동했다.
임무혁이 작은 목소리로 최운성에게 말했다.
“아저씨, 이사장이 … 이순경이라는 말이죠?”
최운성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맞아, 이사장이 이순경이야. 이순경은 내 동료였어. 경찰서 동료였어. 서로 친하게 지냈어.”
“이순경의 이름이 어떻게 되죠?”
“그놈의 이름은 이정길이야. 이정길 순경이야. 이제는 이정길 사장이지.”
“그렇군요. 이정길! 잘 알겠습니다.”
임무혁이 이정길이라는 이름을 가슴에 새겼다.
이민우가 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했다.
“아침에 대폭발 사고 피해자 명단을 봤는데 … 이정길이라는 사람은 없었어요. 이씨는 아예 없었어요. 이게 어떻게 된 거죠?”
“그래?”
임무혁이 잠시 생각했다. 그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 이정길은 사고 현장에서 도망친 거야. 다치지 않았거나 다쳤어도 경상인 거지. 그래서 경찰차나 구급차가 오기 전에 자리를 피한 거야.”
“맞아, 그런 거네.”
최운성이 맞는다는 듯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임무혁이 말을 이었다.
“당시 창고에 많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중에 일부만 죽고 다친 겁니다. 나머지는 도망친 게 분명합니다.”
“이정길, 그놈 목숨이 질기군. 용케 살아남았어. 역시 대단한 놈이야.”
최운성이 이순경, 이정길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이정길은 배신자였고 원수였다.
그때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자, 쫄면 먼저 드세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댕댕이 떡볶이, 댕댕이 순대도 곧 나옵니다. 한번 먹으면 댕댕이처럼 혀를 쭉 내밀 겁니다. 히히히!”
주인이 신이 나서 말했다. 댕댕이 떡볶이, 댕댕이 순대는 그녀의 자부심이었다. 댕댕이 떡볶이, 댕댕이 순대를 먹으려고 멀리서 찾아왔다.
“우와! 맛있겠다!”
이민우가 새빨간 쫄면을 보고 감탄했다.
“자, 어서 먹자고.”
“네!”
“기다리던 말입니다.”
최운성의 말에 셋이 크게 답했다.
곧 맛있는 아침 식사가 시작됐다. 달콤하고 매콤한 참 맛있는 쫄면이었다.
요즘 추세는 단 거보다 매운 쫄면이지만, 이 집은 달콤과 매콤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뤘다. 그래서 감칠맛이 대단했다. 쫄면의 정석과도 같은 맛이었다.
5분 후 맛있는 식사가 끝났다. 넷이 쫄면을 깨끗이 비웠다. 전투적인 식사였다. 마치 설거지를 한 듯했다.
“흐흐흐, 맛있당!”
이민우가 커다란 만족감을 표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그릇 더 먹고 싶은 맛이었다.
곧 댕댕이 떡볶이, 댕댕이 순대가 나왔다. 떡볶이, 순대도 그 맛이 예술이었다. 분식집의 시그니처 메뉴 다웠다.
복수도 중요했지만, 그만큼 먹는 것도 중요했다. 잘 먹어야 복수할 수 있었다.
음식을 다 먹고 임무혁이 티슈로 입을 닦았다. 그가 말했다.
“이순경이 명성 물산을 언급했습니다. 명성 물산 주인인 거 같습니다.”
“그래 맞는 말이야. 그놈이 잘나가는 거 같아. 어이없게도 ….”
최운성이 이를 악물며 답했다.
이민우가 말했다.
“그래서 명성 물산을 찾아봤습니다. 인천에 있는 회사입니다. 번화가에 있어요. 여기에서 멀지 않아요.”
“그래! 아주 잘 됐군.”
최운성이 고개를 끄떡였다.
임무혁이 최운성에게 말했다.
“아저씨, 이순경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겠어요?”
최운성이 미소를 지었다. 그가 답했다.
“그럼, 그놈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지. 나를 죽이려 한 놈이야. 22년 전 김덕기 경장이랑 이순경을 서로 짜고 나를 죽이려 했어. 독을 먹이려 했지.
내가 눈치채고 독을 먹지 않자, 이순경 그놈이 칼을 빼 들었어. 그 칼로 나를 찌르려고 했어.”
“그렇군요.”
“난 이순경과 친한 사이였는데 그런데도 나를 죽이려 했어. 그놈도 백궁 조직원이었어. 백궁 조직원은 피도 눈물도 없는 놈들이야. 냉혈한이야!”
임무혁이 맞장구쳤다.
“맞습니다. 백궁은 매향 북도에서 32명을 독으로 죽였습니다. 부모님도 놈들한테 당했습니다.
김철이라는 죄 없는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뒤로 쏙 빠져나갔습니다.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놈들입니다.”
최운성이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그런데 이순경 그놈이 전해식 의원을 협박하는 거 같았어. 그렇지?”
임무혁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맞습니다. 분명히 이순경이 전의원을 협박했습니다. 무슨 꼬투리가 잡힌 거 같습니다. 30억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놈들끼리 복마전을 펼치는 게 분명합니다.
역시 악마들은 손을 잡아도 서로 죽이기 마련입니다.”
최운성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순경, 그놈이 분명 증거가 있다고 했어. 돈을 주지 않으면 증거를 폭로한다고 했어. 증거를 분명 말했어.”
임무혁이 급히 말했다. 증거는 무척 중요한 말이었다.
“그 증거가 뭘까요?”
최운성이 답을 하지 못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증거가 뭔지 종잡을 수 없었다.
이민우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이순경, 이정길이라는 놈을 잡아서 물어보면 되잖아요. 증거가 뭔지 아주 따뜻한 목소리로 물어보세요. 아주 쉬운 일입니다.”
그 말을 듣고 임무혁과 최운성의 눈이 반짝거렸다.
윤진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민우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거 같았다.
최운성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래, 이순경을 다시 만나면 되겠군. 옛 친구를 다시 만나서 회포를 풀어야겠어. 서로 따뜻한 대화를 나누며 얘기해야겠어.”
“맞습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임무혁이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잠시 후 넷이 분식집에서 나왔다. 모두 아침 식사에 만족했다. 넷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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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 물산은 인천 중심지 번화가에 있었다. 5층 건물 2, 3, 4, 5층에 사무실이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거리에 사람들이 한산했다.
따뜻한 햇볕이 참 좋았다. 오늘은 날씨가 가장 좋은 10월 중순이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었고 햇볕은 따뜻했다.
명성 물산이 있는 5층 건물에서 사람들이 들락거렸다. 명성 물산 직원이거나 협력 업체 직원 같았다.
명성 물산 있는 거리에 커다란 가로수 하나가 있었다. 그 가로수 밑에 차 한 대가 주차에 있었다.
그 차에 임무혁, 이민우, 최운성이 있었다. 셋이 매의 눈으로 명성 물산 건물을 감시했다.
명성 물산은 작은 회사가 아니었다. 딱 봐도 많은 직원이 근무하는 거 같았다.
“으쌰~! … 햄버거 드실래요?”
이민우가 기지개를 켜다가 최운성에게 말했다.
최운성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5층 건물을 계속 감시했다. 두 눈에서 분노가 들끓었다. 22년 전 매향 북도 참사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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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경이 커다란 칼을 높이 쳐들었다. 그 칼이 정점을 찍었다. 시퍼런 칼날이 살기를 내뿜었다. 칼날의 광채가 번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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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최운성이 이를 악물었다. 믿었던 동료 이순경, 이정길이 그를 철저히 배신했다. 그를 죽이려 했다.
이순경은 두 얼굴의 사나이였다. 선량한 얼굴과 악마의 얼굴이 공존했다. 22년 전 악마의 얼굴이 그 치명적인 발톱을 드러냈다.
그때 5층 건물 공동 출입구에서 두 사람이 나왔다. 둘 다 고급 양복을 입었다. 둘이 인도를 걸었다. 여유 있는 걸음걸이였다.
“응?”
최운성이 둘을 보고 움찔했다. 그가 두 눈을 크게 떴다. 그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건 바로 이순경, 이정길이었다.
“저놈이다! 이정길이 나왔다.”
최운성의 말에 임무혁과 이민우가 두 눈을 크게 떴다. 기다렸던 이정길이 드디어 등장했다.
“이제 쫓아가자.”
최운성이 차에 시동을 걸었다. 차가 이정길을 따라갔다.
이정길은 명성 물산 사장이자 오너였다. 그는 40대 중반 남자였다. 중간 키에 체격이 좋았다. 커다란 얼굴에 이목구비가 굵직했다.
옆에 걷는 사람은 그의 비서였다. 키가 작고 마른 남자였다. 비서가 말했다.
“사장님, 김사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서 가시죠.”
“그래, 그래. 김사장님이 좋은 조건을 제시했어. 큰 이득을 볼 건수가 생겼어. 흐흐흐!”
이정길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요즘 사업이 술술 풀렸다. 그의 뒤에는 막강한 조직 백궁이 있었다. 아울러 백궁을 협박해 현금을 두둑이 챙겼다. 그래서 거칠 것이 없었다.
인도를 걷던 이정길이 갑자기 뭔가가 생각이 난 듯 걸음을 멈췄다. 그가 비서에게 말했다.
“장비서, 먼저 가. 난 지금 전화할 데가 있어.”
“네에? 같이 가시죠?”
이정길이 대답 대신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자 비서가 아! 하며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전화하고 오세요. 커피숍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래, 그래. 내가 지금 전화할 데가 있어. 지금 전화하지 않으면 혼이 나.”
“네, 그렇겠죠. 헤헤헤.”
비서가 말을 마치고 걸음을 옮겼다. 비서가 사라지자, 이정길이 품에서 핸드폰을 들었다. 그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옆에 있는 골목을 발견하고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이 없는 골목이었다.
골목이 들어간 이정길이 어딘가로 전화했다. 신호가 가자, 목소리가 들렸다. 젊은 여성 목소리였다.
“자기야!”
“응, 그래. 오빠가 깜박했어.”
“정말 이러기야?”
“미안해. 가방 하나 사줄게.”
“정말?”
“응. 흐흐흐!”
이정길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사랑하는 애인과 통화 중이었다.
그때 발소리가 들렸다. 둘이 이정길을 향해 다가왔다. 이정길은 그 발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는 애인과 통화하느라 바빴다.
“저녁에 뭐 먹을까?”
“파스타!”
“좋았어. 트러플 크림 파스타 먹자.”
“히히히!”
환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 웃음소리와 함께 검은 그림자 두 개가 이정길을 향해 차츰 다가왔다.
방심은 언제나 금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