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눈동자 1_38_22년 전 매향 북도의 비밀

새하얀 눈동자 1편 <백색 궁전>

by woodolee

시간이 흘렀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붉은색 창고 문이 열렸다. 이정길이 끌려 나왔다. 이민우가 그를 끌고 창고 밖으로 나왔다.


이곳은 넓은 공터였다. 인적이 없는 곳이었다. 사방은 숲속이었다. 새소리가 들렸다. 까마귀가 연신 크게 울어댔다.


이민우가 이정길을 끌고 공터 한가운데로 갔다. 이정길은 몹시 얻어맞은 듯 얼굴이 피투성이였다.


팔은 여전히 뒷짐을 지고 있었다. 손목을 꽉 묶은 밧줄이 그를 옭아맸다.


“으으으~”


이정길의 두 눈이 공포에 떨었다.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그렇게 갈 곳을 잃어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이민우가 씩 웃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정길이 두 무릎을 꿇었다. 그가 싹싹 빌기 시작했다.


“제, 제발 살려주세요. 정말 잘못했습니다.”


이민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가 말했다.


“나는 너한테 유감이 없어. 나는 당사자가 아니야.”


“선생님! 제발, 풀어주세요! 다시는 나쁜 짓 하지 않겠습니다.”


이정길이 말을 마치고 펑펑 울기 시작했다. 이민우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살기 위해 악마가 사정하고 있었다.


그때 발소리가 들렸다. 창고에서 임무혁과 최운성이 나왔다. 둘이 무척 굳은 얼굴로 이정길을 향해 걸어갔다.


“헉!”


뚜벅뚜벅 들리는 발소리를 듣고 이정길이 깜짝 놀랐다. 둘은 이정길한테 저승사자였다.


임무혁과 최운성이 이정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임무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무척 성난 목소리였다.


“이정길! 이순경! 넌 22년 전 매향 북도에서 32명을 죽인 백궁의 조직원이다. 왜 그런 참상을 벌였지?

그 이유가 대체 뭐야? 어서 말해? 22년 전 진상을 어서 말해!!”


“으으으~!”


이정길이 어쩔 줄 몰라 했다. 두 눈을 꼭 감고 턱을 마구 떨었다. 진실의 순간은 언제나 떨리기 마련이었다.


“어서 말해!”


임무혁이 크게 외쳤다. 그 소리가 공터에서 크게 울려 퍼졌다.


이민우가 씩 웃었다. 그가 이정길에게 말했다.


“따뜻한 대화가 아직 좀 부족한가? 이정길 아저씨, 따뜻한 대화를 더 할까요? 말만 하세요.”


“헉!”


그 소리를 듣고 이정길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건 안 된다고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그를 때린 사람은 다름 아닌 이민우였다.


이정길이 급히 말했다.


“말할게요! 사실대로 다 말할게요!”


그 소리를 듣고 임무혁과 최운성이 잘 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22년간 감춰졌던 비밀이 곧 풀릴 거 같았다.


최운성이 침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정길, 어서 말해. 헛소리하면 이 자리에서 요절을 내겠다.”


“절대 헛소리가 아니야! 있는 그대로 말할게! 믿어줘!”


이정길이 크게 소린 친 후,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 그게. 화초 재배를 끝내라고 위에서 지시했어. 그래서 이장이 움직인 거야.”


“이장!”


임무혁이 이장이라는 말에 전해식 의원을 떠올렸다. 22년 전 매향 북도 이장은 전해식이었다. 그가 이정길에게 말했다.


“이장이 지금 전해식 의원이지?”


이정길이 서둘러 답했다.


“맞아요! 전해식 의원이 당시 이장이었어요. 저는 서장님의 지시를 받았어요. 김덕기 선배랑 같이 이장을 도우라는 지시를 받았어요.”


“그렇군. 그런데 최운성 아저씨는 왜 매향 북도로 데리고 간 거지?”


“그, 그게 ….”


이정길이 답을 하지 못했다. 최운성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가 옛친구에게 말했다.


“그건 … 윤진희 때문이지? 진희가 말했다. 김기덕 그자가 자기에게 치근덕댔다고 … 내 말이 맞지? 그렇지?”


이정길이 고개를 격하게 끄떡이며 답했다.


“마, 맞아, 김덕기 선배가 너를 죽이고 싶다고 했어. 그래서 같이 데리고 간 거야. 마을 사람들처럼 독을 먹여서 죽이려고 계획했어.

… 정말 미안해. 나도 협박을 받았어. 백궁에 가입하면 반드시 명령에 따라야 해. 따르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어.”


“그래서 나를 죽이려 한 거구나. 나를 죽이고 네가 살려고 ….”


최운성의 말에 이정길이 답을 하지 못했다. 최운성이 질문을 이었다.


“이정길, 왜 백궁에 가입한 거지? 왜 그런 조직에 가입한 거지? 넌 좋은 경찰이었어. 내가 착각한 건가? 어서 사실대로 말해!”


이정길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가 울면서 답했다.


“도박해서 빚을 많이 지고 말았어. 그래서 백궁에 가입했어. 백궁이 거액을 빌려줬어. 그렇게 올가미에 걸려들었어.”


“그렇군, 어떻게 백궁에 가입했지?”


“내가 하소연하자, 김덕기 선배가 권유했어.”


“아하! 김덕기 그자가 너를 타락시켰군.”


최운성이 김덕기를 떠올렸다. 김덕기는 22년 전 경찰서 선후배 사이였다.


김덕기는 허스키한 목소리의 골초였다. 최운성은 김덕기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열심히 근무하는 경찰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의 판단은 완전히 틀렸다. 김덕기는 백궁에 충성하는 검은 조직원이었다.


후배 경찰인 이정길까지 백궁으로 끌어들였다. 최운성의 애인인 윤진희를 사모하고 그녀를 빼앗으려고 했다.


그러다 실패하자, 복수심에 최운성을 매향 북도 주민들과 함께 죽이려 했다.


김덕기는 속이 좁고 아주 악독한 인물이었다. 그는 현재 인천 남부 경찰서 형사과장이었다. 순경부터 시작해서 경정까지 승진했다.


경정은 무궁화가 세 개였다. 군대의 중령, 대대장에 해당했다. 김덕기는 백궁의 힘으로 고위직을 승진했다. 곧 총경으로 진급해서 경찰서장직을 맡을 예정이었다.


“김덕기!”


최운성이 과거 선배 경찰이었던 김덕기의 이름을 외쳤다. 김덕기 때문에 그는 매향 북도에서 죽을 뻔했고 마약 사범으로 수배됐다.


게다가 매향 북도 참사의 관련자로 지목됐다. 사건에 말려든 최운성은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쓰고 22년 동안이나 도피 생활을 했었다.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 군대 동기인 아저씨와 애인 윤진희 덕분에 그 모진 세월을 버텼다.


임무혁도 김덕기를 생각했다. 김덕기는 형사과장으로 임무혁의 상관이었다.


김덕기 과장은 인천 남부 경찰서의 실세였다. 경찰 서장도 그에게는 꼼짝 못 했다.


남부 경찰서의 터줏대감으로 그 위세가 대단했다. 다른 경찰처럼 순환 근무를 해야 했지만, 그는 예외였다. 그만큼 뒷배경이 대단했다.


그 뒷배경이 바로 백궁이었다. 백궁 조직이 김덕기 과장의 뒤를 봐줬다, 마약 거래를 수월하게 하려는 교활한 술수였다.


임무혁이 분을 참지 못했다. 백궁의 위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당장 달려가서 백궁 조직을 때려 부수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들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현재 조직원의 일부만 알 뿐이었다. 3번 부둣가 9번 창고에서 백궁 조직원을 일곱이나 죽였지만, 그건 일부에 불과했다.


임무혁이 터져 나올 거 같은 분을 참았다. 일단 화를 참고 냉정해져야 했다. 그가 이정길이 말한 화초 재배를 떠올렸다. 화초는 그도 기억했다.


매향 북도는 화초 재배로 생계를 이어갔다. 매향 북도는 섬마을이었다. 그래서 어업이 중요했다.


그런데 섬 주민들이 하는 일은 어업이 아니었다. 실제 하는 일은 화초 재배였다. 그 화초 재배로 수입이 아주 솔솔하다는 말을 어머니한테 들은 기억이 났다.


‘화초! 그래 섬에서 화초를 재배했어. 화초 재배를 끝내려는 지시가 내려왔는데 … 그래서 마을 사람들을 싹 다 죽였다고? 이게 말이 되나?’


임무혁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이정길에 물었다.


“화초 재배를 끝내려고 마을 사람을 죽였다고?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화초는 일에 불과했어. 그거 때문에 사람들을 32명이나 죽였다고?

어서 진실을 말해! 헛소리하면 오늘 국물도 없다. 관에 들어갈 준비를 해라!”


“으으으~!”


이정길이 괴로움을 토했다. 그가 이젠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 앞에 그를 죽이고 싶은 사람이 둘이나 서 있었다.


하나는 옛 친구이자 동료인 최운성이었고 다른 하나는 매향 북도의 생존자 임무혁이었다. 둘 다 서슬이 시퍼렇다. 허튼소리를 했다가는 요단강행이었다.


이정길이 침을 꿀컥 삼키고 입을 열었다. 드디어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화초는 사실 … 마약이야. 매향 북도에서 양귀비를 재배하고 마약을 만들었어. 매향 복도는 사실 마약 섬이었어.”


“뭐, 뭐라고?”


그 말을 듣고 임무혁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말을 한 사람이 있었다. 동생 이민우가 그런 말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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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남궁철, 김덕기, 전해식이 22년 전 매향 북도 참사와 관련된 인물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그들이 백궁이라는 비밀 마약 조직과 관련된 거라면 22년 전 매향 북도 참사도 마약과 관련된 거 아니야? 얘기를 들어보니 그런 거 같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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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혁은 동생의 말을 듣고 그 말을 부인했었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 매향 북도가 마약 섬일 리 없다고 단정했다.


하지만 진실은 그 반대였다. 매향 북도는 마약 섬이었다. 양귀비를 재배하고 마약을 만들던 마약 재배, 제조 기지였다.


“으으으!”


임무혁이 가슴에 커다란 비수를 맞은 듯 신음을 토해냈다. 동생 이민우가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 이민우는 제삼자였다.


그래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봤다. 임무혁의 처가 의심스럽다고 여겼고 매향 북도를 마약 섬으로 의심했다.


최운성이 그 모습을 보고 임무혁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그렇게 그를 위로했다.


잠시 괴로운 시간이 흘러갔다.


최운성이 이정길에게 말했다. 무척 무거운 목소리였다.


“매향 북도가 마약 섬이라 … 그건 알겠다. 왜 주민들을 몰살한 거지? 당시에 있었던 마약과의 전쟁 때문인 거야?”


이정길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응, 마약과의 전쟁 때문에 그런 게 맞아. 조직 상부에서 지시를 내렸어. 매향 북도를 폐쇄하라고

… 폐쇄하면서 양귀비 재배하고 마약을 생산하던 섬 주민들을 모두 죽이라고 했어.”


임무혁이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이정길의 말은 그의 부모가 마약 조직의 일원이라는 말이었다.


최운성이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질문을 이었다.


“섬 주민들이 … 다 조직원이었어?”


이정길이 답했다.


“그런 건 아니었어. 일부만 조직원이었고 다른 사람은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일한 거에 불과해. 섬사람들이라 세상 물정을 잘 몰랐고 생계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일한 거야.

그 일은 이장인 전해식이 주도한 거야. 전해식은 조직의 중간 간부였어. 지금은 상층부로 올라갔고.”


그 말을 듣고 임무혁이 급히 말했다.


“섬 주민 중 조직원이 대체 누구지? 어서 말해!”


“그 사람들은 이장 전해식과 부인, 그리고 그의 동생이야.”


“아!”


임무혁이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부모님은 백궁 조직원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백궁한테 이용만 당하고 죽은 거였다.


이민우가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그렇지, 형 부모님이 아무것도 모르고 당한 거네. 역시 백궁은 천하에 나쁜 놈이야.

모두 잡아서 바닷가에 내던져서 물고기 밥으로 만들어야 해!”


임무혁이 맞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이를 악물었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외쳤다.


“백궁 … 백궁은 반드시 처단한다. 하늘이 두 쪽 나고 땅이 모두 꺼지더라고 백궁은 내가 반드시 처단한다!

이건 복수가 아니야! 이건 순리야! 반드시 해야 할 일이야!”


임무혁이 전의를 불태웠다. 22년 전 진실이 오늘 모두 드러났다. 백궁의 간악한 음모에 32명이 희생됐다.


임무혁의 부모도 그중의 하나였다. 그 넋을 오늘 기리고 백궁을 반드시 처단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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